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유전무죄(有錢無罪)
태준호 기자 | 승인 2017.01.24|(121호)
태준호칼럼(횡성희망신문부대표)

-법원은 법리를 이야기하지만 다른 피의자들과 비교할 때 이재용만 특혜를 본 것은 분명하다. 이재용 구속은 대한민국 경제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443억원의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위증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구속될 사유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기각 사유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에 대한 소명 정도를 볼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순실에게 건넨 400여억원의 대가성과 지원 경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무죄가 아니라’ ‘좀 더 소명하라’는 것으로 무죄 추정을 하지 않았지만 국민의 정서를 무시하고 이재용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손을 들어주면서 이재용은 3조3천억원에 달하는 재산상의 불법 이익을 얻었다. 400여억원의 뇌물로 100배에 가까운 이익을 얻은 것이다. 더욱이 이 돈은 이재용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사 돈을 횡령한 범죄행위였다. 그래서 특검도 특정경제범죄로 인한 이익이 많아 가중 처벌해야 하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를 이야기하며, 소위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웠다.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하여 형 확정 전에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만 놓고 봐도 다른 피의자들은 구속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했다. 뇌물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 7천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구속되었다.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이들 역시 구속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에서의 구속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에 따른 필요성만이 아니라 중범죄 혐의자에 대한 처벌의 의미도 있다. 죄가 있음에도 거리를 활보하도록 놓아두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석제도가 있음에도 법원이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보석을 허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원은 법리를 이야기하지만 모든 정황을 볼 때 이재용만 특혜를 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까지 법원은 재벌들에 대해 극히 관대한 모습을 보여줬다.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구속을 피하거나 구속되더라도 사면 등으로 조기 출소 하였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에도 250억원의 뇌물을 노태우에게 공여하였음에도 집행유예를 처분받아 실형을 살지 않았고, 이마저도 이후 사면되었다. 2005년 삼성X파일에서 삼성이 떡 값 명목으로 검찰에 돈을 돌린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오히려 이를 폭로한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삼성에서 권력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하고 있는 임직원이 천여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이들에 의해 대한민국이 좌지우지되어 왔던 것이 현실인 것이다. 재벌들이 봉건적 경영과 갖은 부패와 부정을 저질러도 상관없다는 식의 경영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국민들이 아직도 삼성이 사법부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이재용의 구속이 중요한 이유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경제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전 세계에서 부패지수가 65위 수준으로 부패가 만연되어 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게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던 것이다. 특검이 밝혔던 대로 ‘경제보다는 정의’가 더 중요하다. 정의롭지 못한 경제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최악의 노인 빈곤 문제를 양산하고, 청년들을 실업자로 내몰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대외 이미지 추락과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주장하지만 권력에 기대어 악폐를 답습하는 삼성을 비호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발전을 가로막고 전 세계가 한국을 후진국으로 여기게 만들어 더 큰 국가적 이미지 실추와 국익손실을 가져온다.

이번 이재용 구속기각은 사법부가 국정농단을 밝히고 정의를 바로세울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감에 큰 상처를 안겨줬다. 탄핵과 특검은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촛불의 힘이었다. 시민들은 과거의 잘못된 악습을 반복해서는 대한민국의 질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촛불을 통해 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더 큰 촛불의 힘으로 나설 때 이재용은 구속되고, 대한민국은 공정한 사회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준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6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