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태준호칼럼
조류독감과 달걀
태준호 기자 | 승인 2017.02.07|(122호)
태준호 칼럼(횡성희망신문 부대표)

밀폐된 환경에서 사육되는데 철새 탓하던 정부, 해결책이라며 가공용 달걀수입도 확대...AI로 인한 살처분 보상금 80%는 하림 등 수직계열 대기업에게, 살처분피해와 가공용달걀시장 수입확대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 몫으로 남아

 

AI(조류독감)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듯하다. 2014년 1천9백만마리의 가금류를 생매장하게 했던 H5N8형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으나, 최대 위기국면이라고 하던 설을 무사히 넘기고 이후에도 발병사례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몇 달 동안 3천3백만마리의 가금류가 생매장되면서 국내 가금류 산업은 초토화되었다. 특히 2천3백만마리가 생매장당한 산란계의 경우에는 당분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AI에 의한 피해는 어느정도 예상된 일었다. 야생조류국제기구에 의하면 저병원성AI 바이러스는 야생조류와 가금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국내에 저병원성AI 바이러스는 365일 상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것이 열악한 사육환경과 유전적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공장식 밀집사육과 만나 가금류의 건강과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쉽게 고병원성으로 변이되는 것이다.

창문조차 없이 밀폐된 환경에서 사육되는 현재의 사육방식에서 가금류가 철새와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은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철새 탓만 하며 방치했다. 그 결과 2003년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병한 이후 2∼3년 주기로 발생하고 2014년 이후에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구제역의 경우 적극적인 백신 투입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나 가금류의 경우에는 반복되는 발생에도 불구하고 생매장 이외에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무능을 탓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 와중에 정부는 달걀 수급에 문제가 있다며 수입을 해결책이라며 내놨다. 그러나 생달걀을 수입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 유통기간의 문제와 높은 운송비용, 선호도 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불러오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과자나 빵 등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원료용 달걀의 경우는 다르다. 생달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동안 껍질이 없는 알이나 노른자·흰자 형태로 분리된 달걀(액란)은 이미 수입되고 있는데, 이 시장이 개방되면 돌이키기가 쉽지 않다. 전환하기가 어렵지 한번 수입으로 전환하면 그 다음부터는 수입산을 계속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AI 파동전만 해도 남아돌던 달걀이었다. 회복에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하나 향후 달걀 공급이 회복될 경우 국산 달걀은 외국산과 힘든 경쟁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입의 확대가 달걀 농장의 수직계열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80년대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타결 이후 대한민국의 양계산업은 규모의 확대와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삼았다. 사료 생산부터 사육, 가공, 판매까지 한 회사가 독점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이 사업에 농업관련 보조금을 쏟아 부었다. 2012년 국감에서도 밝혀졌듯이 하림그룹 하나만 놓고 봐도 2003년부터 10년간 받은 정부 지원금이 1천2백억원에 이른다.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대기업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 하림의 성장은 이런 정부정책의 결과물이다. 이 방식으로 자영농민들은 사라지고 하림이나 체리부르 등 수직계열업체들이 육계 산업을 점령하여, 점유율이 91%를 넘어서고 있다. 농가들은 마리당 230원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위탁 사육하는 소작 축산인화되어 계약에서 많은 불공정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번 AI로 인한 보상금의 경우에도 80%에 해당하는 금액은 업체들의 몫이고, 농가가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살처분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이고 이익은 하림 등 수직계열업체들이 가져가는 상황인 것이다.

수입의 확대 등으로 농가의 경영난의 가중되면 하림 등 양계 기업들의 산란계 진출 확대는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가 달걀 생산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하기는 했으나 하림, CJ 등 이미 유통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동안 육계 기업들은 달걀 시장에 입지를 넓히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번 AI를 계기로 AI에 대한 가금류 관리 강화와 수입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이들 기업들의 시장 개입이 확대될 것이다.

육계 시장에서 이미 균일화되고 획일화된 기업 제품들이 우리들의 식탁을 점령했듯이, 달걀의 경우에도 흔히 시장에서 구매하던 방식은 사라지고, 하림·CJ 등 기업들이 점령할 것이다. 육계와 마찬가지로 농민들이 설 자리는 없어지고 대기업들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 것이다. 이래저래 정부의 정책이 못 미더운 이유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준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6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