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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세금’ 호황
태준호 기자 | 승인 2017.02.21|(123호)
태준호(횡성희망신문 부대표)

4천5백원짜리 담배 한갑에 3천3백원 세금, 마트에서 파는 소주 한병에도 530원 이상이 세금...대한민국 상위 10%에 부의 66% 이상이 편중되어 있고,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90% 이상을 싹쓸이하는 상황에서 2017년 이른바 최순실표 예산은 드러난 것만 4천억원에 달해... 촛불의 힘이 없었다면 결국 최순실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을 것

 

지난 11일 기획재정부는 2016년 세입·세출 내역을 발표하였다. 이중 세입 부분을 보면 2015년보다 이자 소득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에서 상승하여 242조 6천억원을 기록하였다. 이는 전년보다 24조 7천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결기 불황과 국정 마비상태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호황을 누린 것이다. 이중 소위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의 경우 전년보다 3조9천억원이 증가하여 31조원이나 징수되었다. 14.6%나 증가한 것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경기 불황을 이유로 급여를 동결하거나 한자리수 인상에 그친 점을 감안한다면 월급쟁이들에게는 사실상 증세를 한 것이다. 2016년 한해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4천5백원짜리 담배 한갑에 3천3백원의 세금을 걷고, 마트에서 파는 소주 한병에도 530원 이상의 세금이 붙는 것을 감안한다면 세금이 증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법인세 인상이나 금융자본가, 임대업자, 대주주 등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노력은 전혀 없이 대다수 국민들에게만 세금을 더 걷어 들인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우리는 아무런 저항 없이 이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가?

전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 성경에도 십일조를 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금의 역사는 길다.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왕과 귀족들은 전쟁과 자신의 사치품 마련을 위해 세금을 부과했다. 귀족 등 지배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민중들에게만 다양한 이름으로 세금을 강요해 민중의 원성을 자아내며 각종 민란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역사책에 나오는 왕들의 주요 업적으로 세금부분이 빠지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현재의 상황은 어떤가? 근로소득세나 간접세의 증가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세금부담은 더욱 크다. 물론 재벌들을 위시한 부유층이 내는 세금의 절대액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상위 10%에 부의 66% 이상이 편중되어 있고,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90% 이상을 싹쓸이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담배 한 갑에서 느끼는 세금과 대다수 국민들이 느끼는 세금간의 격차는 무척 크다. 더욱이 이들은 주어진 세금을 저항 한번 못 해보고 내는 국민들과는 다르게 절세라는 이름으로 각종 탈세를 저지르고 있다. 세무사들의 도움으로 어릴 때부터 편법 주식 상속 등으로 수백억원대의 자산을 만드는가 하면, 기업 승계를 위해 각종 부정과 탈법을 당연하다는 듯 저지른다. 삼성의 경우 에버랜드 전환 사채 발행 등으로 상속세를 거의 내지 않고 기업의 승계를 마쳤다. 먹튀 자본의 대명사로 알려진 론스타의 경우에도 수조원대의 시세차익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거의 내지 않았다. 세금은 여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긴 하다. 이전처럼 직접적인 폭력에 의해서 세금을 걷을 수는 없으므로 공익적 목적이라고 포장되는 다양한 유인책이 존재한다. 물론 전쟁준비를 위한 비용도 많이 지출하지만, 교육·문화·복지 부문 예산도 지출하여 내가 낸 만큼 이익이 생긴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담배세를 올릴 때 세금의 증가분은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쓰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보건예산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IMF 시기 공적자금이라는 명목으로 투자된 수십조원의 세금도 결국 몇몇 자본을 살찌우는데 기여했을 뿐, 국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2017년 예산만 봐도 보건복지예산은 2016년 대비 3.3% 증가에 그쳤다. 전체예산 증가율 3.7%에 비해 0.4%포인트 낮은 수치이다.

무관심 속에서 우리가 낸 세금은 엉뚱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예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2017년 예산안 심의 시 이른바 최순실표 예산은 드러난 것만 4천억원에 달했다. 촛불의 힘이 없었다면 이 예산은 결국 최순실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드러남으로 인해 그나마 적은 복지예산이 증액되었다.

빈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예산은 이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지만 이것이 허구임을 지난 몇 년동안 여실히 보여주었다. OECD 평균 수준의 복지제도를 만들려면 현재의 노동소득분배율 60%를 70%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법인세의 정상화와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및 부유세 등을 통한 부자 증세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복지부분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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