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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칼럼] 송전탑과 핵발전소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7.03.28|(125호)
태준호(횡성희망신문 부대표)

에너지 다소비 사회 ↔ 핵발전소 건설 ↔ 송전탑 건설로 이어지는 현재의 구조를 깨뜨리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이곳 횡성에 또 다른 송전탑이 건설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2005년 12월 5일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를 위해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서 시위를 했다. 그때는 그 누구도 이 투쟁이 10년을 끌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10년의 기간동안 두 분의 주민이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집시법 등 각종 위반 혐의로 주민 300여명이 입건되었다. 현장에서 한전 직원과 혹은 경찰과 싸우다 쓰러지는 등 부상을 입어 병원에 후송되었던 사례만 해도 100건이 넘었다. 이런 반대 투쟁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한 송전선로가 2014년 완공되어 현재 전기를 송전하고 있다.

2017년 3월 이곳 횡성에서도 수 백명의 주민들이 모여 송전탑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진 노선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송전탑의 출발점과 도착점이 동일한 상황에서 송전탑이 이곳 횡성을 지나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미 몇몇 마을을 관통하고 있는 송전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경험했기에 많은 주민들이 이 투쟁의 대열에 동참했고, 앞으로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밀양의 투쟁이 국책 사업에 대한 최장기간의 투쟁이었고,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전은 아무 거리낌 없이 밀어 붙였다. 횡성이라고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다양한 당근과 채찍을 가지고 어떤 카드로 밀어붙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승리란 정말 어려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투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내 동네에 송전탑을 들일 수 없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송전탑 자체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라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건설 예정인 송전탑은 울진에 핵발전소가 지어질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두고 있다. 핵발전소가 없다면 당연히 송전탑은 그 존재 이유를 잃는다. 핵발전소 폐기 투쟁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에너지 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석탄과 LNG의 비중을 축소하고 그 대부분을 신규 핵발전소의 발전량으로 채우려 하고 있다. 10여기의 핵발전소가 더 필요한 것이다. 핵발전소는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해 바닷가에 건설되어야 하고, 그 위험성으로 인해 인구 밀집지역에 건설할 수 없으므로 대량 생산과 원거리 수송이라는 체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용량의 송전탑은 필수불가결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가 안전하다는 신화는 무너졌다. 많은 국가들이 핵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포기하고 있는 이유다. 대한민국도 경주에서의 규모 5.8의 지진과 계속된 여진으로 더 이상 핵발전소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는 그동안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상태에서 사업이 지속되어왔다. 최근 울진의 한울 1호기에서 방산선 누출을 차단하는 격납고 내부 철판이 심하게 부식되고, 월성 원전 4기는 아예 이 철판을 설치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작은 한 단면일 뿐이다. 핵피아라고 불리는 소수 세력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 증가가 같이 이루어지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도 에너지 소비 증가와는 무관하다. 에너지 소비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핵발전소 추진 세력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에너지 정책은 어떻게 수요를 잘 관리할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하는데, 정책은 여전히 공급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수요 관리를 위해 가정용 전기의 관리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전체 수요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이다. 값 싼 산업용 전기로 인해 기업들은 에너지 절감 부문에 투자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전기는 계속 부족하고 정부는 계속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에너지 절감 부문에 대한 투자와 지역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송전탑은 계속 건설될 수밖에 없다.

대선정국으로 온갖 공약이 난무하는 이 때 예비 대선주자 7인이 새로운 핵발전소 건설 추진 중단 및 백지화 등 핵발전소가 아닌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만드는데 동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핵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대다수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정치인들도 핵발전소 추진중단에 동의한 것이다. ‘에너지 다소비 사회 ↔ 핵발전소 건설 ↔ 송전탑 건설로 이어지는 현재의 구조를 깨뜨리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이곳 횡성에 또 다른 송전탑이 건설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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