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사회 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
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 (11) 어떻게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할머니들은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생산자이자 씨앗과 육종의 전문가
김신효정 | 승인 2012.12.31|(0호)

 

 

▲ 김신효정(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 연구원)

현재 농업은 유전자조작식물(GMO) 문제를 비롯하여 사막화, 기후변화, 생산원가 증가, 기업 의존도 심화 등으로 인해 식량주권은 물론 식량 생산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더욱이 한국은 약 26만점의 유전자원을 보유한 세계 6위의 종자 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종자 시장 규모는 4억 달러로 세계 종자시장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의 칼로스 쌀, 소노라 밀, 미스킴 라일락이 원래는 한국의 토종쌀, 앉은뱅이 밀, 정향나무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다. 세계적으로는 ‘종자전쟁’이라 불릴 만큼 각 국가마다 유전자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씨앗’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토종씨앗’을 지키는 것에 농업의 미래가 있다. 그러나 이 토종씨앗을 지킨다는 것은 종자 보관 냉동고에 종자를 보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씨앗을 지키기 위해선 변화하는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토착화된 씨앗을 계속해서 육종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와 더불어 씨앗을 보전해온 여성농민에 주목해야한다.  

 사실 농업이 산업화되기 이전부터 씨앗은 ‘여성’들이 보존해왔었다. 농업의 성별 분업으로 인해 여성 농민들은 씨앗을 수확한 이후 좋은 씨앗을 골라 이를 광에 보관하고 그 다음 해 농사를 다시 준비해왔다. 여성 농민들은 어떠한 씨앗이 좋은 씨앗인지, 언제 씨앗을 심어야  하는지, 어떠한 토양에 적합한지, 어떠한 씨앗들이 혼잡이 되지 않는지, 언제 솎아 주고 가지를 쳐야하는지, 어떤 작물 옆에 심는 것이 식물에게 좋은 지 등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몸으로 알고 있었다. 이러한 지식과 기술은 어머니에서 딸에게, 시어머니에서 며느리에게, 이웃에서 이웃에게로 전해져 내려왔다. 이렇듯 오랜 시간 동안 기후와 토양에 맞게 선별되어온 씨앗에는 여성 농민들의 지식과 기술, 노하우가 알알이 담겨있었다.  

 

 

 

▲ 평생동안 호미와 곡괭이만으로 농사를 지어온 김부옥할머니. 올해 92세인 할머니는 다리가 아파 땅에 털썩 주저앉아 작물을 돌본다. 땅을 살리고 작물을 살리는 힘을 가진 김부옥할머니와 같은 여성농민들이 있어 토종씨앗이 전해져올 수 있었다

 오래된 미래인 토종씨앗을 보전하고 있는 현재 60대, 70대, 80대 여성 소농민들, 바로 할머니들은 전국의 농촌 곳곳에서 생명의 움을 틔우고 있다. 이들은 농업의 근대화와 산업화의 광풍 속에서도 자신이 먹거나 혹은 가족이나 자식에게 주기 위해 또는 하던 방식 그대로, 텃밭을 중심으로 토종씨앗을 심어왔다. 그러나 이들의 지식은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 소비라는 시스템 속에서 전근대적이고 무가치하게 다루어져 왔다. 또한 여성농민들은 죽을 때까지 손에서 호미를 놓지 않지만 할머니들은 생산의 주체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재 ‘생산’을 한다는 것은 ‘돈’이 되어야 하나 소량으로 생산하는 농산물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 농사를 지으며 땅을 일구어온 할머니들은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생산자이자 씨앗과 육종의 전문가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역과 소농 공동체에 기반을 둔 대안적인 농업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 즉 농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규모화된 고투입의 생산 방식이 아닌 과거의 자급자족적 생계방식, 소농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여성농민들이 보전해온 토종씨앗과 이들의 토착 지식을 재조명하고 활자화되지 않은 이들의 삶과 농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지난 11월 24일 횡성군농업인회관에서는 횡성군여성농민회 주관으로 토종씨앗을 전시하고 나누는‘씨앗은 생명입니다’행사가 열렸다

 

▲ 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들
























※필자는 여성농민들의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이 시작된 ‘횡성’을 중심으로 여성농민의 토착지식에 대한 석사논문을 썼다. 할머니들의 토종씨앗 이야기를 듣기 위해 횡성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더니, 어느새 횡성이 제2의 고향이 되었다는 필자는 현재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사)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통문>의 편집위원이다.

 

김신효정  yongy63@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6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