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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칼럼]한미FTA는 파기해야 한다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7.07.11|(132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FTA 재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이며, 그 ‘나라’를 위해 어떻게 협상에 임해야 할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FTA 개정 요구를 현실화하고, 5년간의 공과를 명확히 하여 협상에 반영하는 능동적인 태도다. 대다수 서민을 위해 FTA 파기까지 염두에 두고 재협상에 임해야 한다.

 

2003년 ‘FTA 추진 로드맵’을 마련하고 중장기적 과제로 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상정한 이후 2012년 3월 한미 FTA 협정이 발효될 때까지 대한민국 사회는 찬성과 반대로 극명하게 갈렸고, 큰 저항을 불러 일으켰었다. 노동자·농민 등 FTA의 1차적인 이해관계자들과 전혀 소통없이 협상이 강행되었고, 관련 전문가들과 야당은 물론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협정문을 받아보지 못한 채 이루어졌던 협상이기에 전 국민적 저항은 당연한 것이었다. 5년이 흐른 지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이라며 재협상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대한민국 정부는 재협상은 합의된 바 없다며 여론 잠재우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FTA 협정문을 보면 ‘양국의 공동위원회는 협정의 개정을 검토할 수 있으며, 어느 한 쪽 당사국의 요청 후 30일 이내 특별 회기로 회합한다.’고 되어 있다. 즉 미국 측이 개정을 요구하면 당연이 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재협상 개시에 합의한 바가 없다며 피해가고 있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협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FTA 개정 요구를 현실화하고, 협정 발효 5년간의 공과를 명확히 하여 이를 협상에 반영하려는 능동적인 태도인데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FTA 발효 시 정부의 주요한 설득 논리는 무역 및 투자 자유화가 성장 및 고용증대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자유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산업에 집중하고 열위에 있는 산업은 포기하면 보다 많은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고, 외국인의 직접 투자를 통해 생산 및 고용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FTA 발효 후 지난 5년간 대미 수출 증가액의 60%는 자동차 산업이 차지했다. 자동차 산업에서 관세가 없어진 지난해 오히려 수출이 11% 정도 줄어든 것을 보면 자동차 산업 성장이 모두 FTA의 결과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한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 부문에서는 대미 적자폭이 계속 증가해 중소 상공인들을 위협하고 있고, 농업 부문에서는 회생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미국은 FTA로 인한 무역적자가 2015년 기준 148억 달러에 달한다고 호들갑 떨지만 수출 대기업들의 가공무역과 중계무역, 그리고 현지 영업이익까지 경상수지 흑자에 포함되어 흑자가 과도해진 결과일 뿐이다. 현대나 삼성이 미국에서 투자를 늘려 발생한 이익은 결국 미국의 경제에 영향을 줄 뿐 한국 경제와는 큰 관련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직접 투자를 주문하는 이유이다.

외국인 직접투자라고 하는 것도 대부분 주식이나 투기 자본에 집중되어 있을 뿐 고용의 증가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부문에서의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5년전 정부가 제시하던 35만개의 일자리는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의 FTA가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촉진시켰다는 점이다.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도 한미 FTA 브리핑에서 “한미 FTA는 미국의 선진적인 법과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밝혔듯이 미국식 법과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는 것이었다. 철도·의료 민영화 등 공공성이 강한 사회서비스 분야의 민영화가 그 한 예이다.

결과적으로 FTA 5년간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자동차나 철강 부문에서 이익을 봤다고 하지만 낙수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몇몇 재벌과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배당이익을 챙긴 외국 투기자본들만의 이익이었다. 반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규제완화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로 중소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살인적인 실업과, OECD 국가 중 최하위의 식량자급률과 민영화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를 가져왔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나라다운 나라’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라가 있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다수 서민이 생각하는 나라가 있다. FTA의 손익보고서는 어느 입장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재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이며, 그 ‘나라’를 위해 어떻게 협상에 임해야 할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서민을 위한 나라’라면 대다수 서민을 위해 FTA 파기까지 염두에 두고 재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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