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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
MBC와 KBS 노조의 파업은 언론이 더 이상 소수에게 통제되지 않게 하려는 투쟁. 공정한 방송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힘은 시민들이 공영방송을 외치는 방송사 내부의 구성원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공정한 방송 만들기에 동참하는 것이다.
80년대 시절 땡전 뉴스라는 것이 있었다. 오후 9시 정각이면 시간을 알리는 알람 소리와 함께 당시 대통령의 얼굴이 가장 먼저 보도된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당시 정권의 언론 통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예이다. 뉴스의 문구 하나하나까지 통제받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때 언론이 찬양해 마지않던 당시 대통령은 내란죄와 반란죄 수괴 혐의로 무지징역을 선고받았고, 사면되기는 했으나 현재까지도 자신에게 부과된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는 범죄자로 남아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북핵문제와 사드 배치문제에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리고, 방송사 역시 고의적으로 은폐하여 큰 관심사항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으나 MBC와 KBS의 언론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귀족 노조 운운하며 이들의 투쟁을 폄하하고 있으나, 그들의 요구사항은 임금인상이나 처우 개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80년대로 돌아간 듯한 언론의 민주화와 개혁의 요구이다.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언론의 영역에서도 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이 바람을 타고 새로운 언론 매체의 탄생과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정착 등 언론이 일정부분 공공성과 공정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2008년 최측근이던 최시중을 방통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당시 KBS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압박해 결국 사퇴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했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언론노조를 통해 MBC 사장을 사퇴시키려 한다며 보이콧하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의 상황을 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행동이다. 전형적인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이 후에도 정권은 낙하산식 이사 임명과 사장 임명, 그리고 이들에 의한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폐지와 담당 PD 들의 인사를 통해 방송을 장악해 왔다. 방송은 정권과 재벌 등 소수 특권층의 여론 조작과 통제의 수단으로 심각히 퇴행했고, 언론 자유도 역시 악화되었다. 2013년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단순한 여야의 공방으로 처리해 버린 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 세월호 참사 오보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세금도둑으로 몰고 각종 여론을 조작한 일, 박근혜 탄핵 논의 시 최순실 태블릿 PC 진위 여부로 여론 흔들기에 나선 점 등 사실의 고의적 은폐와 조작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루어 졌다. 이 결과 시민들은 기자들을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로 조롱했고, 언론 감시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도 2006년 31위에서 2016년 70위까지 추락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번 MBC와 KBS 노조의 파업은 이런 언론의 위기의 결과이다. 언론이 더 이상 소수에게 통제되지 않게 하려는 투쟁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지난 6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리티가 노조가 주장하는 ‘공영방송 정상화’ 주장에 대해 66.4%가 ‘긍정적이다.’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이번 파업이 단지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정한 공영방송을 바라는 시민과 같이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 하에서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KBS 사장은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11인의 이사회에서 선출하는데, 관행상 여당 추천 7인, 야당 추천 4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사장을 선임하는데, 방문진 9인의 이사는 관행상 여당 6명, 야당 3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장이 되려면 누가 집권할지에 대해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간부가 여당 바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를 해체하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이라는 것은 결국 꿈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번 언론 노조의 파업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장 한명이 퇴진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사장과 이사 임명방식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사는 여야 추천방식에서 시민단체나 관련 학회 등에서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며, 사장 선임건도 시민과 방송사 구성원들에게 줘야 한다. 또한 프로그램의 제작 편성에 있어서도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방송 프로그램이 정권이나 주요 광고사인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다양성이다.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논의되고 녹여내는 방송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방송사는 현재 여당이나 야당 소유가 아니다. KBS는 시청료가 주요 수입원이고, MBC는 방문진이 주식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에서 이 사회의 구성원인 시민들의 몫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공정한 방송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힘은 시민들이 공영방송을 외치는 방송사 내부의 구성원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공정한 방송 만들기에 동참하는 것이다.
태준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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