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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탈출, 나만의 추억여행[일상탈출 여행기]
박준희 | 승인 2013.01.14|(0호)
  박준희(학생기자 횡성중3)


▲ 노량진수산시장(위쪽). 대대적인 시설개선(아래쪽 조감도)후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활기를 지금처럼 느낄 수 있을까.



 학교생활에 인재육성관에…피로하기 짝이 없는 몸을 재충전하고, 마음 정리도 좀 하고, 추억도 회상해 볼 겸 하여 떠나게 된 혼자만의 여행. 아버지는 부자(父子)여행을 제안하셨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아버지는 서운해하셨지만 이내 여행의 성공을 기원해 주셨다. 원래는 당일치기를 계획했으나, 일정상의 무리도 있고 친지 분들도 뵐 겸 해서 부천 고모 댁에 머물게 돼 나만의 여행은 토요일 하루였다.

 첫 행선지는 여덟 살 때까지 살았던 부천. 친구들과 매일 공원에서 뛰어놀곤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았다. 지어진 지 어느덧 30년이 가까워져 가는 허름한 5층 아파트. 세 살 때부터 2년간 살았던 곳으로, 엘리베이터가 없다. 꼭대기 5층에 살았는데 ‘부천의 다른 곳 보다 이 곳이 기억에 남을 만큼’ 계단 때문에 고생했던 적이 수없이 많다. 지금은 계단 서너 칸을 한 번에 뛰어 올라가지만 그때는 한 칸 올라가기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발걸음을 옮겨 찾아간 부천 중동시장. 엄마 손을 잡고 매 주말마다 갔던 곳이다. 그 중에서도 항상 빼 놓지 않고 갔던 야채가게와 어묵집을 찾았다. “준희 왔어.”하시던 야채 가게 주인 아줌마, 이제는 내가 누군지 아무리 설명해도 모르신다. 엄마가 항상 “세 개만 먹으라”고 하셨던 어묵집은 벌써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단다. 하나에 100원씩, 주위보다 싼 가격에 먹을 수 있었던 그 어묵집은 지금은 400원, 500원씩 받는 여느 집과 다를 게 없는 곳이 되어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음이 생소했다. 

 비록 활기찬 새벽 경매는 보지 못했지만, 수많은 상인과 손님들, 또 그보다 훨씬 많은 생선들이 있었다. 사진만 찍고 있는 것이 죄송했다. 상인 분들께서는 무척 열심히 장사 중이셨다. 비록 말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무언 속에서도 인간미가 느껴졌다. 그런 이곳이 노후된 건물과 위생 개선을 위해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조감도를 보니 화려하다. 마치 빌딩 짓듯이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과연 그런 호화스런 건물 속에서 활기차고 열심히 사는 ‘사람’을 느낄 수 있을까.

 다음은 낙원상가와 인사동. 기타 연주와 기타에도 관심이 많은 나에게 낙원상가는 언제 가도 질리지 않는 곳이다. 지난 여름에 왔을때 모든 악기상들이 고가의 악기는 손도 못 대게 했지만 ‘반드시 연주해 보리라!’ 마음 먹고 갔다. 많은 가게에서 퇴짜를 맞았다. 내가 너무 어려 보이는지, 혹은 실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지, ‘오늘 살 것 아니면 가라’며 문전박대했다. 하지만 수많은 가게를 지나 결국은 300만원 상당의 기타도 연주해 볼 수 있었다. 얼마나 황홀했던지, ‘지금의 내 기타는 대체 뭘로 만든 건가! ’ 그 곳 직원분께서 덧붙이신 말씀,

 “이 기타 갖고 싶으면 일단은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헐!’

 낙원상가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듯이 가까운 인사동 거리. 골동품점, 갤러리가 자리잡고 있다. 전에는 인사동에만 가면 3시간은 기본으로 돌아다녔다. 이번에도 그런 기대를 했다가 크게 실망했다. 외국인들의 영향인지 그들을 겨냥한 가게들은 늘었으나, 정작 우리 한국인들의 추억거리는 사라지고 있어 아쉬움이 컸다.

각종 상품들과 조명으로 넘쳐나는 명동거리의 한 외국브랜드 판매점(왼쪽). 점심으로 낙원상가 아래에 있던 4천원짜리 순대국밥을 먹었던 내게 호화로운 명동은 부담스러웠다.

 눈이 내리기 시작해 얼른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계획대로라면 남대문시장을 구경하는 것이지만, 갑자기 지하철역 광고에 나온 명동거리, 화려하기 그지없는 그곳의 강렬한 끌림이 내 발걸음을 명동역에서 붙잡고 말았다.

 명동은 역시 화려했다. 열 명당 한 명꼴로 외국인이다. 여섯 시면 해가 지는 겨울이지만 어둠을 잊은 듯이 명동의 불빛은 대낮에 버금갔다. 하, 지, 만, 명동은 내게 전혀 맞지 않는 듯!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지만, 쌓여 있는 상품들과 번쩍거리는 불빛 속에서 몇 분을 걸으니 벌써 질린다. 역시 나는 서민파인가, 호화로운 명동이 오히려 부담스럽기만 했다.
 미로같은 명동거리를 탈출(.)하여(길을 두 번 잃었다) 남대문시장까지 걸어갔다. 이미 시계는 일곱 시를 가리키고 점포의 절반은 문이 닫혀 있었다. 남대문시장도 새벽 도매가 진리라는데... 아쉽지만 잠시 둘러보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안경점이 많았다. 한 가게 지나 안경점이다. 부모님은 신혼 때 이 곳에서 안경도 맞추고 데이트도 즐기셨단다. 낮고 좁은 골목들을 돌다 보니 배꼽시계가 밥을 먹으라고 재촉했다. 아버지께 ‘남대문시장에서 저녁으로 뭘 먹으면 좋을까요’라고 전화드리니 근처의 갈치조림이 맛있다고 하셨다. 다만 옛날 맛이 나지 않는단다. 정말이다. 맛이 없었다. 외국인 커플은 맛있게 잘 먹던데. 게다가 값도 비쌌다. 갈치 두 토막에 7천원. ‘가게를 잘못 골랐나.’ 하여튼 대실망. ‘뭐 음식 먹으려고 여기 온 건 아니니까’ 하고 달래본다. 

 외국인들에 맞춰 간판도 한글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기본이다. 외국인들이 어떤 음식인지 확인하고 먹을 수 있도록 식당 앞에 모형도 준비되어 있다. 외국인들이 방문한다는 것은 충분히 반길 만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사라져가는 시장다운 모습이 안타까웠다.

 꼬박 한 나절이 걸린 여행이 끝났다. 반가움, 즐거움, 안타까움을 느꼈다. 고작 한 나절 동안, 게다가 시골도 아닌 도시로 다녀온 게, 발 아프도록 걸은 것이 뭐가 재충전이 되고, 마음 정리가 되냐 싶기도 하지만 부천에서의 어릴 적 추억, 서울에서의 사람 냄새는 참으로 귀중한 수확이 아니었나 싶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추억여행을 권해 본다.

 이제는 다시 의자에 앉아 마음잡고 공부를 해야 하겠다. 인재육성관도 이미 개강했다. 일상으로 돌아와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해야겠다. 이번 재충전을 기회삼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또 가고 싶다. 서울이든, 부천이든, 다른 어디든!


박준희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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