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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칼럼]북한파괴와 한반도의 평화
태준호 | 승인 2017.09.28|(137호)

현재의 긴장된 정세와 갈등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을 세우는 일.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과 한반도 비핵화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방어를 위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며 대북 제재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했다. 북핵 문제가 불거진 2006년 이후 10차례의 대북 제재 결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15일 북태평양으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전혀 흔들림 없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대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미국과 북한의 물밑 접촉 과 미․중간의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한반도가 급격히 전쟁국면으로 흐를 수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현 정부의 대응은 안이해 보인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채널 개설 등의 협조를 구했으나 그 존재감은 미미해 보인다. 더욱이 청와대는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 수도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등 대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도 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을 핑계 삼아 전격적으로 사드를 배치하여 대치국면을 만들고, 청와대의 엄중 경고까지 이어진 외교와 안보라인간의 집안싸움이 보여주듯 정부 정책은 일관성을 상실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여기에 보수야당은 북핵 문제의 해결에 책임 있는 자세보다는 강경한 여론몰이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에 대한 응징과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전술핵무기의 도입은 한반도에서의 핵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북한 핵 개발의 정당성을 주고, 중국 등 인근 강대국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런 주장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여당이나 야당 모두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아닌 ‘북한 봉쇄를 어떻게 할 수 있는가’와 ‘무엇이 정권 유지에 도움을 주는가’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주문하지만, 북한이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와 상대적으로 받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최후의 경고’ 등 온갖 말이 난무하지만 뒤돌아보는 성찰은 없다. 여기에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의 입장을 계속 따라다니기만 하니 북한도 더 이상 현 정부를 대화상대로 삼지 않고 미국과의 창구 개설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 속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더욱 요원해 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위 ‘코리아 패싱’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긴장된 정세와 갈등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원칙 없이 주변의 상황에 몸을 내맡기다보니 현재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이나 대한민국의 일부 입장에서는 전쟁도 불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말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화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고 있으나 서로 양보하지 않는 이상 대화가 진전될 리 만무하다. 그러나 전쟁은 재앙이다. 이미 남북간 한 번의 전쟁을 경험했다. 한순간의 오판으로 전쟁이 불러올 참상을 생각한다면 상대를 자극하는 언사를 자제하고 대화국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이다. 이미 핵 기술이 상당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리는 만무하다. 그렇기에 핵 폐기가 아닌 핵동결, 즉 과거는 묻지 않고 추가 개발을 봉쇄하는 현실적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대화란 것은 결국 상대방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내 말만 옳다고 하면 결국 싸움이 날 뿐 대화가 진전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스스로 밝혔듯이 미국의 정책은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이다. 현재 한반도에서의 사드 배치 등 여러 문제도 미국의 확장전략과 관련 있다. 그들은 한반도의 평화보다는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로 미국 본토 타격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들에게 무기 판매와 중국과 관련한 분쟁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즉 현재의 위기를 그들의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반도의 평화는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의 민중의 힘에 의해야만 한다. 미국에게 평화를 구걸할 것이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면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할 수도 있음을 그들에게 알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시민상 수상소감에서 촛불혁명을 언급하며 ‘한국의 촛불 시민을 대신해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촛불은 평화였다. 현 정부가 촛불을 계승했다고 한다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태준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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