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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열어두니까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해요”횡성 in: 귀농인 이철영 생운리 사무장
이창조 기자 | 승인 2013.01.28|(0호)
▲ 활짝 열린 대문 앞에서 웃고 있는 이철영씨

 
도시인들에게 농촌은 ‘훈훈한 공동체성’과 ‘강한 텃세’라는 양면의 이미지를 주곤 한다. 횡성 역시 외지인들이 보기엔 두 가지 얼굴을 모두 가진 곳이다. 그 속에 정착하고자 찾아온 이들은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횡성의 귀농인 중에 새내기라 할 만한 횡성읍 생운리 사무장 이철영(51) 씨의 ‘마을 적응기’는 이렇다. 

 이철영 씨가 생운리로 이주해 온 것은 2010년 가을. 그해 겨울의 구제역은 전국적인 재앙이었지만, 이철영 씨에겐 마을주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당시 생운리 주민 전체가 방역작업에 분주한 가운데, 이 씨는 “그저 차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게 미안”해서 소주와 통닭을 사들고 틈나는 대로 마을 사람들을 ‘위문’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이 시작됐다. 

 이후 이철영 씨는 마을의 여러 일들을 맡게 됐다. 사진을 취미로 삼던 그에게 사진작업 요청이 들어오고 각종 서류작업 부탁도 들어왔다. 그러다보니 자원봉사 사무장 자리까지 맡게 됐다. 

 스스로 일을 만들기도 했다. 이철영 씨는 마을회관에 컴퓨터교실을 열어 마을 어른들에게 타이핑 하는 법, 컴퓨터 다루는 법을 지도했다. 처음엔 A4문서 한 장을 옮기는데 두 시간씩 걸리던 분들이 이젠 두 페이지를 1시간 안에 끝낼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단다. 혼자 힘으로 부족한 일은 지인들의 도움을 구했다. 지난해엔 서울의 후배를 불러다가 장승을 깎고 글씨도 쓰게 했다. 요즘말로 ‘재능기부’를 받은 셈이다. 그렇게 제1회 생운리 장승제를 지냈고, 올해부터는 대보름 때마다 장승제를 지내면서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마을 단합의 계기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지인들에게 책을 보내라 해서 1천여 권을 모았고, 그걸로 마을회관에 도서관을 만들고 거기서 영화상영도 해보고 싶단다. 그렇게 하나하나 마을에 없던 일들을 시작해 보고 싶다는 것이 이철영 씨의 희망이다. “이곳은 사람들도 좋고 자연환경도 좋아요. 그건 제가 받는 혜택입니다. 그래서 나도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해서 ‘본업’이라 할 농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 농사일이 처음인지라 마을사람들이 권하는 대로 첫해엔 옥수수, 다음해엔 감자를 심었다고 한다. 제초제를 뿌려야 한다고 해서 뿌려보기는 했지만, “죽는 놈만 죽고 사는 놈은 산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문제만큼은 농사 ‘고참’들의 조언을 안 따르고 무농약 농사를 고집하기로 했다. 아직 4백평 정도의 밭을 일구는 형편이라 농사를 호구지책으로 삼기는 어려워, 시쳇말로 ‘벌어놓은 돈 까먹어가며’ 생활하고 있다는 이철영 씨. 도시에서보다 소비가 줄어든 만큼, “조금 먹고 조금 싸자”는 생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외지인으로서, 귀농인으로서, 이철영 씨가 생각한 ‘마을 적응 비법’을 물어봤다. 이철영 씨의 답이다.

“처음에는 대문을 닫아놓고 살았는데요, 어느 날부터 대문을 열어놓고 외출하기 시작했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동네 아주머니가 열무 한 다발을 들고 오시기도 하고, 만두나 감자를 가져다주시기도 해요. 문을 닫아두면 그분들이 들어올 수가 없잖아요. 먼저 문을 여세요. 내가 먼저 열지 않으면 절대로 먼저 다가오지 않아요. 마을과 동화하지 않으면 스스로 갇히는 것 아니겠어요.”

 이철영 씨는 “좋은 동네에 살면 자기도 그만큼 좋은 걸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돈 들고 내려와 집 짓고 자기 혼자 즐기며 살 거라면, 아예 귀촌을 안 하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횡성군에 따르면, 횡성군의 인구는 6년째 늘고 있다고 한다. 2012년에도 출생과 사망에 따른 자연증감으로 인한 인구는 줄었는데 전체 인구는 250명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철영 씨처럼 횡성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그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즉, 횡성의 ‘텃새’들이 이들을 얼마나 잘 품어줄 자세를 갖고 있는지, 거듭 돌아봐도 과하지 않다. 
 

▲ 새농어촌건설운동을 추진중인 생운리는 지난해 6월 마을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장승제를 지냈다. 마을에 세울 장승을 깎고 있는 이철영씨(위). 완성후 마을에 세워진 장승. 이철영씨는 대보름 장승제를 비롯해 마을문화를 복원하고 싶어 한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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