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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은 농가소득에 도움줄까?
태준호 기자 | 승인 2017.12.28|(143호)
태준호(횡성희망신문 부대표)

청탁금지법의 완화로 농업의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기이다. 농민의 어려움을 빙자해 좀 더 좋은 선물을 많이 달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선물을 받을 당사자들은 대부분 경제력이 좋은 사람들...농수축산물을 팔아주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자신이 구입하여 먹거나 기부하면 될 일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다. 지난 11월 27일 회의에서 부결되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위원들에 대한 재 설득에 나서 표결절차 없이 참석자 13명 전원 합의로 의결되었다고 한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공직자 등이 선물을 받는 경우 농축수산물과 원료의 50% 이상이 농축수산물인 가공품에 한해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총리가 10월부터 내년 설전에 개정안이 처리되어야만 농민에게 혜택이 빨리 돌아갈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진두지휘하고, 농림축산식품부나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를 촉구해 왔었기 때문에 이는 사실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니 이들이 청탁금지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비리를 규제하는 반부패법으로서 일명 ‘김영란 법’이라고도 불린다. 부패한 공직자의 비리를 막기 위해 고안되었으나, 2012년 제안 후 거센 반발로 3년 가까이 법제화되지 못하다가 2016년 9월에서야 겨우 시행된 법이다. 이 법은 이 만큼 받아도 된다고 허용하는 법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전부 금지하는 것이고, 아주 예외적으로 부득이할 경우의 금액을 규정한 것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은 괜찮다는 식의 법으로 호도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 1년 조금 지난 시점에서 예외규정에 불과한 것을 농민의 고충을 빌미로 개정하려는 시도는 청탁금지법의 근본 취지를 흔드는 것이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부정부패쯤은 인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이 법을 완화한다는 말은 씁쓸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한껏 양보해도 이 법 개정이 농가의 소득보다는 유통업자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농수축산업의 소득 보전은 이 산업을 어떻게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까 하는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 100대 과제에서도 농업부문은 푸대접에 가깝고, 이렇다보니 내년 예산에서도 농업은 지난 정부의 재판에 불과한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면서도 농민 때문에 이 법을 개정했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서 농업의 소득을 보전해주고자 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농업과 농촌이 단지 먹거리를 도시에 제공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환경·생태·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도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농업과 농민의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농민단체들도 기초 농산물에 대한 국가수매제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등의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이런 상태에서 청탁금지법의 완화로 농업의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기이다. 농민의 어려움을 빙자해 좀 더 좋은 선물을 많이 달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덧붙이자면 선물을 받을 당사자들은 대부분 경제력이 좋은 사람들이다. 국회의원들만 봐도 평균 20억 이상의 재산에 연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다. 농수축산물을 팔아주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자신이 구입하여 먹거나 기부하면 될 일이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부정과 부패는 작은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정도 쯤이야’ 하는 생각이 점점 커져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공공기관이 청렴을 외치지만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대한민국의 청렴도는 OECD 35개 국가 중 29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청탁금지법은 완화가 아닌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 정부가 정녕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청탁금지법 완화가 아닌 지속가능한 농촌과 농업을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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