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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도 아닌데, 제 이야기 들어볼 거 있나요 뭐...”횡성in: 친환경 농사로 활로 찾아보려는 이을택 생산자
이창조 기자 | 승인 2013.02.25|(0호)
▲ 이을택 씨/ 도로 너머로 뒤에 보이는 것이 이을택씨의 하우스다

 우천면 두곡리에서 농사를 짓는 이을택(49) 씨는 지난해 이름을 바꿨다. ‘하진’이라는 이름도 좋아 보이는데, 이 씨는 “되는 일이 별로 없고 노력한 대가도 안 나오는 것 같아서” 개명을 했다고 한다. 일찌감치 외지에 나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12년째. 기업으로 치면 안정궤도에 오를만한 시간인데, 이을택 씨의 삶은 여전히 퍽퍽해 보인다. 

대한민국 소농에게는 ‘판로’가 곧 ‘활로’다. 그 길을 어떻게 열어가야 할지가 큰 숙제다.

  이을택 씨는 “좀 의미있게 살아보려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먹을거리이기에 농사는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농사를 지어보니까 전혀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을택 씨는 일반 농사에서 친환경 농사로, 그리고 중도에 일반 농사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친환경 농사로 전환한 경우다. 특별한 의미부여나 철학이 있어서 친환경 농사를 짓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먼저 이 씨의 몸이 일반 농사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 한 2년간 일반 농사를 지었는데, 마스크를 써도 약을 칠 때마다 머리가 아팠어요. 적성에 안 맞는 거 같아서 친환경으로 돌린 거예요.” 

 그러나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2년만에 포기하고 일반 농사를 짓다가 친환경농사로 다시 돌아섰다. 이 씨는 “일반 농사를 지어 봐도 수확량에 별 차이가 없더라구요. 어차피 안 되는 건 똑같은 거 같아서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5-6년 정도 친환경 농사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 씨는 두곡리의 친환경작목반 회원이다. 다른 회원들이 벼농사를 중심으로 하는데 비해, 이 씨는 오이와 고추 등 채소농사에 주력하고 있다. 본인이 소유한 땅은 없고, 형님으로부터 하우스를 빌려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품목을 생산하는 게 아니다 보니 작목반 회원들과의 공동판매는 어렵다. 그럼에도 작목반에 가입한 이유는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고 외롭지 않아서”라고 한다. 각종 서류작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 이을택 씨는 지난해 재배를 시작한 쵸코베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우스안의 쵸코베리

  지난해 수입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묻자, “1300만원 정도 판 것 같은데, 자재값 같은 거 제하고 나면 5~600만원쯤 남을까요”라고 말한다. 당연히 그 정도 수입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꾸리는 것은 무리다. 때문에 이 씨는 겨울철이면 우천의 농공단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부인도 공장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영농자금 빌려 쓴 걸 이자만 갚아 나가는 형편이라는데, 지금처럼 “농자재값은 비싸고 소출은 적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처음엔 3% 이자였지만, 1년 지나면 연체이자가 15% 이상으로 뛰어요.” 그래서 이 씨에겐 빚 자체가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이을택 씨는 지난해부터 ‘쵸코베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3-4년 후면 수확이 가능한 이 작물이 이 씨에겐 기대주이자 희망주다. “포도나 복분자보다 영양소가 많은 작물이에요. 가공할 필요도 있을 테고, 아직까지 판로는 모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소농들이 이을택 씨와 같은 경험과 고민을 겪고 있을 듯하다. ‘판로’는 이들에게 곧 ‘활로’다. 그 길을 어떻게 열어가야 할지는 큰 숙제다. 이창조 기자
▲ 이을택 씨의 농장간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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