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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과 을과 병의 전쟁
태준호 | 승인 2018.01.17|(144호)
태준호(횡성희망신문부대표)

영세한 자영업자를 내세워 최저 임금 인상 공격...“갑”들은 건드리지 않고 “을”과 “병”간의 전쟁만 부각시키고 있다. 최저임금 문제의 본질은 ‘지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 재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문제, 가맹대리점 본사의 갑질문제 등 재벌 개혁과 경제의 민주화에 있다.

 

2018년 시작과 함께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저임금 여파로 서비스업 일자리가 6만개나 줄어들었다며 ‘최저임금 망국론’을 내세우는가 하면,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을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거나 지역별·산업별 차등 적용 등 여러 꼼수를 동원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최저임금 TF를 통해 최저임금 꼼수를 챙기겠다고 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 정부가 2020년까지 시급 1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은 주로 저임금 노동자 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의 구도로 되어 있다. ‘알바(아르바이트생)가 사장보다 버는 돈이 많다.’며 영세한 자영업자를 내세워 최저 임금 인상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미국사회에서 1%와 99% 사회란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상위 1%의 재력이 이미 하위 95%를 합친 것과 맞먹는 상황에서 사회가 오로지 상위 1%의 이익에 종사하며, 사회가 1%의 상류층과 그렇지 못한 99%로 나뉘어져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한국사회에서도 통용된다. 대한민국 부의 70% 가량이 10%의 상위그룹에 편중되어 있고,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90% 이상을 싹쓸이 하는 상황에서, 그 어느 누구도 이 1% 혹은 10% 상위 그룹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2017년 53조 6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가 어떻게 재분배되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제기하지 않고, 나머지 90%간의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사회의 “갑”들은 건드리지 않고 “을”과 “병”간의 전쟁만 부각시키고 있다.

최저임금 문제의 확산은 이들 상위 10%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통해 일자리 안정 자금 지원,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상가임차인 보호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더군다나 국회에서 일자리 안정 자금 지원을 더 이상 늘이지 않겠다고 합의한 상황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태는 나아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문제의 본질은 ‘지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벌 개혁과 경제의 민주화에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희생을 용인하고 그 구조를 유지하며 이득을 본 당사자는 재벌 대기업과 가맹대리점 본사, 상가 임대인 등이다. 이들에 대한 문제를 무시하면 다시 “을”과 “병”의 전쟁만 부각될 뿐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에서 이러한 부분은 무시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좌절되고 우리 사회가 저임금 구조의 경제체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후세대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를 넘어 집과 경력, 희망·취미와 인간관계까지 포함한 칠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의 불평등은 심각한 상황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람중심의 경제로 삶을 삶답게 만들겠다고 했다. 삶다운 삶이란 칠포세대의 이유가 사라진 삶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말한 것이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 재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문제, 가맹대리점 본사의 갑질문제 등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태준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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