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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의 아이들] (9) 여고생들과 함께 나눈 <학교> 이야기학교! 귀찮고 가기 싫은데 안가면 가고 싶고, 공부가 싫어도 친구랑 있는 게 좋아 가고 싶은 곳
이창조 기자 | 승인 2013.02.25|(0호)


얼마전 <학교 2013>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된 바 있다. 이 드라마는 정인재(장나라 분)와 강세찬(최다니엘 분)이라는 두 선생님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빚어가는 이야기들을 통해 학교의 현실을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우리 횡성의 아이들에게 <학교>란 어떤 공간일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지난 2월 5일 희망신문 사무실에서 권예지, 박유리나, 이재림(이상 횡성여고 3학년, 2월 14일 졸업), 조정은(횡성여고 2학년) 학생과 만났다. 최대한 아이들의 언어를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되, 어법에 맞도록 표현을 다소 다듬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이창조 기자(이하 기자) : 최근 방영된 <학교2013>이라는 드라마를 본 친구들이 있나요.

- 권예지(이하 권) : 저희 학교에 비춰보면 많이 해당되는 내용은 없었어요. 그런데 횡고 애들만 해도 다들 자기네 학교 이야기랑 똑같대요. 과장이 쪼끔 있어도 자기네 학교 이야기 듣는 거 같대요.

= 기자 : 여러분들에게 학교란 어떤 곳인가요.

- 조정은(이하 조) : 다양한 친구들이랑 만날 수 있는 곳이요.

- 박유리나(이하 박) : 집이요. 집은 안락하고 쉴 수가 있잖아요. 요즘 학교는 체벌도 없고, 편안하고 집 같아요. 선생님이 친척이 되는 거고, 친구들이 형제가 되는 곳. 그래서 집이라고 생각해요.

- 이재림(이하 이) : 가기 싫지만 가고 싶은 곳.(친구들 : 와~ 맞아맞아!) 아침에 일어나면 귀찮고 가기 싫은데, 막상 안 가면 되게 가고 싶고. 공부를 하는 게 좋지는 않지만 친구랑 함께 있는 게 좋으니까, 가고 싶은 거 같아요.

- 권 : 학교는 책임감이요.(예지 양은 2012년 전교회장이었다) 고1 때는 학교 가는 것에 부담도 없었는데, 2학년 올라가 실장 하면서 반 아이들과 나는 좀 다르다고 느꼈어요. 제가 아이들 통솔해야 되고,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고2 때 살이 막 빠졌어요. 그러다가 회장을 하게 되면서는 저 혼자 따로 하게 되는 일들이 있는 거예요. 스승의 날 행사하면 저는 수업을 빼고 학생부 올라가서 사회 보는 걸 대본 갖고 연습을 하고. 그러면서 제 기억에 고3은 친구들이랑 있는 기억보다 혼자 심부름하러 다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나가서 선도해야 되고. 그것 때문에 부담감, 책임감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뿌듯해요.

- 박 : 후회한 적 많아.

- 권 : 후회한 적 있는데, 진짜 쓸데없는 거 시킬 때. 이런 거 해도 끝에 내 이름 들어가는 거 말고는 많이 알아주지를 않아, 애들이. 그래서 좀 화날 때 있어. 내가 엄청 열심히 했는데 그걸 안 알아줄 때.

= 기자 :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 박 : 교우관계를 지키려면 사람이 이기적이어야 하고 아부도 떨어야 할 줄 알아야 되고,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있겠지만, 지금부터 있다는 게 쫌...

- 권 : 이기적이면 안 되는 거 같아요. 저는 그래요. 저는 반대로 굉장히 남을 위하는 척을 많이 했어요. 근데 결국에는 저만 힘들어지는 거예요. 가짜인 척을 해야 하고 가식적인 것들이 결국에는 애들도 그런 걸 좋아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제가 그런 걸 고2 때 겪고 고3 때 바꿨거든요. 그냥 누가 나를 싫어하든 말든 ‘나대로 하자′ 그랬는데 애들이 또 달라졌어요. 제 식대로 하니까 물론 저를 싫어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저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이 생기는 거예요. 솔직한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 기자 : 선후배들과의 관계는 어땠어요.

- 이 : 저는 학교에서 조용한 애라서 딱히 선후배 관계 왕래가 없었고, 아는 선배후배 한명도 없었어요.

- 박 : 저는 1·2학년 때 2·3학년 언니들을 되게 좋아했어요. 그 언니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는 거예요. 중간고사면 문자를 보내서 시험 잘 보라 그러고, 그런 걸 보고서 저는 후배들한테 정말 잘해줘야 되겠다, 내가 배운 걸 그대로 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조 : 저한테 웃으면서 인사해주는 언니가 너무 좋았어요. 저도 ‘애들이 인사를 하면 웃으면서 받아줘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 권 : 1학년 때 3학년 언니들이 다 기억나요. 체육대회 때 언니들이 자기 동생들 챙기는 게 강했거든요. 줄넘기를 했는데, 3등을 해서 제가 막 울었어요. 언니들이 와서 같이 울었어요. 잘했다고 말하면서. 그때 언니들이 되게 크다는 걸 느꼈어요.

학교가 주는 자율은 때로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도 해

= 기자 :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 박 : 어떤 선생님이 계신데요. 어떻게 보면 자율적이어서 참 좋은 거 같기도 하지만, 어떨 때 보면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 조 : 공부를 안 하는 애들은 터치를 안 해서 좋아했고, 공부를 하는 애들은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있어서 좋아했어요.

= 기자 : 결국 그 선생님은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나요.

- 박 : 하지만 그 선생님은 그런 게 있어요. 무시랄까. 모른다고 무시하는 거. 너희 그런 것도 안 배웠어. 그런 거. 그런 거 때문에 애들이 조금은 꺼려해요.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안 좋은 거. 결국 공부하는 애들은 다섯 명 정도. 일대일 수업 하는 거처럼요.

= 기자 : 드라마에는 정 선생님하고 강 선생님 두 사람이 나오잖아요.

- 권 : 정 선생님이 당연히 좋죠. 1·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그런 선생님이었어요. 한 명 한 명 물어봐주고. 처음에는 귀찮았거든요. 왜 그런 거까지 참견하시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면 그런 선생님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그때 만약 그렇게 안 해주셨으면 야자(야간자율학습)도 안했을 거고. 제가 지금 이렇게 대학교 갈 수 있는 게 다 그런 선생님들의 관심 때문인 거 같아요.

- 이 : 저도 예지랑 같은 반이었는데, 1학년 때는 야자가 강제였어요. 선생님이 성적도 신경을 많이 쓰시고 상담하러 가면 성적부터 보시고. 그때는 되게 싫었는데, 당시는 귀찮지만 하나하나 신경 써 주시는 선생님이 좋은 거 같아요.

- 조 : 선생님이 너무 강압적이면, 그거에 애들이 너무 무서워해요. 겁부터 먹고 얘기를 안 하는 경우가 있어요. 

- 박 : 제가 가정형편이 안 좋아요. 그걸 숨기고 살아요. 그런 거마저도 이야기하면서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하는 그런 선생님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 기자 : 각자 자신의 학업에 대해선 몇 점씩을 주고 싶은가요. 

- 조 : 빵점이요

- 이 : 50점

- 박 : 20점

- 권 : 70점 주고 싶어요.
 

공부가 99% 중요 vs 교우관계가 99% 중요

= 기자 : 학교생활에서 학업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조 : 99%. 대한민국에서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는 거라서 학교를 다니는 이유도 공부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1%가 친구, 99%는 공부라고 생각해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그게 발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 박 : 저는 1%가 공부고, 99%가 친구관계라고 생각해요. 학교라는 거는 인간관계를 배워야 되는 그런 기관이잖아요.

- 이 : 리나 말에 동의하는 게, 성적이 안 좋게 나오면 기분이 많이 안 좋은데,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아요. 하지만 친구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게 오래 지속되니까 나 자신을 위해서는 대인관계가 중요한 거 같아요.

- 권 : 저는 공부 40, 교우관계 60이요. 독서실이나 학원처럼 공부할 수 있는 곳은 많잖아요. 하지만 교우관계를 배울 수 있는 곳은 학교라고 생각해요.

= 기자 : 학교를 떠나는 친구들을 많이 보나요.

- 조 : 저희 학년 아이들 중에 자퇴한 아이들이 있어요.

- 권 : 오정호(드라마에서 문제아 역할을 맡음)같은 애가 있어요. 건드릴수록 더 반항하는 애라서, 그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일 수가 없는 거죠. 그 아이한테 관심을 둘 선생님도 없어요.

- 조 : 저는 저희 모두의 학교생활을 위해서 그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거에 찬성해요.

- 박 : 저는 반대해요. <학교의 눈물>이라는 다큐를 봤는데, 일진인 여자애가 집안불화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한 선생님이 전근 와서 그 애를 맨날 붙잡고 얘기를 했더니 이 아이가 정말 착해진 거예요. 애들한테 다 사과하고. 그 이후로는 문제 있는 아이들이 거의 사라졌대요. 그 친구들을 분명히 잡아줄 수 있는 선생님들이 있으면 올바른 길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되고, 그런 거 보면 안타깝죠.

- 권 : 2학년말까지 남은 애들은 그래도 졸업장이라도 있어야 취직한다는 마음으로 남아있는 거에요.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애들은 별로 없어요.

= 기자 : 선생님의 입장에서 보면 애로가 많지 않나요. 지금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 박 :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아이들을 보살펴야 되는 거고 아이들을 하나하나 알아가야 되는 거기 때문에 그런 게 좀 있어야 될 거 같아요.

- 권 : 옛날처럼 몽둥이로 때리는 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벌조차도 주기 힘든 현실이 됐잖아요. 그래서 애들이 무시를 하는 거죠. 당연히 바르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는 혼을 내야 하는데요. 

- 조 : 저희 반에 좀 문제가 있었는데 그 아이를 선생님이 붙잡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그 손을 뿌리쳤어요.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결국은 선생님이 그 아이를 놔버렸거든요. 그만큼 교사들이 뭐라 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진 거 같아요.

- 박 : 요즘 학생들은 자기 잘못을 무마시키려고 하는 게 심한 거 같아요.
 
= 기자 : 각자 학교에 대해 한 마디씩 덧붙이는 것으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 박 : 저는 공근이라는 작은 중학교를 나오다보니까. 학교란 곳은 존중이 정말 실천되어야 되는 곳이다 생각돼요. 중학교 때는 교장선생님이 우리 학교 애들 집안사정을 다 꿰뚫고 있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가정형편이 안 좋은데, 명절이면 찾아오셔서 돈도 주고 쌀도 가져오고 사과도 한 박스 가져오고 그러셨어요. 심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서로 존중한 결과라고 봐요. 횡여고도 서로가 존중을 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 이 : 정말 뭣보다 소중한 건 친구인 거 같아요.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친구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는 거 같고, 싸우는 것도 경험인 거 같아요. 제가 이 친구랑도 다툼이 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친해졌거든요. 싸우면서도 친구랑 함께 하면서 배우는 소중한 곳인 거 같아요. 대학가도 고등학교 생각이 많이 날 거 같아요.

- 조 : 저는 공부가 99%라고 했던 게 제일 후회돼요(학생들 웃음). 언니들 얘기를 들으면서 공부가 전부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도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던 시기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 권 : 저는 1·2학년 때 선생님들 기억에 나요.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다가, 나를 정말 잘 아는 선생님은 그 선생님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면서 계속 그 선생님 생각이 날 거 같아요.

- 조 : 아쉬워요. 얘기를 좀 더 하고 싶은데...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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