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과 같은 대형 비리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전반적인 공직기강 해이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출장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사전 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행정안전부의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http://btis.mopas.go.kr)을 통해 횡성군수를 비롯한 횡성군 공무원들이 공직자의 복무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살펴본 결과 여러가지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이하 정보시스템) 등록이 이루어진 2010년 이후 횡성군의 공무국외여행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공무원들이 ‘국외여행에 따른 보고서등록의무’를 지키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지나치게 관광일정을 많이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시스템에 등재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월 횡성과 홍천의 군의회 의원과 공무원들이 함께 미국과 캐나다를 다녀온 이후 횡성군 공무원들의 해외출장은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행정안전부의 <국가공무원 복무, 징계관련 예규(행정안전부 예규 제 321호)>에 따르면 공무국외여행자는 귀국 후 30일 이내에 공무국외여행보고서(이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지방공무원과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역시 공무로 국외여행을 다녀온 경우 보고서 등록은 의무사항”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2012년 2월 이후 단 한건도 보고서를 등록하지 않은 횡성군의 경우는 모두 복무규정위반이다.
보고서를 등록한 경우 역시 등록기간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2010년 이후 등록한 횡성군의 보고서 중 규정된 30일의 등록기간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전체 59건 중 36건에 달한다(중복 등록된 보고서 제외). 심지어 일 년이 지난 후에야 보고서를 등록한 경우도 있었다.
횡성군 공무원이 복무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 관리책임을 다해야 할 고석용 횡성군수 역시 보고서 등록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고 군수가 등록한 마지막 보고서는 2011년 6월에 다녀온 터키, 그리스 등 평생학습도시 방문 최고지도자해외연수. 고 군수는 이후 2011년 7월 18일부터 25일까지 인재육성관 학생들과 함께 미국을, 2012년에는 6월 7일부터 16일까지 평생학습도시 방문 최고지도자 해외연수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연이어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서원면 테마파크개발 건으로 호주를 다녀왔지만 단 한 건도 보고서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보고서들 대부분이 부실하게 작성되어 있다. 보고서는 공무국외여행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모두 등록하게 되어있고 여행계획서에는 여행목적, 기간, 국가, 방문기관, 일정 등은 물론 여행자의 인적사항과 여행경비 세부사항, 2인 이상일 경우 각각의 업무내용을 적게 되어있지만 횡성군의 경우 고 군수를 포함해 여행계획서를 올린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결과보고서 역시 여행목적과 여행결과가 계획서와 부합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각 항목을 세부적으로 제출해야 하지만 이를 지킨 보고서는 없었다.
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보고서에 빠져있는 고석용 횡성군수의 해외출장세부내역을 알기 위해 횡성군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횡성군은 여행경비의 세부항목 없이 총액만을 공개하고 말았다.
단순히 제출해야 할 항목을 빠뜨린 정도가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런 해외출장이 필요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행정안전부의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전체 59건 중 업무수행을 위한 해외출장은 불과11건. 나머지는 시찰, 견학, 자료수집 등의 해외연찬이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마인드함양, 선진문화경험, 공무원사기앙양이라는 이름아래 아예 전 일정이 관광으로만 채워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 명분은 선진제도 견학, 선진사례 벤치마킹, 자료수집 등이지만 전체 일정의 90%이상이 일반 관광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업무관련 일정이라고 했지만 사실여부를 믿기 힘든 경우도 있다. 2010년 선진국의 사회복지제도를 비교연구한다는 이름아래 보건급 공무원 4명이 8일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등을 관광한 경우다. 일주일 중 단 하루,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동안 스위스의 지자체복지기관을 방문해 사회복지현황과 저출산대책사업을 조사했다지만 방문했다고 주장하는 해당 복지기관을 밝히지도 않았고 당연히 증빙사진도 없었다.
조사했다는 내용도 부실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들로 채워진 사례도 많았다.
2011년 4월엔 횡성군 주민생활지원과 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7명과 시설협회 21명이 7박9일로 인도연수를 다녀왔다.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민관의사소통의 효과를 극대화시킴으로써 노인복지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는 이 연수는 예산, 참여인의 인적사항 등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 모든 일정이 온통 관광으로만 되어있었다.
인도가 장기요양보험이나 노인복지의 선진국인지도 의문이지만 이러한 관광일정이 장기요양보험제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노인복지의 질 향상에 어떤 도움을 준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격인 국외출장이다보니 보고서의 내용들은 출장보고서가 아니라 해외여행안내서였다. 제목만 가려놓으면 해외여행안내서인지 출장보고서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 내용도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관광지 소개내용들이어서 자료라고 할 수도 없었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은 공무로 인한 해외출장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공무원들이 예산을 낭비하여 무분별한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도록 하고 동일한 출장이 반복되는 낭비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귀국 후 상당기간 해당업무를 담당할 사람으로 선발하여 해외출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준도 있다.
그러나 횡성군의 경우 2010년 7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 달간 본청과 면단위 공무원을 포함한 9명의 공무원들이 각각 국외출장을 다녀왔다.
한 팀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의 선진도시 공공디자인을 견학하기 위해, 또 다른 한팀은 이탈리아 로마건축물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나머지 팀 역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영국의 선진도시디자인을 견학하기 위해서였다. 불과 한 달동안 횡성군의 공무원들이 똑같은 이유로 동일한 지역을 일인당 수백만원의 예산을 쓰면서 그것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국외출장을 금하고 있는 여름 성수기에 다녀온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지방공무원의 시야를 넓히고 선진문화를 보고 익혀 군정에 반영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횡성군의 해외출장을 살펴보면 잦은 인사이동으로 국외출장의 업무연관성이 떨어져 국외출장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고 관광중심의 부실한 해외출장으로 혈세낭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보인다.
이용희기자
이용희 기자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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