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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의 아이들] (10) “우리 횡성으로 유학(遊學) 왔어요”안흥 초·중학교의 새 식구들...교장선생님과 ‘핸드폰 사용시간’ 놓고 맞장토론
이창조 기자 | 승인 2013.03.11|(0호)



어른과 아이들이 섞여 한창 토론을 벌이고 있다. 주제는 ‘핸드폰 사용 시간’. 아이들은 앞다퉈 손을 들며 각자의 의견을 쏟아낸다. “핸드폰 사용은 자율에 맡겨주세요. 핸드폰을 가지고 놀 시간도 필요해요.” “주말에도 30분만 쓰라고 하는 건 너무 짧아요. 1시간으로 늘리면 안돼요.” 

 반면, 어른은 말한다. “원래 이곳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었잖아. 너희들 요구를 존중해서 방과 후에 30분 정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약속을 일주일 동안만 지켜보자.”
 “학교 애들이 왜 너는 핸드폰이 없냐고 물어요. 센터(농촌유학센터)에 맡겼다고 하면, 저를 불쌍하게 봐요. 너네는 핸드폰도 뺏냐고 하면서요.”

 “카톡 하다보면 30분은 훌쩍 지나가는데, 여기서도 애들하고 소통을 해야 되잖아요.”
“소통을 핸드폰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은데. 우선 일주일 간의 약속을 잘 지켜주면 조금씩 사용시간을 늘려갈 수 있을 거야.”
“그럼 두 시간까지 늘릴 수 있나요.”
“약속이 잘 지켜지면 두 시간도 가능할 거야.”
“전화통화한 시간은 빼주세요!”
“......”

 한참의 ‘줄다리기’ 끝에, 어른들에게 규칙을 재검토할 시간을 좀 더 주기로 하면서 토론은 종료됐다. 지난 7일 ‘사재산 농촌유학 공동체 학교’(교장 김희철, 이하 사재산 유학센터)의 초·중학생 12명과 교장선생님 사이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횡성군 최초의 ‘산골유학’

 안흥면 상안2리 주민들이 마을의 펜션을 활용해 설립한 사재산 유학센터는 외지에서 온 초·중학생들에게 기숙사 생활과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농촌유학센터’로, 횡성군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산골유학’ 기관이다.

 지난 2월 하순 개교식을 가졌고, 현재 초등학교 6년생 3명과 중학생 9명이 입학해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각각 안흥초등학교와 안흥중학교에서 정규 학교수업을 받고, 그 이외의 생활 대부분을 이곳 유학센터에서 보내게 된다.  

 유학센터를 설립한 취지에 대해 김희철 교장은 “농촌에 아이들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아이들이 뛰놀면 농촌에 활력이 생기고 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또 “도시의 아이들은 핸드폰과 컴퓨터, 인스턴트식품에 찌들어 있는데,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농촌을 이해하고 인성을 키워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골생활에 익숙한 아이들

 사재산의 ‘유학생’들은 시골생활에 이미 익숙한 아이들이다. ‘유학생’ 모두가 이미 전라북도 임실과 장수에서 2-3년씩 ‘산골유학’을 경험하고 왔기 때문이다. 이곳 유학생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사재산 유학센터의 센터장을 맡게 된 임옥란 씨는 “청소년을 전담하는 농촌유학센터가 없어서” 횡성으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20여 곳의 농촌유학센터들이 있지만 대부분 초등학생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반면, 사재산 유학센터는 청소년에 맞는 감성교육과 악기 연주과정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학’한 지 열흘쯤 된 아이들은 대체로 새로운 환경에 호감을 표하고 있다. 6학년인 준수 군은 “기숙사가 있어서 더 좋고, 밥 먹는 거 노는 거 다 재밌다”고 말한다. 여학생들도 전보다 쾌적한 생활공간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이미 정들대로 정이 든 이전(장수와 임실) 마을의 친구들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두희 군은 “친구들이 계속 ‘돌아오라’고 한다”며 뒤숭숭한 속내를 드러냈다. 

 청소년기를 계속 산골유학 생활로 보낼지에 대해선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중학교 1학년 성국 군은 “고등학교는 서울로 갈 거”라고 말한다. ‘도시 경험’도 해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유학생 가운데 맏언니(2학년)인 성미 양은 “죽을 때까지 시골에 살 거”라고 단언한다. 성미 양은 며칠 전 건물 안으로 날아든 무당벌레들을 잡아서 놀았다며 “산도 좋고 물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시골이 다 좋다”고 말했다. 

 학부모이자 교육학을 전공한 교육자의 입장에서 임옥란 센터장은 “지난 3년을 본 결과, 아이들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아이들은 도시에서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서울’에서는 훨씬 틀에 박힌 공부를 하는 반면, ‘산골유학’에서는 많은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감을 키워간다는 것이 임 센터장의 평가다. “저는 대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자라는 시기)그때 그때 행복하면 좋겠고, 본인들의 뜻에 따라 밀어주고 싶어요.” 

 선생님들과의 토론에 이어 배불리 저녁을 먹고 난 아이들은, 각자의 그릇을 설거지 하고 나서 자신들만의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물론 취침 전까지는 학교 숙제를 마쳐야 하고, 밤 10시 이후엔 반드시 소등을 해야 하는 규칙도 있다. 그리고 다시 아침 6시 50분이면 이른 기상을 하고 등교를 준비해야 한다. 불편한 점도, 불만스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사재산의 유학생들은  이곳 생활을 즐기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고, 표정이 밝다.

 

 

▲ 김희철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이 ‘핸드폰사용시간’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저녁을 먹고 난 뒤, 아이들이 핸드폰 대신 장기판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남학생들의 숙소

 

 

 

 

 

 

 

 

 

 

▲ 학생들이 직접 다루는 드럼과 각종 악기들이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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