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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과 삶의 변화
태준호 기자 | 승인 2018.03.31|(148호)
태준호(횡성희망신문 부대표)

헌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민중들의 삶이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변화하고 요구하지 않는다면 헌법 조문은 단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회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제기가 이번 개헌안에 반영되고, 그런 사회를 위해 사회의 구성원들이 노력해 나갈 때만이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

 

청와대발 개헌안이 베일을 벗었다.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문구를 넣음으로써 대한민국의 발전이 불의에 항거한 민중들의 투쟁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고, 국민의 기본권 강화와 토지 공개념 등 불평등 해소와 경제민주화를 위한 여러 조항들을 명시함으로써 광화문을 뒤덮었던 촛불이 요구하였던 것을 일정부문 반영하였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번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많은 부문이 바뀔 것이다. 입법 및 헌법에 관한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 등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여 주권을 강화시켰으며, 정보 기본권 등 새로운 기본권을 신설하고 사회보장권, 건강권, 주거권 등 생활과 밀접한 사회적 기본권을 명시하였다.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하여 지방분권에 대한 지향성을 명확히 하였다. 경제조항과 관련하여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추가하였다. 이해관계에 따라 이 안을 바라보는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촛불 시기 터져 나온 민중들의 이해를 어느 정도는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헌법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리는 만무하다. 홍준표 대표의 “표결에 참여하는 의원은 제명하겠다.”는 발언에서 보여 지듯이 개헌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국회 의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야4당 개헌 협의체를 구성하고 26일부터 조건 없는 개헌논의를 시작하고 국회의 개헌안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각자 입장이 전혀 다른 당간의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없다. 논의를 거쳐 표결까지 간다고 해도 현재의 청와대발 개헌안은 이러 저리 짓이겨져 제 모양을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개헌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되는 민중들이 개헌과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해 입장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고, 정부는 그 기회를 열어줘야 할 것이다. 홍준표 대표의 말대로 ‘개현 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열린 공간에서 토론하고 논쟁하여 개헌안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헌안에 국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가 있다. 이번 개헌안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민중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헌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민중들의 삶이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에 아무리 조문 정비가 잘 되어 있어도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거나 구체적인 법 개정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로 노동3권의 권리가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노동자들이 이 권리를 제대로 누린 적도 없었다. 2017년 통계청 조사에서 비정규직이 834만명(이나마도 사내하청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다.)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 없이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가? 즉 개헌을 했다고 해서 개헌안에 포함된 권리들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권리인 노동3권을 얻기 위해 수 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되고 피를 흘렸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변화하고 요구하지 않는다면 헌법 조문은 단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헌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이번 개헌은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어야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회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제기가 이번 개헌안에 반영되고, 그런 사회를 위해 사회의 구성원들이 노력해 나갈 때만이 이 사회가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 부패와 불평등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사회를 공정한 사회로 변화시켜가는 논쟁을 시작할 때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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