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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현 정부는 개헌안에서 ‘알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천명했다. 이것이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라면 FTA와 관련한 모든 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 국민은 추상적이고 말뿐인 “알 권리”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를 원한다.
지난달 발표된 청와대의 개헌안에는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기본권의 확대이다. 기본권의 주체가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되고, 생명권·안전권·정보기본권 등을 신설하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누려야 할 여러 권리들을 개헌안에 반영한 것이다. 이 중 정보기본권에 대해 청와대는 “알 권리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고,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예방 및 시정을 위해 노력하도록 한다.”며 권리의 취지를 밝혔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를 공개하고 그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한미 FTA 재협상에서 정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이번 개정협상안에 대해 다수의 규제·비관세 장벽 해소, 통관·의약품 등에서 중요한 현안을 해결했다는 것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는데, 대한민국 정부나 언론에서 이와 관련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철강과 자동차뿐이다. 몇 %의 수치로만 나오는 철강과 자동차 협상의 결과를 보고 과연 이익이 되는 것인가 따지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보니 대다수 국민들은 이에 대해 알 수 없다. 더욱이 언론이 개헌 문제와 남북관계 문제에만 매달리다보니 이번 재협상은 더더욱 깜깜이 협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빛 좋은 개살구만 주고 왔다.”며 스스로 만족해하던 정부는 환율 관련 추가 협상이 있었음이 미국으로부터 나오자 환율과 FTA는 별개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별개라면 철강에 대한 관세도 FTA와는 무관하다. 철강에 대한 관세 폭탄은 FTA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협상이었다. 오히려 FTA를 근거로 부당성을 제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이를 빌미로 재협상에 나섰다. FTA는 출발부터 농산물 수입 확대·자동차 수출 확대 등 몇몇 경제적인 부문에 한정된 것이 아닌 지적재산권 등을 포함한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조항들이 포함된 협상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말은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기에 이번 재협상 안에는 정부가 자화자찬한 안 이외에 여러 조항들 – 특히 의약품 시장 등 – 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며, 앞으로도 계속 재협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여지를 남겨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2012년 한미 FTA 타결 시에도 정부는 여러 내용을 속이거나 공표하지 않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야당이 비준거부 투쟁을 할 정도로 전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었는데, 그때의 재판을 만들려 하는지 궁금하다.
이번 협상안과는 별개로 그간 FTA가 국내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공개도 문제다. 미국은 매년 FTA 이행평가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한다. 조약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효과 등을 분석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단편적인 몇몇 보고서만 내놓았을 뿐이다. 통상절차법 시행령에 따르면 조약 발효 후 5년마다 이행평가 보고를 실시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년 동안 단 한차례의 종합 평가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더 이상 생산적인 논의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이번 FTA 재협상안도 정부가 발표한 몇몇 안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조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준비 못하고 새로운 FTA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 정부는 개헌안에서 ‘알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천명했다. 이것이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라면 FTA와 관련한 모든 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 누구에게 이익이 될지 모르는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 지난 FTA 타결 시와 같이 이번에도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조약을 체결하려 한다면 개헌을 향한 현 정부의 진심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은 추상적이고 말뿐인 “알 권리”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를 원한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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