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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복지정책, 농촌문제 고민 못해"[횡성희망신문 창간기념 좌담회] 횡성의 농업과 복지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2.02.22|(0호)

 농촌사회가 근간인 횡성 지역에서 농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아울러 한국사회에서 복지가 새로운 공통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횡성희망신문의 창간을 기념해 복지에 대한 요구가 농촌사회인 횡성에서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모색하는 ‘횡성의 농업과 복지’를 주제로 한 좌담회가 11일 횡성농민회 회의실에서 이용희 횡성희망신문 편집장의 사회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좌담회에는 이광모 송호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박재홍 횡성종합사회복지관 사무국장, 구현석 횡성농민회 회장, 한영미 횡성여성농업인센터 소장, 김병선 횡성여성농민회 회원이 참석했다.<편집자 주>

 

▲ 횡성희망신문은 창간을 기념해 횡성의 농업과 복지를 점검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이용희 편집장(뒷모습), 박재홍 횡성종합사회복지관 사무국장, 이광모 송호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병선 횡성여성농민회 회원, 구현석 횡성농민회장, 한영미 횡성여성농업인센터 소장



◈ 횡성 농촌 복지의 현실

▷ 사회(이용희 편집장) = 오늘 모신 분들은 횡성에서 활발한 활동들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횡성의 현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활동과 현실 상황부터 점검해 보자. 횡성 농업과 농민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 구현석 “먹거리 복지차원에서도 농업 중요”
 ▷ 구현석 회장 = 죽을 맛이다. 농업이 기업화 되면서 중소규모 농가는 농업육성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10년 후면 고령화 된 농가들이 다 떠나 농업생산력도 떨어지고, 농업 인력이 고갈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몇 가지 소득품목에 집중돼 온 후계인력 육성의 싹도 FTA와 WTO가 다 뭉개버렸다.

 앞으로는 농민도 소외계층으로 사회복지 차원에서 생존이 보장되는 선에서 더 잘 살 수 있는 방안으로 영농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작목반 차원이었던 영농생산 단위가 지역농 차원에서 좀 더 짜임새 있는 형태로 가야 한다.

 친환경 학교급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농민이 새로 조직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학교급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식아동이나 결식노인에 대한 공공급식과 같은 복지와 연계돼서 농업이 지역복지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먹거리 복지의 수단으로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박재홍 “지역특징 반영한 지역중심의 복지 필요”
 ▷ 박재홍 사무국장
= 복지일을 하다보면 우리나라 복지정책이 농촌에 맞는 복지인가, 인구학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복지인가 고민된다. 복지가 시장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보는 게 현 정부의 인식 같다.

 중앙의 복지정책들은 많은 부분 농촌의 문제를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복지가 중앙의 정책만 따른다면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 지역의 문제점을 같이 고민해 주길 원한다.

 노인 노숙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 노인들은 더 많아진다. 마을 만들기 같은 정책들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횡성 복지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많고 앞으로는 더 힘들 것이다. 이런 점이 농업과 맥락을 같이 해야 하는 앞으로의 횡성 복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 농촌 공동체 복원

 ▷ 사회 = 중앙이나 행정기관의 복지정책도 필요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횡성에서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공동체 측면에서는 도시에서 하기 어려운 점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여성농업인센터에서는 공동체들을 새롭게 복원한다고 생각되는데...

▲ 한영미 “다문화여성의 탈농정책 바람직한가”
 ▷ 한영미 소장 = 김대중 정부 시절 여성농업인 정책과가 생기면서 시행된 것이 여성농업인센터였다. 강원도에는 양구와 횡성 두 곳이 있다. 

 여성농업인센터는 농촌지역에서 가장 소외받고 있는 여성농업인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를 여성농업인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다. 농촌의 보육이나 교육 문제, 부부간의 갈등이나 가족 내 갈등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다룬다. 어린이집과 공부방을 상설운영하고 있고 부정기적인 교육이나 활동들이 일회성이 되지 않도록 동아리 활동들로 계속된다. 교육, 문화에서 새로운 문화를 많이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은 있는데 바빠서 못 나오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참여는 높지 않다.

 2005년 이후 토종씨앗 지키기나 지역공동체 만들기를 했다. 여성농민회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언니네 텃밭이라는 지역공동체를 마을마다 일구는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그러나 마을에 일할 수 있는 분이 없다. 10년 전만 해도 가정사를 넘나들며 알던 분들이 지금은 다 떠났다. 할머니들, 혼자 계신 남자 분들만 남았다. 여성이 없는 농촌, 생각해보면 겁난다. 농촌사회에 여성농업인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농촌에 여성들이 없다. 여성농업인은 점점 줄어들고 대안을 찾는 게 관건이다. 귀농하신 분이나 주변 분들이 농사지을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대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 이광모 “군청의존 벗어나 의회 활용해야”
▷ 이광모 교수 = 농업, 농촌 문제는 진단을 위한 측정도구와 지표가 있어야 한다. 또 농업인들이 과연 지금까지 정말 다 잘했는가. 아닌 부분이 상당부분 있을 것이다. 예측할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극복하지 못했던 점도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다 잘했다는 바탕위에서 문제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농민들이 땅 300평, 500평을 가지고 어떤 농사를 지어서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 다른 대안은 정말 없는 것일까. 여성농업인센터 활동이 외부의 물질적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할 수 있었는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정부가 일일이 지도해나가거나 미래를 예측해서 제시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지역은 넓고 인구는 적은 농촌에 집중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공공영역에서는 여전히 권위적으로 돈을 배분한다. 요즘 많이 얘기하는 거버넌스(민·관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지원만 해야 하는데, 여전히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는 게 문제다. 민간을 지원하고 협력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박 = 농업복지만 얘기한다면 횡성은 나름대로 여느 지자체보다 많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서비스 확충에 집중했고, 재작년부터는 지역 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지역중심의 복지는 면 단위, 리 단위의 복지서비스인데 중앙의 정책은 그렇지 않아 횡성군은 복지평가 점수가 낮다. 

 중앙에서는 필요성을 못 느껴도 지역에서 보면 어르신들 문제, 희망이 없는 농촌 학교 문제가 있다. 분교 아이들이 몇 명 안 되지만 그 아이들의 욕구가 크기 때문에 올해도 분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25명, 50명 이하의 학교가 없어지면 횡성의 학교는 거의 다 없어진다. 단위는 작아질 수 있지만, 그 작은 단위에 있는 사람들의 욕구를 찾아 거기에 맞는 지역 네트워크를 찾아보는 게 올해 목표다. 중앙의 평가 점수를 낮게 받더라도 농촌아이들에게 무게를 두려고 한다.


◈ 변화가 필요하다

▲ 이용희 “횡성 주민의 삶에서부터 시작해야”
 ▷ 이 = 그 지역에 산다고 해서 지역 주민인가 의문이다. 주민이라면 횡성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축제하는 걸로 주민형성이 될까.

공동체에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다. 쌍방향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 내는가가 가장 핵심이다. 함께 잘 사는 지역 만들자고 했을 때 결국은 참여가 중요하다. 모임에 얼마나 참여하느냐, 새로운 사람들이 끊임없이 참여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주민형성 차원에서라도 운동이 필요하다. 좋은 공동체를 만들려면 운동을 통해 주민형성이 되지 않는 한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고, 보조금을 가지고 있는 자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군청의 담당자를 찾아가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 횡성이 진짜 발전하려면 의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의원들한테 요구하고 청원해야 한다. 의회가 힘을 갖지 못하는 한 집행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개인과 단체들이 의회를 활용하는 운동만 해도 크게 바뀔 것이다. 집행의 기관장인 군수와 의결 기관장인 의장은 권한배분에서 차이가 크다. 의회를 무력화시키고 집행해나갈 수 있는 권한들이 법적으로는 다 집행부에 있어서 ‘강 시장, 약 의회’라고도 한다.

주민들이 주민의 대표 의결기관인 의원들을 무시하고 군청 담당 과장, 계장과 해결하려 할수록 문제는 안 풀린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군청이 아니라 의회를 찾아갈 때 엄청난 변화가 있게 된다. 그런 운동이 필요하다. 

▲ 김병선 “경제력있는 소수중심탈피, 고른 기회를 주는 교육으로”
 ▷ 김병선 회원
= 단칸방에서 애 둘을 키우는 집이 있다. 엄마가 식당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여자 벌이’라는 말도 있지만 여자 혼자 벌어 애 둘 키우기 정말 힘들다. 내가 ‘그 집 애는 공부 잘 하겠다, 엄마가 그렇게 힘들게 키우는데 공부 열심히 안 하겠나’ 했더니 우리 아이가 ‘방 한 칸에 없이 사는데... 엄마 같으면 공부하겠어.’라고 한다. 아이들이 ‘잘 사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하고, 못 사는 아이들은 공부도 못 한다’고 한다. 애들도 뭔가 아는구나 느꼈다.

 횡성 인재육성관 아이들 부모의 경제력은 지역에선 상위권이다. 제가 아는 분도 많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부모들이 자녀공부에도 열의가 있고 정보력도 더 많다. 인재육성관 제도에 대해서도 좔좔 꿰고 있다.

 인재육성관은 고른 기회를 주는게 아니라 능력있고 경제력 되는 소수 아이들을 위한 거다. 따지고 싶지만 내 자식 공부 못하니까 기가 죽어서 당당하게 말하기도 어렵다. 소수 정예가 아니라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공부는 못하지만 나름 열심히 하는 그런 애들이 배제되는 게 문제다.



◈ 이주여성 농사기술 살려야


 ▷ 이용희 편집장 = 농촌총각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다문화 여성과 많이 결혼한다. 다문화여성이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복지관에서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고민하고 활동하고 계신데...

 ▷ 박재홍 사무국장 = 다문화 여성들은 증가추세인데 농업에 종사하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문화 정책은 다문화 여성만을 위한 경향이 있다. 다문화 우선 정책이 많다보니 복지관이 다문화복지관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조손가족이 더 많고,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조손가족 정책이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조손가족이나 한부모 가족이 소외되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우리는 작년에 다문화 가족 아이들만을 위한 사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 횡성군 아이들 모두 같이 하면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함께 동화되는 것 아닌가.

 ▷ 한영미 소장 = 우리도 이주여성들과 함께 미디어, 동화, 생활글 모임을 하고 있다. 다문화 정책을 통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이걸 놔 버리면 어디서 할 데가 없다.
 다문화 여성들은 농사짓던 곳에서 시집온 사람들이다. 정말 농사를 잘 짓는다. 그 나라의 씨앗을 가져와서 농사짓기도 하고, 생산물을 팔기도 한다. 농업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분들인데 직업교육을 통해 탈농시키는 게 제일 안타깝다. 그분들이 농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방안이 뭘까 고민이다.
 홍천 ‘언니네 텃밭’은 이주여성들이 농사도 지으면서 공동체 활동을 한다. 보기 좋다. 그런 사례들을 통해 농업 후계인력으로 정착할 수 있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 이광모 교수 = 다문화 얘기가 나왔는데, 정선 태백지역 전수조사를 해 봤다. 다문화 가족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차별화시킨다는 우려가 있는데, 아직은 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 사회 = 농업과 복지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좌담회를 진행했다. 횡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짚어보는 과정이었다.

 뭔가 점검이 필요하구나 느끼는 것이 출발이 아닐까 싶어 이 출발 자체가 소중하게 생각된다.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정리: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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