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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는 청와대 기준은 국민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청렴도가 아닌 ‘그들만의 관행’기준...적당한 부패는 눈감아줄 수 있다는 생각이 부패를 부패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
김기식 금융감독위원장이 결국 사임했다. 19대 국회의원 당시 재벌 저격수, 금융권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금융 개혁을 외치던 인물이라 큰 기대감속에서 출발했지만 셀프 후원과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연수를 다녀온 것이 걸림돌이 되어 사임한 것이다.
어차피 사임했기 때문에 지난 일은 잊고 새로운 인물로 금융감독위원장을 선임하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번 일은 그간 대한민국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였고 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선관위의 해석까지 가며 논란의 중심에 선 김기식 전 금융감독위원장의 문제는 셀프 후원과 피감기관 돈으로 연수를 다녀온 것이었다. 대부분 국회의원이 장관 후보자가 된 경우 청문회에서 별 문제 없이 이를 통과시켜 왔는데, 이는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그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 국회의원의 50% 이상이 관행적으로 이런 특권을 누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특권과도 연결된 문제제기는 부메랑이 되어 그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럼에도 야당에서 전방위 공세를 펼친 것은 김기식이 그들에게 껄끄러운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가 추진했던 대표적인 법안인 이른바 ‘삼성생명법’부터 시작하여, 금융지주회사법,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등 친재벌 정책에 제동을 건 것과 연관이 있다. 국민연금에 천문학적 손실을 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비판한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그가 금감위원장이 되었을 때 금융권을 주무르고 있는 금융마피아들과 재벌로서는 눈에 가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전방위적 로비가 결국 그를 사임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나 김기식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에 공을 떠넘기기는 했지만 대통령은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면”이라고 그의 거취기준을 정했다. 국민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청렴도가 기준이 아닌 ‘그들만의 관행’이 기준이 된 것이다. 청와대는 ‘그래도 김기식이 다른 국회의원보다는 청렴하다.’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인 청렴도가 기준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이 부패공화국이 된 것은 결국 이런 안이한 인식 때문이다. 적당한 부패는 눈감아줄 수 있다는 생각이 부패를 부패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를 만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퇴를 아쉬워하기도 하고,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점을 덮어주는 것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지는 모르지만 결국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다행히 촛불 이후 성숙된 국민의 의식은 이런 관행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김기식은 사임했다. 이번 김기식 사태가 이 시대에 요구하는 것은 다음의 2가지이다. 첫째는 국회의 개혁이다. 1인당 연간 6억여원이나 되는 예산을 사용하는 국회의원들이 관행을 이유로 부패를 저질러서는 안 되며, 사소한 부패라도 저지르지 못하게 규제해야 한다. 그들만이 김영란법으로부터 자유로와서는 안 된다. 실제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해외출장을 전수조사하자라는 국민청원이 최단기간 내에 20만명을 돌파한 것만 봐도 국회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확인할 수 있다. 두번째는 금융의 개혁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금융권이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저항하는 것을 확인했다. 삼성증권 문제에서도 나타났지만 개혁해야할 금융 관련 과제들이 산적해 있으나, 관료화되어 있고 친재벌 성향인 금융권이 스스로 개혁할리 만무하다. 부패하지 않고 개혁적인 인물을 통해,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금융권을 개혁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촛불 이후의 시대에 맞는 인사 상을 확립하고 현재의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무시하고 기존의 관행을 되풀이한다면 새로운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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