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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
태준호 기자 | 승인 2018.05.11|(151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계로 나아가는 데는 무엇보다 북미 관계의 진전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화의 시대를 향한 민중의 열망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김정은의 북한’에 대해서는 체질적인 거부감과 핵무기 개발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광신도와 같은 집단이라는 생각이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은 일거에 이런 생각을 바꿔버렸다. KBS의 여론조사 결과 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80%에 이를 정도로 이번 정상회담은 “새로운 시작”을 향한 출발점으로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도 83%를 기록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는 것을 보면 “남북정상회담은 위장 평화 쇼”라며 날을 세우며 혼자만의 길을 가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처량해 보이기까지 하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많아진 것은 이번 회담에서 그의 역할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봉쇄정책이 효과를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을 용인하면서까지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그의 의지가 이번 회담을 성사시킨 가장 중요한 동인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왜 현 시점에서 대화에 나선 것인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던 이유는 한반도 주변에 포진해 있는 미군의 핵전력으로 인한 끊임없는 위협이 가장 크다. 즉 핵은 자위수단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비핵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힘이 있어야 상대방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듯이 상대방을 위협할만한 전력이 없다면 평화는 없다는 생각이 그간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결국 이를 완성했다는 자신감이 이번 대화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10년은 정중하게, 2013년에는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며 북미 관계 정상화를 이루려 했지만 미국의 ‘전략적 무시’전략으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을 보면 그의 전략은 성공했다고 보여 진다.

북한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통해 종전과 평화협정을 끌어내고, 이를 통해 ‘선군정치’에서 ‘선경(경제를 최우선으로)정치’로 전환하려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군축이고,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이를 반영했다. 북한의 대대적인 고위급 인사 숙청 시 대상은 군부였고 경제 관리자는 한명도 건드리지 않았었고 언제 외환이 바닥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래식 군사력의 비중을 줄이고 경제에 집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은 분명 한반도 정세를 변화시킬 것이지만 어려움도 많다. 그 어려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요구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북미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도 그렇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경쟁은 오랜만에 조성된 한반도의 평화분위기를 끝장낼 수도 있다.

사드 배치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난 23일 사드 배치를 위해 경찰력을 동원하여 주민들을 강제 해산시키고 공사 장비를 반입하였다. 현 정부가 비핵화와 군축에 동의한다면 사드는 그 존재 의미를 잃는다. 그럼에도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사드의 상대가 북한이 아닌 중국이나 러시아임을 자인하는 것이고, 이는 이들의 반반을 불러올 것이다.

그러므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계로 나아가는 데는 무엇보다 북미 관계의 진전이 중요하다. 북한이 비핵화 카드를 내놓는다면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요구하는 무엇인가를 내놓아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도 중간 선거가 있다는 점과, 이란과의 핵 협상 폐기 등의 악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있지만, 이행과 검증이 중요한 사안이다 보니 합의 이후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핵 전력을 완성하지도 못한 이란과의 합의 폐기를 바라보며 북한은 주한미군 문제를 다시 거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사이에서 현 정부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평화의 시대를 향한 민중의 열망을 거스르지 않은 것인지 말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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