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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천고의 비 축구부 학생이 한 자리에. 사진 한장을 찍겠다고 하니,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묻으며 수줍어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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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감을 갖고 수줍어하지 말라’는 문구가 이곳 학생들에겐 매우 적절한 조언으로 보인다. |
갑천고등학교는 강원도의 축구명문으로 알려진 학교다. 전교생 80명 가운데 70% 가까운 50여명이 축구부 선수들이다.
갑천고등학교가 전국 각지로부터 축구유학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아마도 학교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만큼, 축구유학생들의 비중은 크다. 따라서 축구부가 아닌 일반 학생들이 오히려 소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이곳 갑천고등학교의 한 특징이다.
축구부가 아닌 학생들 중 열네 명과 방과 후에 자리를 같이 했다. 모인 학생들 가운데 세 명만이 횡성 출신이고 나머지 열한 명은 서울 등 외지에서 전입해 온 아이들인데, 2학년 박요섭 군이 가장 먼 곳에서 전학 온 경우다. 요섭 군은 부모님과 미국 조지아주에서 살다가 귀국해, 지난 1년간 갑천에서의 생활에 적응을 해왔다. 요섭 군의 경우, 미국과 달리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한국의 수업방식이 편한 반면, 야간에 학교에 남아 자습을 하는 문화는 적응이 잘 안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곳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을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고1때 부모님의 귀농으로 갑천에 오게 된 박규태(3학년) 군은 “도시에서는 입시준비로 정신이 없는데, 갑천에서는 한 숨 쉴 수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갑천 출신의 정애리(3학년) 양도 “다른 고3들에 비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학업에 대한 압박이 없다는 것이 아이들에겐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건강한 자극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도시 학생들에 비해 요구받는 것이 많지 않지만, 반대로 누릴 수 있는 선택의 폭도 좁은 것이 갑천고 학생들이 받아들여야하는 환경이다. 그래서인지 2학년이든, 3학년이든 각자의 진로에 대한 고민도 충분치 않은 듯 하다.
오히려 축구유학생으로 갑천고에 온 정인표(3학년) 군에게선 확실한 결심과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인표 군은 3학년으로 진급하면서 축구부를 그만뒀다. 그리고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학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다만, 오랜 축구부 생활로 인해 학업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다. “축구부 생활을 할 때는 수업시간이 무조건 피곤했고 그래서 수업시간이 오히려 쉬는 시간 같았다”는 인표 군은 “지금은 몸은 안 힘든데, 수업을 따라가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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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성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뇌교육을 받는 학생들. 뇌의 구조와 역할 등을 학습하는 교육이다. |
축구부의 존재는 비축구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지난해 인조잔디로 새 단장을 한 운동장은 축구부 선수들의 몫이라, 비축구부 학생들은 방과 후에도 다른 놀이터를 찾아야 한다. 수업시간이면 잠을 청하는 축구부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 차이가 드러나기도 한단다. 그래도 축구부와 비축구부 간의 마찰이나 갈등은 없다는 것이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애리 양의 설명이다. 다만, 태영인(3학년) 양은 “축구부와 일반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쉬움으로 꼽는다.
횡성 내 다른 면 소재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갑천의 학생들에게도 대중교통과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은 매우 큰 불만거리다. 띄엄띄엄 다니는 버스 때문에 방과 후 시간을 ‘죽여야’한다거나, 마땅히 놀만한 시설이 없다는 점 등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다. 중학생인 남동생과 함께 신대리의 한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이정하(1학년) 양도 “어딘가 놀러나가고 싶을 때 맘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게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
갑천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동아리활동은 곧 축구부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축구부 선수들의 연습시간이 동아리활동 시간이 되는 셈이다.
다만, 비 축구부 학생들을 위해 주 4시간씩 창의적 재량활동 수업을 배정해, 기타, 댄스, 퀼트(바느질), 풋살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기서 각자의 취미를 키우고 매년 열리는 학교축제(구리제)를 통해 끼를 발산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학교이다 보니, 친구들 간에,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관계가 훨씬 친밀하다는 갑천고등학교. 그래서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영인 양의 말이 모두에게 해당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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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수업 시간에 요리실습하는 학생들. 축구부 학생이 전교생의 70%를 차지하는 갑천고에서는 귀한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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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인조잔디를 새로 입힌 갑천 중고등학교 운동장. 축구부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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