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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동리 친환경작목반의 최흥용, 이성우, 최우현 생산자(왼쪽부터) |
지난 3월 19일 원주한살림생활협동조합의 이행은 이사장과 하종우 사무국장이 공근면 상동리를 방문했다. 상동리 ‘삼원수약초마을 친환경작목반’과 원주한살림 간의 농산물 직거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회의 결과, 두 조직은 작목반에서 채집하는 쑥, 냉이, 달래와 같은 자연산 채취나물을 원주로 직거래할 것에 합의했다.
작목반으로서는 새로운 판로 하나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원주한살림의 7천여 소비자조합원들은 가까운 곳으로부터 바로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생산물을 하나 더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윈(win)-윈(win)’ 합의라 할 수 있었다. 원주한살림의 매출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에 좀 더 많은 작목의 공급을 계약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지만, 이번 만남은 향후 횡성지역의 농업생산자들과 원주지역 소비자들 간의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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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천군 동면에 접한 상동리는 팻말에 소개된 것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을’로 정착하고 있다. |
한살림의 생산자가 되다
상동리 친환경작목반의 기존 판로는 수도권에 위치한 한살림연합(각 지역 한살림들의 연합조직)이다. 전국적으로 30만 조합원을 갖고 있는 한살림은 도농 직거래운동과 지역살림 운동을 펼치는 생활협동조합으로, 전국에 650만평의 유기농 농지와 생산약정을 맺고 있다. 한살림연합은 각지의 친환경생산자를 회원으로 두면서,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물류센터로 모든 물품을 집하한 뒤, 이를 다시 각각의 지역한살림으로 분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상동리 작목반원들은 4년 전부터 쌀, 감자, 콩을, 지난해부터는 블루베리를 한살림연합으로 공급하고 있다.
8년 전 상동리 농가들이 처음 친환경작목반을 조직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매우 든든한 구매자를 갖게 됐다는 점이 큰 변화다. 최흥용 생산자는 “2005년 새농촌건설운동 지원사업 때문에 친환경작목반을 시작했는데, 판로가 없어서 엄청 애를 먹었다”고 회상한다. 당시엔 친환경 농사를 짓고도 일반 농산물과 똑같은 조건으로 내다 팔았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밭작물 농사의 경우 결국 ‘친환경인증절차’를 밟는 것마저 포기했다고 한다. 수확물을 팔기 위해 홍천과 원주 등 이곳저곳을 찾아다녀야 했던 시절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공근리를 중심으로 한 공근한살림공동체의 도움으로 상동리 작목반은 4년 전부터 한살림의 생산자 회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근한살림의 우산 아래 있었기 때문에, 생산품목이나 생산량 등에 대한 ‘주문’은 공근한살림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는 처지였다. 그래서 상동리 작목반의 올해 중요한 과제는 한살림 내의 ‘개별공동체’로 독립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살림연합과의 직접 계약이 가능해지고 자체적인 생산계획을 짤 수 있다. 더불어, 도시의 한살림 소비자들과의 자매결연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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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목반의 주요 모임 장소인 상동리마을회관의 전경이다. |
아직 독립적인 한살림 생산자로서의 위치에 이르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상동리 작목반에게 한살림은 더할 나위 없는 동반자다. 이성우 작목반장은 “한살림 회원이 되면서 벼농사가 안정됐을 뿐 아니라, 의식적으로도 변화가 크다”고 말한다. 한살림의 여러 교육에 참여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갖는 책임감도 커졌고 자부심도 많이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장아찌 등 소규모가공, 법적 제약 때문에 쉽지 않아
현재 상동리 작목반의 회원은 12명, 처음부터 함께 출발했던 구성원들이다. 한때 15명까지 회원이 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로 3명이 다시 빠지게 됐다. 농지 인근에 들어선 인삼밭 때문이라고 한다. 인삼농사엔 많은 농약이 뿌려지기 때문에 인삼밭 인근은 친환경인증을 받는 것이 힘들다. 인삼농사는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시작한 일이라 상동리 작목반원들로서도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
상동리 작목반원들이 느끼는 또 하나의 문제는 ‘소규모 가공’을 합법적으로 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이성우 작목반장은 곤드레 장아찌와 고들빼기 장아찌 등을 담아 먹는다고 한다. 새농촌건설운동 당시 절임류 생산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그걸 계기로 장아찌를 생산해보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장아찌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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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약없이 키워 수확하는 상동리작목반의 쌀은 전량 한살림으로 공급되며, 그 중 일부는 공근리에서 생산하는 누룽지의 가공원료로도 쓰인다. 이미 8년째 무농약 농사를 지어온 덕에 이제는 유기 인증도 받은 상태다. |
그러나 식품위생법에서 정해둔 식품가공 기준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영업허가를 받을 수가 없었고, 결국 생산한 가공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수가 없는 형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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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한살림생협의 집행부와 상동리 작목반 회원들이 직거래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종우 사무국장, 이행은 이사장, 최흥용, 이성우, 최우현 생산자 |
블루베리 생산자인 최우현 씨도 쨈을 생산하려고 허가절차를 알아보다 중도에 포기한 경우다. 법적 기준에 따라 정화조시설과 자동화기기 등을 들여놓기에는 초기투자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고, 농업기술센터를 활용하기에는 시간상의 제약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우현 생산자는 “저야 일일이 절차를 알아봤지만, 여기 사람들은 (식품가공 허가신청에 대해) 아예 ‘못 올라갈 나무’라 생각하고 쳐다도 안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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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0월 상동리에서 열린 메뚜기체험행사에 서울과 원주지역의 한살림 조합원150여명이 가족과 함께 참여했다. 조합원가족들이 친환경논에서 메뚜기를 잡고 있다. |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법적 제약을 극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목반으로 힘을 모아도 이를 넘어서기는 만만치 않다. 이 점에서 경기도 남양주시의 농가공 조례제정과 같은 사례는 횡성에서도 참고할만하다(횡성희망신문 2012. 12. 31자 ). 결국 횡성이라는 지역 전체의 농가들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거기에 지자체와 의회가 힘을 보탠다면, 농사와 가공을 병행하는 일이 결코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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