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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횡성희망신문부대표) |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하고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법개악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강탈하는 법으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도 뺏어갔다.
지난 24일 발표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의 결과는 한마디로 소득 불평등의 확대이다. 전년 동기 대비 상위 20%는 9% 상승하여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하위 20%는 8% 감소하여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소득격차도 5.95배로 사상 최대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낳았다. 물론 1분기의 조사만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으나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국정 목표가 그간 제 기능을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회복되고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라고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을 하며 현 상황을 그리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적폐세력이라며 그동안 싸우던 자유한국당과 손을 맞잡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강탈하는 법을 만든 것을 보면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이미 폐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국회가 통과시킨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는 범위에 월 지급 상여금과 각종 복리후생비, 교통비, 숙식비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기를 쓰고 최저임금을 올려봤자 기업들은 이 부분으로 얼마든지 돌려막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번 법 개정을 보면 조삼모사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했다. 그래서 다시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좋아했다고 하는 이야기인데, 이번 최저임금 개악은 노동자들을 원숭이 취급한 것에 다름 아니다. 앞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하고 뒤에서는 이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의 법 개정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도 뺏어갔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바꿀 경우 노동자 과반이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법 개정은 동의가 아니라 의견만 들으면 되는 것으로 바꿔버렸다. 이런 선례는 자칫 노동자의 다른 권리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회의 최저임금법 개정 취지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그 부작용이란 것은 기업들의 부담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당연히 기업들의 소득은 줄어든다.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이를 완화하고자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이고 정부가 이에 화답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기업부담을 줄여준다고 하는 것은 결국 소득 불평등을 그대로 심화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하고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현 정부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북 관계 개선으로 높아진 지지율을 발판으로 이러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폐기해 버렸다. 이 사회의 근본적 문제는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이다.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있고 이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정치인들은 이들과 결탁해 법과 제도를 개악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개정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촛불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떠벌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첫 번째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현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는가가 평가 받고, 또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가 쟁점이 되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대북관계 개선이 모든 이슈를 가로막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아무런 쟁점 없이 진행되고 있고 각종 여론조사는 현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들이 잘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희망사항의 반영이다. 그러나 한국노총도 노사정위원회 위원 사퇴를 할 만큼 여당과 정부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각은 싸늘하고, 또 다른 각계에서도 여러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확대되어 가는 현 시점에서 후보들에게 이의 대안은 있는지, 또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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