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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주)진농씨 대표> |
오늘날은 인구감소의 시기로, 특히 생산인구,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 따라서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의 이야기와 방법을 오늘날에 적용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인구감소의 시기를 맞아 우리는 상당기간 경제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고, 이 기간에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협동운동의 필요성은 우리가 어렵고 힘든 시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제기되는 것이다.
‘로컬푸드(local food)’라는 용어를 단순히 ‘지역먹거리’로 번역하는 것은 그 의미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 로컬푸드란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막연히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로 이해하는 것은 본래의 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 로컬푸드를 말할 때 소비자와 생산자의 물리적 거리로 표현하는 것은 전후가 바뀐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 지역의 주민들이 해남에서 생산되는 배추를 공급받기 시작했다면, 후쿠시마 주민들에게 ‘해남의 배추’는 로컬푸드인 셈이다. 즉, 우리 동네 산물이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소비자에 의해 선택된 먹거리라면, 소비자에게 매력을 주는 먹거리라면, 그것이 로컬푸드인 것이다.
로컬푸드란 소비자가 먹을거리를 통해 생산자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며, 생산자는 먹을거리를 통해 소비자를 이웃으로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협동운동의 기반이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께서 표현하신 대로,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로컬푸드의 의미다.
협동운동은 모듬살이 생물인 인간이 가져온,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가져야 할 가치기준이지만, 먹고살만한 시기에는 잘 안 되는 것이 협동이다. 그만큼 협동은 쉽지 않은 것이며, 따라서 어려운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협동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험을 했을 때 가능한 것이 협동운동이다.
최근 40년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엄청 잘 먹게 된 것은 확실하다. 그 덕에 협동운동은 거의 말라버렸다고 할 수 있다. 요즘 협동운동에 관한 이야기가 다시 많아진 것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의 또 다른 증거다. 우리는 식민지 경험과 전쟁, 남북대치상황 속에서의 독재경험과 급격한 경제확대 등으로 유구한 협동운동의 전통을 잊어버리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길고 단단한 협동운동의 기반(계, 대동, 두레 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은 협동운동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사회적 틀일 뿐이다. 법적으로 협동운동을 인정하는 틀일 뿐이지, 협동조합 자체가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협동운동의 경험을 잘 공유하지 않은 협동조합은 주식회사나 사단법인보다도 더 쉽게 타락할 수 있고 대부분 타락한다. 문제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됨으로써 우리는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틀, 잘 맞는 옷 하나를 가지게 된 것뿐이다.
공공영역은 협동운동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사적영역은 그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만 둬도 일이 되는 영역이지만, 공공영역은 상당부분 가만두면 모듬살이를 해치는 영역(청소 등)이거나, 특정인에게 사적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되는 영역(학교 급식), 힘을 합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영역(노인복지 등)들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인구의 감소추세로 인해 시장을 통한 판매는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더불어 시장에서는 농산물의 제값을 받을 수가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가 모색해야 하는 방향은 자신의 생산물을 ‘로컬푸드’로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물건을 보고 사지만, 로컬푸드는 교류와 소통을 통해 물건을 사는 것이다. 때문에 충분한 정보를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포함해)을 잘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로컬푸드가 된다는 것은 생산자들이 ‘내 소비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이고, 그래야만 지속가능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것은 생산자들이 도시지역의 ‘친구’를 확대해나가는 과정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각자의 생산물이 ‘향기’를 갖도록 하고 그 매력을 통해 친구들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그 점에서 학교급식 등 공공영역은 생산자들이 각각의 생산물을 로컬푸드로 만들어내기까지 그들을 키워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인큐베이터다. 횡성의 학교급식시장 규모는 약 30억원 정도다. 그 가운데 50%를 농산물 혹은 농산가공품이 차지한다면, 50여 농가가 월 2백만원의 소득을 꾸준히 보장받을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먹거리에 있어 협동운동이란 소비자와 생산자의 협동이어야 의미가 있다. 다만, 소비자들이 마냥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다. 로컬푸드도 ‘선착순’이다. 거듭 강조해, 내 소비자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리=이창조 기자>
정준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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