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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솥밥 화합 공동체, 청일면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8.09.01|(158호)
청일면장 임 광 식

  ‘가만있으면 중간 간다’. 남 앞에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훈계다. 잘난 척, 아는 척... 척하는 사람으로 입방아에 오르는 것을 염려해 어른들은 그리 말씀하셨다. 겸손을 미덕으로 삼고, 표현 없음을 오히려 과묵하다고 두둔해 온 것이 우리 문화다. 같은 맥락에서, 청일면 이모저모를 지면에 옮기기가 부담스럽지만, 면민을 대신해서 청일면의 변화를 알리는 일이라 위안 삼으며 간략히 소개해 올린다.

한솥밥 한식구 청일. 화전이 한창일 때 만 명 이상 함께 살던 시절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2,5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 그나마도 귀농귀촌 전입자가 늘고 있지만, 통성명도 없이 오가다 만날 때의 서먹함과 불편함이 늘 마음에 걸렸다. 이를 개선하려는 지역 주민의 ‘한솥밥 마음 나눔’이 운동처럼 번져가고 있다. 한솥밥 먹는 한 식구만큼이나 특별한 인연은 없다. 보릿고개 초근목피도 이겨내야 하고, 좋은 일 기쁜 일도 함께 나누는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일면민도 한솥밥 먹는 한 식구처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오손도손 살아가자는 취지다. 누대를 뿌리내리고 살아온 토착 주민도, 새로 찾아온 전입 주민도 청일에 몸 담으면, 모두가 한 솥밥 한 식구가 된다. 처음 몇몇이서 시작한 작은 울림이 점점 공감을 얻으며 제법 큰 메아리가 되었다. 이제 청일면 회식에는 ‘한솥밥! 청일면!’이 힘차게 울리고, 우렁찬 구호처럼 결속과 화합을 다짐하는 구심력이 되고 있다.

희망청일 신바람 비전. 일할 만 하면 발령난다. 면 직원이 바뀌면 한 달은 같은 얘기가 회자된다. 면 직원과 주민이 얼굴을 익히고, 지역현안에 머리를 맞댈 만하면, 발령이 나서 떠난다는 아쉬움이 듬뿍 담겨있다. 면 직원이 바뀐다고 될 일이 안되고, 안될 일이 되는 것은 없다. 단지, 생각의 차이다. 마을의 주인은 지역 주민이고, 집안 살림살이는 온전히 주인의 몫이다. 재산이 얼마고, 자원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갈 건지 계획하고 추진하는 일이 주된 책임이다. 계획이 탄탄하게 정립되어 있으면, 일꾼이 바뀐다 해도 흔들림이 없다. 오랜 고민과 대화를 거치며, 청일의 20대 지역발전 구상을 주민들 스스로 마련했다. 한방건강 체험특구 지정, KTX 관광상품 발굴, 국도 19호선 선형개량, 섬강발원지 수자원 보전, 4대 명산 명소화, 안티-에이징 건강센터 유치, 마을특화 일자리 만들기, 청일 종합체육공원, 면지 발간 등 생활 기반시설은 물론 환경을 보전하고 조화로운 개발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는 중장기 과제들이다. 이미 일부는 군수님 지원 속에 가시화되고 있으며, 다른 과제들도 관련 협의를 통해 하나씩 풀어나갈 계획이다. 비록 완벽하게 다듬어 지지는 않았더라도, 목적지를 향한 방향타는 정해졌기에, 직원이 바뀌어도 청일호의 순항은 걱정이 없다.

아름다운 마을에 사람이 찾아온다. 횡성 관내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우리 청일면이다. 살기 적합한 풍토와 횡성더덕을 비롯한 건강 먹거리가 그만큼 풍성한 장수마을이라는 뜻이다. 반면, 도시 공간을 가꾸고 솜씨있게 다듬는 데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도 있다. 길을 가다 예쁜 마을을 마주하면, 특별한 일이 없이도 한번 들르고픈 마음이 든다. 아름다운 마을에 아름다운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다. 청일면 관내 노후 퇴색되어 방치된 버스 승강장에 산뜻한 새 옷을 입혔다. 마을마다 특색있게 그림을 그려 넣었고, 넝쿨 장미로 치장된 ‘예쁜 사진찍는 승강장’이 청일 관문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칙칙한 회색빛 콘크리트 구조물에는 물고기, 새우가 헤엄치고, 도로변 전봇대에는 노란 유채꽃이 사계절 반가이 맞는다.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생활공간도 삶의 일부라는 주민들의 관심이 모여, 청일은 날로 더 새로워지고 있다.

태기산 도립공원 지정추진. 661종 야생식물이 서식하는 한강의 발원지이자, 태기왕 전설이 녹아있는 횡성의 대표 명산 태기산. 보전과 개발의 오랜 딜레마 속에서, 청일면민의 선택은 조화로운 개발.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균형있는 개발을 통해서, 지역발전과 소득 자원화의 대안으로 태기산 도립공원 지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한 해동안 3명의 아이가 태어나고 37명의 어르신이 사망하는 인구절벽, 지방소멸의 무력감으로부터 유일한 탈출구라 믿기 때문이다. 변변한 기업도, 공장도 없이 적막하기만 했던 청일면에 필요한 것은 생기와 활력. 도립공원 지정은 국도비 투자와 함께 생활 인프라 확충, 자본과 사람의 유입 촉진, 그로 인한 지역 활력을 기대하는 지역주민의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다. 논의가 시작된 이후, 도청과 산림청 협의가 진행되지 못해 답보를 지속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최근 도지사님와 군수님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조만간 좋은 성과가 있기를 주민 모두가 학수고대하고 있다.

횡성더덕축제의 진화. 더덕을 주제로 한 유일무이한 축제가 바로 횡성더덕축제다. 인삼에 버금가는 성분과 효능을 인정받으며, 건강 식탁을 책임져 온 횡성더덕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보하는 건강 식품으로 새삼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횡성더덕 로고송, 댄스, 단막극 등 축제 정체성을 각인시키며, 전국 축제로서의 위상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공식 방문객 4만 5천명 중 70%가 서울, 경기 수도권 방문객이다. 횡성한우축제와 더불어 횡성을 대표하는 지역축제 반열에 오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축제의 주제를 한방 건강축제로 확장하려는 노력을 더하고 있다. 상지대 한방병원과 서울약령시 협회, 원광디지털 대학 등 한방관련 기관단체가 대거 참여하면서, 더덕과 한방이 어우러지는 건강 축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금년 축제는 9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나이야, 가라! 폭포’가 그려진 ‘100만송이 야생화 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활력의 동력 자매결연. 읍면의 자매결연은 일회성 행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면 직원의 개인적 인연을 연결해서, 한두번 오가다 흐지부지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주민이 주도적, 능동적으로 내실있는 결연에 참여한다면, 소득 창출은 물론 문화적 소양도 나아지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청일면은 깨끗한 자연이 첫째 자산이다. 또한 그 자연을 품은 청정 농산물은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 이러한 매력을 홍보물로 제작 발송하고 결연참여 기관을 물색한 결과, 수도권의 5개 동 센터 및 3개 대기업 등 8개 기관단체와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주민 주도, 주민 참여의 결연이 될 수 있도록 관계자를 명예 이장으로 위촉하고, 마을 대소사 초청과 상호간 축제참여, 문화교류, 연수방문 등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농산물 판로 확대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양 지역 자원 공유, 방문교류 촉진, 소득 자원화의 네 토끼를 쫓고 있다.

한솥밥 이장회의. 재넘고 물건너 마을이 구분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비록 옆 동네라 하더라도 내가 살던 마을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같은 면에 오래 살아 왔지만, 다른 옆 동네 일에는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 내 마을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옆 동네, 혹은 면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와 감각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를 위해 매월 열리는 이장회의를 마을 순회로 전환했다. 전체 이장님들이 모여 그 마을의 자랑도 듣고 현안도 함께 고민하면서, 한솥밥 청일면의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공감의 분위기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움직임, 변화의 기대. 나열한 시책들은 그리 대단할 것도,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움직임에 불과하다. 그렇게 지금 청일은 변신 중이다. 일시에 바뀌지는 않더라도 색을 찾아 하나씩 덧입혀 가다보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주민들에게 생겨나고 있다. 도전은 늘 버겁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변화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의 손길이 성가셔도, 함께 함으로 얻을 수 있는 보람 또한 커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청일은 늘 맑고 깨끗하고 푸르러서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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