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4일 실시될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새정치를 표방하는 정당의 출범여부가 지역에 미칠 영향까지 관심이 더해지고 있지만 ‘뽑을 사람없고 찍고 싶은 정당없다’는 주민들도 많다. 정책공약에 관심을 모아야하는 이유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부족함과 넘치는 점을 점검하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들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는 것은 유권자의 또다른 권리이다. 횡성희망신문은 내년에 치루어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공론의 장을 통해 횡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편집자주>
약 십여년전 횡성의 농민 ㄱ씨는 배즙을 생산해 인터넷을 통해 판매를 하다 이른바 ‘식파라치’(불법·불량식품을 찾아내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는 사람들)의 고발을 당해 벌금을 물고 생산을 포기한 일이 있다.
당시 ㄱ씨의 생산장에는 상수도가 들어와 있지 않았고, 지하수의 수질검사를 받기에는 비용이 커서 제조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ㄱ씨는 “생산한 배의 판로가 마땅치 않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공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ㄱ씨처럼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소규모 가공을 하려는 농가의 수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 먹거리인 장류나 장아찌, 효소와 즙, 반찬류 등 농가에서 소규모로 생산할 만한 품목은 다양하다. 문제는 식품제조와 판매허가를 받기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이 농가들에겐 적잖은 부담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농민 ㄴ씨와 ㄷ씨도 각각 장아찌와 즙 등을 생산할 수 있지만, 시설비용이 커서 가공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식품제조가공에 관한 기준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식품안전에 관한 소비자들의 염려와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식품위생법이 개정되면서 식품제조가공은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다. 즉, 사전에 관리당국에서 작업장에 대한 시설조사를 진행한 뒤에야 식품제조허가를 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시에 시설에 대한 기준도 강화됐다. 이전에는 작업장의 바닥만 세척과 소독이 가능한지를 따졌지만, 이제는 작업장의 벽면과 천장도 모두 세척이 가능하도록 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자본이 별로 없는 소규모 농가들에겐 가공사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셈이다. 때문에 농가들의 소규모 가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전국 최초로 ‘농가 소규모 식품가공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남양주시에서는 그린벨트 규제에 묶여있던 농지에서의 소규모 가공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남양주시 조례가 지원하는 대상은 ①농업인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가공을 하고 ②10평 이내의 식품제조 시설을 구비한 작업장을 갖고 있으며 ③식품가공사업의 연매출이 1억원 미만인 소규모 식품가공사업이다.
조례에 따라, 남양주시는 자금, 인력, 정보, 기술, 판로 등의 종합적 지원을 하도록 의무 지워졌고, 소규모 식품가공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하게 됐다. 더불어 조례에 근거한 시설기준에 맞춰 정기적으로 시설을 점검하고, 사업자들의 자주적인 위생관리 및 품질관리와 교육을 강화하는 등 식품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게 됐다.
횡성군에서 농가공사업을 육성하는 장치로는 농업기술센터의 창업보육과정이 있다. 가공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교육과 가공실습을 제공하고, 창업자금을 50% 보조해주는 것 등이 그 내용이다. 다만, 창업자금을 보조받은 인원이 지난해 2명, 2011년 3명으로, 수혜의 폭이 크지 않다.
횡성군의회 정명철 의원은 “횡성농업의 미래를 볼 때, 젊은 농업인들을 횡성으로 유입하는 전략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농업생산을 가공 및 서비스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농가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는 제도적 지원과 농가들의 적극적인 자기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남양주시의 조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농업기술센터의 농산물가공연구회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오금택 씨는 “절임배추를 생산하려면 폐수설비까지 필요하지만, 더덕이나 홍삼, 효소 등의 가공은 훨씬 간단한 설비만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쉽게 제조허가를 받을 수 있는 품목들로 가공사업에 접근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남양주시의 사례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지역사회의 의지 여하에 따라 농업의 또다른 활로를 확보하는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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