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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 나라살림연구소 |
2010년 <지방재정법>의 개정에 따라 2011년부터 의무화된 참여예산제도는 지난 7년 사이에 급격하게 확산되었으며 다양한 형태로 적용, 운용되고 있다. 하향식으로 전개된 참여예산제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예산제가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참여와 협치의 기능 자체가 소위 ‘토착화’의 경로를 거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과정에서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공약으로 ‘국민참여예산제’를 제시했는데, 전체 4가지 비전 중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 항목의 세 번째 사항으로 명시되었다.
국민참여예산제가 지방분권 과제의 하나로 언급된 점은 고려할 만한데, 이는 기존의 분권론이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의 대립 속에서 지나치게 지방정부의 기관 독립에 초점이 맞춰져 왔던 것과는 다른 맥락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를 자치분권의 핵심으로 보고, 국민참여예산제 역시 자치분권의 과제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은 여타 참여예산제 도입의 맥락에 비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실제로 2011년 <지방재정법>의 개정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취약성을 드러낸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부채 문제를 재발하지 않기 위한 재정통제 장치로서 참여예산제를 도입했다.
1. 왜 국민참여예산제가 필요한가?: 제도의 정당화
국민참여예산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특히 주목했던 것은 재정제도로서 참여예산제가 가지고 있는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다. 국민참여예산제의 운영계획을 수립한 조세재정연구원의 오영민 부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에서 시민참여예산제가 있는 16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평균 0.98%로 나타나나 참여예산제가 없는 18개국이 4.51%인 것과 비교해 월등히 낮았다는 점을 지적했다(오영민, 예산과정의 국민참여에 대한 소고, 재정포럼, 2017. 7.).
또한 후속연구에서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으로 재정지출의 효율성 및 형평성이 증진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비교적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예산과정에 시민 참여 정도가 높은 수준인 부산 사하구, 광주 북구, 울산 동구를 검토 대상 자치단체로 선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조세재정연구원은 조사대상 지자체의 통합재정규모 대비 행정비용의 비중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실제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실시로 지역회의와 인터넷,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통하여 지역 주민의 선호를 예산편성 과정에 반영할 수 있으므로 재정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재정의 형평성 측면은 ‘소득 재분배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지원이 증가 했는가’로 살펴보았는데 참여예산제를 실시하고 있는 부산 사하구, 광주 북구, 울산 동구의 통합재정규모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또한 전체 예산 중에서 주민들의 필요가 많은 사업분야인 사회복지비의 경우에도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여서, 참여예산제의 실시가 좀 더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에 반응하는 방식의 예산편성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참여예산의 실질적인 효능에 대해서, 예산낭비에 대한 주민통제 여부를 물은 설문조사 결과 주민참여예산제 담당 공무원과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국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할 경우에도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통한 재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할 때 심사 대상 예산의 범위가 넓을수록, 예산학교 등의 교육 과정을 통해 예산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할수록 재정 투명성이 강화될 개연성이 높고,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으로 주민참여예산제 홈페이지, 주민참여 예산학교, 공청회, 관련 책자 배부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대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게 되며 이런 과정은 결과적으로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편성 및 심의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음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영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조세재정연구원, 2018.)
2. 국민참여예산제의 모색
현재 도입된 국민참여예산제는 국민의 참여수준과 예산 단계별 국민의 참여방법을 고려하면서 제도 도입의 목적이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하되 향후 발전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마련되었다. 국민참여예산제도는 기존 지방자치단체 주민참여예산제를 확대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예산편성형 국민참여제의 기능을 토대로 현 방식인 ‘예산형성형 국민참여제를 확대’하고 예산집행형 국민 참여제와 평가 및 결산형 국민 참여제의 방식을 보완적으로 설계하는 형태로 도입했다(조세재정연구원, 2018).
이에 따라 마련된 2018년 국민참여예산은 3월까지 참여예산제를 시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온라인, 오프라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참여예산사업의 공모를 진행한다. 해당 사업들은 우선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와 각 부처의 제안사업 적격성 점검 및 숙성 과정을 통해서, 이를 우선적으로 각 부처의 예산안에 반영하여 제출하도록 한다. 즉, 이 과정을 통해서 최초 제안자의 사업 내용이 변경될 수 있고 예산의 규모 역시 조정된다. 이는 부처별로 별도의 민관예산협의회를 설치하도록 함으로서 이 과정에서도 국민참여 절차가 보장되도록 한다.
이렇게 반영된 각 부처별 예산 중 참여예산사업은 6월에 구성되는 최소 200명 이상의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예산국민참여단을 통해서 심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제안한 참여예산사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데, 각 부처가 요구한 참여예산 후보사업의 목록을 대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반영가능한 사업들을 선별한다.
이렇게 선정된 사업은 7월 중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와 참여단의 투표를 통해서 확정된다. 특히 국민참여예산제의 특징상 참여단으로 구성할 수 있는 국민들의 숫자가 제약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일반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선호도 조사를 반영하여 숙의 과정을 통해서 사업을 검토한 참여단의 투표와 국민들이 원하는 선호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요하고 이후 국민참여예산제를 통해서 확대될 필요가 있는 부분은 부처별 제안사업의 심의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참여예산제의 성격 상 상당히 전문성있는 의제가 제안될 것임으로 해당 사업의 타당성 검토는 주로 해당 사업부처에서 검토하는 과정에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3. 국민참여예산제의 미래?
사실 국가 수준에서 본격적인 참여예산제를 시행한 전례가 없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참여예산제 운영 성과를 참조하되 사실상 새로운 제도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참여예산제와는 다르게 국가 수준의 참여예산제에 대한 우려가 크고 무엇보다 국회 등 기존 예산과정에서의 이해당사자 간의 제도에 대한 인식이 차이가 큰 만큼 점진적이고 실험적인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참여예산제 도입은 국가재정이 전문 관료와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정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참여예산제의 시행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2012년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예산제라는 점에서 볼 때, 현행 국민참여예산제는 지역에서 시작해 국가 수준으로 반영된 상향식 제도 확산의 한 사례로서 평가할 만 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재정과정의 투명성과 개방성에 있어서 제약이 컸던 국가재정의 정보가 다양한 형태로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재정 감수성도 높아지는 과정이 되기 위한 지속적인 제도 개선의 의지가 필요하다. 실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예산제도도 한번의 제도 도입으로 완성되기 보다는 매년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서 자리잡게 된 만큼, 국민참여예산제도 역시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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