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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
사회의 영역에선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를 당연시 하면서도 징병제에 대해서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북한의 위협’ 등 이전 사회의 논리에 포획되어 세상의 흐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일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하기에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위반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판결을 내리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6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과 더불어 이번 판결로 각 정당에서도 한시라도 빨리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실무추진단이 현재 내놓은 대체복무제 안은 단지 징역형이 아닐 뿐 또 다른 처벌이다. 대체 복무 기간을 현역 육군 복무기간의 두 배인 36개월로 하고, 복무 영역도 교정시설로 단일화 하며, 심사기구도 국방부 산하에 설치되어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 이 안대로 시행된다면 ‘양심의 자유와 관용과 포용’을 강조한 대법원의 취지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취지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간을 군 복무기간과 비슷하게 하는 등 완화된 안을 내놓으면 군대의 사기 저하 등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계속 사회적 논란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모병제로의 전환에 관한 사회적 논의이다. 이전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정의롭지 못한 징병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불공정을 해소하고 공정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잠시 논란이 되었으나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성역으로 남아있는 징병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살펴보고 모병제로 전환이 가능한지에 대해 폭넓은 검토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삶의 질의 문제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되는 등 다른 사회의 영역에선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를 당연시 하면서도 징병제에 대해서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북한의 위협’ 등 이전 사회의 논리에 포획되어 세상의 흐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의 칼럼에서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3년째 수류탄 투척 훈련이 중단되었고, 악천후 훈련하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일이며, 오늘도 무사히 만을 외치는 것이 현재의 군대라며 이를 개탄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사회의 빠른 변화만큼은 아니지만 군도 역시 변화하고 있는데 그들의 눈에는 개탄거리로 비춰진 것이다.
사실 현재 징병제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한창 인생과 장래를 설계하며 장밋빛 꿈에 부풀어 있을 청년들이 사회와 단절되었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속된 말로 원해서 군에 간 것도 아니고, 군 복무가 향후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에 가득 차 있다. 그 속에서 그들에게 피로 지킨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일전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운동선수들의 병역 면제 문제가 왜 그렇게 그들에게 간절했나 생각해 보고, 소위 고위층의 자녀들의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무었을 했는가 생각해 본다면 군대는 역시 안 가는 것이 좋은 것이다. 신의 아들이란 말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또한 징병제 아래에서 병영은 당사자가 강제로 집단 수용된다는 점에서 본질적 성격이 감옥과 같다. 자발적이지 않은 집단 수용상태에서는 온갖 사고와 인권 유린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 방에서 혈기왕성한 청년 수십 명이 집단 감금 생활을 하니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다.
반면 모병제는 수십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긴다. 군대를 양질의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전문화를 이룰 수 있다. 징병제하에서는 군대를 더 다니고 싶어도 정해진 기간이 되면 군을 나와야 한다. 18개월 정도의 시간으로 전문화 된 군을 만들 수는 없다.
물론 군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문제, 군을 어떻게 매력 있는 직장으로 만들 것인가의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이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면 결코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난 4월 남북의 정상이 모여 체결한 판문점 선언에는 군축 문제가 들어가 있다. 북한 역시도 경제 개발이 절박하고 이를 위해서는 젊은 청년이 필요하고, 평화 체제의 구축을 위해서도 군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말 많은 군 문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모병제에 대한 논의를 이제 시작할 때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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