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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횡성희망신문부대표 |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공익적 역할 인정과 권리 실현, 농업과 농촌이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9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의결된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선언’이 유엔 총회 제3차 위원회에서도 의결됨으로써 이제 12월 유엔 총회에서의 의결만 남겨 두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민국 정부는 몇몇 조항들이 국내법과 상충된다는 이유를 들어 기권의 의사를 밝히며 권리선언의 주체인 농민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있다. 이 선언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권이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한 대한민국 정부도 참여하여 10년간 논의된 성과물임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기권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유엔에서의 선언은 법적 구속력은 갖지 못한다는 한계는 있지만 그동안 무시되고 사양 산업으로 대접받아온 농업의 가치에 대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확산하고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 농업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정부는 이에 대한 논의 구조를 확대하여 농업·농촌을 어떻게 변화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대한 공론화 없이 종자 산업을 독점해 온 초국적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기권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 선언이 유엔까지 오게 된 되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농민들의 어려움이 커졌다고 해서 농민들의 권리에 대한 공감대가 저절로 확보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선언의 핵심인 ‘농민권리’라는 개념이 나오기까지는 전세계 81개국 182개 농민운동조직들로 구성된 ‘비아캄페시나(농민의 길)’라는 조직의 17년동안의 노력이 있었다.
이 선언은 총 28개의 조항으로 농촌과 농민에 대한 국가와 유엔 등의 책임과 의무,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누려야 할 권리 및 자유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세계 여러지역의 식량의 위기와 어려운 농촌의 현실이 초국적 농기업들이 투기 세력으로 변모하여 먹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위기를 심화시켜 왔다는 인식하에 이제는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하며 문화적으로도 적합한 농업을 만들어가자는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대한민국에서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FTA 등으로 농산물 수입개방이 전면화 될 때 내세운 농업 대책은 규모화였다. 규모화를 토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고 이는 결국 기업농 육성 정책이었다. 이런 정책이 펼쳐진 지 30년이나 되었고 투자된 보조금만 해도 천문학적 금액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농업과 농촌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축산이나 몇몇 특정 품목의 재배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농가도 있기는 하지만 농가 평균 소득은 축산농가와 과수 재배 농민들을 제외하고 산정하면 2천여만원에 불과하고 고령화 등으로 그나마도 줄어들어 도농간 소득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수면 아래로 내려가기는 했으나 올 초 헌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과정에서 농민헌법, 농민권리, 농업의 가치 등이 화두로 등장하게 된 것도 이러한 농업정책의 실패를 반영한 것이다.
이 선언은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법적 구속력보다는 당위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수행하는 공익적 역할을 인정받고, 이들의 권리를 실현시키는데 국가와 국제사회가 역할을 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농업·농촌과 관련된 각종 국가 정책의 기준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선언의 의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이번 유엔총회에서의 의결을 기권할 것이 아니라 농업과 농촌사회를 바라보는 전환점으로 삼아 적극 참여하여야 하며, 다소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이 선언을 구체화하는 농업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선언은 농민의 권리만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고 농민 스스로의 노력과 책임도 강조하고 있다. 생태적 농업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고,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기여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 즉 여성농민, 농촌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의 권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선언이 유엔에서 통과되고,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공론화되어 농업과 농촌이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장으로 넓혀지길 기대해 본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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