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업운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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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은 일반기업보다도 협동조합을 하기에 유리하다. 농가들의 생산비를 정확히 판단해서 농민들에게 제값을 보장할 수 있다”며 협동조합을 통한 동업에서 필수적인 신뢰를 강조하고 있는 최혁진 본부장 |
협동조합은 기업이다. 남 보기에 좋은 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밥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좋은 일 해보자고 협동조합을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 망했다. 협동조합도 다같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우리나라에선 옛부터 ‘동업을 하면 안 좋다. 동업을 하면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왜 굳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동업’을 하려는 것일까. 일반 회사 모델은 동업을 하기에 적절한 형식이 아니다. 일반 회사는 회사의 권한을 사람이 아닌 돈(자본)에게 부여한다. 돈이 벌리기 시작하면 구성원들 사이에 불화가 싹틀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일반 회사는 돈을 가진 사람이 그 돈을 더 불려나가기에 적합한 형식이다. 돈이 없어서 몸으로 기여하는 사람들이나 큰돈이 없는 소액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협동조합은 자본의 크기에 따라 권한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신뢰에 기반하는 조직이다. 믿음만 가지면 사업을 하기에 유리한 조직인 것이다. 배신자가 없어야 하는 조직이고, 그러기 위해서 똑같이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다같이 똘똘 뭉쳐서 다같이 잘살아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협동조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큰돈을 가진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다. 반면, 협동조합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고루고루 잘 살기에 유리한 조직이다.
농업은 일반기업보다도 협동조합을 하기에 유리하다. 호주의 키위 생산 농가들은 한 농민운동가가 협동조합을 제안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협동조합은 농가들의 생산비를 정확히 판단해서 농민들에게 제값을 보장했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최초로 농업협동조합을 만들어 낸 덴마크에서는 철저한 이력관리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덴마크 농업인들은 축산이 주업이면서도 깨끗한 환경을 동시에 유지한다. 그것은 덴마크의 농협이 축산분뇨를 모두 무상으로 수거하고, 화력발전소를 통해 축산분뇨를 전기로 전환해 친환경에너지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퀵서비스 종사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중개업자들에게 수수료를 주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었던 이들이 스스로 협력의 필요성을 깨달아 중개업체를 대신하는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한 달 정도 지나보니 각자 20~30만원씩의 수익을 더 가져가게 됐다. 한 달 100여만원의 수입을 가져가던 이들에게는 매우 큰돈이다.
대전에서는 동네빵집 일곱 곳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함께 운영을 하니까 전단지 광고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남은 돈으로 TV광고도 할 수 있게 됐다. 재료구입도 함께 해서 비용을 절감했고, 지방정부가 이들을 학교급식으로 연결해주기도 했다. 개별 빵집으로 계속 운영되었다면 특혜시비 때문에 어림없는 일이겠지만, 함께 모여 협동조합을 구성하니까 지방정부로서도 부담없이 이들을 지원해 줄 수 있었다.
제주에서는 동네 수퍼마켓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공동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면서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다. 지역 농민들과 자체 브랜드도 만들었다. 결국 이 지역에서는 대형마트 하나가 철수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은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조직이다. 184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협동조합은 처음 20~30명 규모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수십만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조직으로 성장했다.
협동조합의 초기 멤버들은 다 고생을 했다. 그것은 다른 일반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식 세대들은 그 혜택을 보게 된다. 인구 50만명으로 횡성과 원주를 합한 규모와 유사한 이탈리아의 트렌토지역도 협동조합을 시작한 지 100년만에 잘 사는 마을로 변모했고, 지금은 570여개의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대형마트가 아닌 협동조합을 찾아가 소비를 하는 이탈리아의 한 주부는 “협동조합이라서 구매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여기서 사 먹어야 내 자식에게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언제든 값싼 노동력을 찾아 옮겨가는 일반 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주인과 일하는 사람 모두가 지역에 기반을 두는 기업이기 때문에 항상 그 지역에 남게 된다.
횡성에서도 여러분이 씨앗을 뿌려주기 바란다. 씨 뿌리는 사람은 누구든 어렵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좋은 사업 아이템을 찾아보기 바란다.
(정리=이창조기자)
최혁진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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