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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움터 수업을 앞두고 열람실에 모여 있는 강림중 2학년 아이들 |
도서관이 아이들로 북적북적한다. 늦은 오후, 강림면의 ‘강림 치악산 작은도서관’(이하 강림도서관)을 찾아가면 날마다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학기가 한창인 이맘 때 강림도서관의 ‘단골’이용객은 강림중학교 학생들이다. 1, 2, 3학년 통틀어 35명인 강림중학교 학생들이 학교가 파하고 나면, 강림도서관의 2개 열람실을 이용해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강림중학생들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중에 이틀씩 학년별로 나누어 국어와 수학과목을 보충하는 수업을 받고, 화요일, 목요일엔 열람실에서 자습을 한다. 약간의 ‘강요’도 없지 않지만, 수업 참가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들이다.
‘강림배움터’로 불리는 이 학습장에 대해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성적 올리려고 나와요”(양희원, 2학년),
“복습하려구요”(김민지, 2학년)
“집에서는 혼자 공부가 안 되는데, 여기서는 시간도 때우면서 공부도 할 수 있어요”(윤혜림, 2학년),
“여기서는 깊게 공부할 수가 있는 것 같아서 공부에 도움이 돼요”(전재영, 3학년),
“공부 잘 하려구요.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거 같아요”(홍선화, 3학년),
“친구들끼리 같이 공부할 수도 있고, 학교공부 복습도 할 수 있으니까 2학년 때도 3학년 때도 배움터를 계속 열었으면 좋겠어요”(정은정,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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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가 사이에 놓인 소파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
방과 후의 배움터
그렇다고 해서 ‘공부’만 하러 학생들이 도서관에 가는 것은 아니다. 자타공인 도서관의 ‘개근생’인 2학년 이주광 군은 방과 후 집에 가는 버스가 올 때까지 항상 도서관의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주로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한다는 주광 군은 올해 들어 6권의 소설책을 읽었다고 했다. 친구 오민석 군은 주광이 덕에 덩달아 ‘도서관 돌이’가 됐다. “주광이랑 같이 (버스시간) 기다려주려고 와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지만, 민석이는 친구 따라 도서관엘 가는 것이다.
같은 학년의 윤석민 군은 “심심하고, 집에 가서 숙제하는 건 귀찮고 해서” 도서관에 온다고 했다.
‘책 빌려주는 곳’이라는 도서관 본래의 기능도 아이들에겐 매우 소중하다. 2학년 양희원 양과 3학년 고지인 양은 “책을 아무 때나 빌려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학교 내 도서관은 점심시간에만 책을 대출하는 반면, 강림도서관에서는 언제든 책을 빌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림도서관은 도서실로도, 독서실로도 아이들에게 유용한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강림도서관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책은 약 8500여 권. 관내의 ‘작은도서관’ 다섯 군데 중에서 최고 규모를 자랑한다. 횡성읍내 느티나무도서관의 5300여 권과 비교해도 꽤 많은 양의 서적임을 알 수 있다(<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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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횡성군 내 작은도서관 현황(2012. 12월말 기준/자료제공: 횡성군 주민생활지원과) |
강림도서관이 ‘작은도서관’이라는 공식도서관으로서의 호칭을 얻게 된 것은 관내 다른 도서관들보다도 2~3년 늦은 2012년 1월이지만, 실제 운영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약 25년 전, 마을주민이었던 고(故) 임승호 씨의 노력으로 새마을문고가 문을 열었고, 1999년 임승호 씨가 작고한 뒤 공공도서관으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작은도서관’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것은 2011년 횡성군으로부터 대규모 리모델링 작업을 지원받고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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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아이들이 도서관 내 작은 방에서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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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도서관 입구의 현판 |
쉼터이자 문화의 공간
강림도서관은 공부와 독서 공간이라는 주된 기능 외에, 쉼터이자 문화의 공간으로도 잘 활용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강림도서관 이용자수를 초등학생, 중고등생, 일반인으로 나누어 집계한 결과, 초등학생 이용자가 연인원 2300명으로 가장 많았다 (<표2> 참조). 대부분 도서관으로 ‘놀러’ 오는 아이들이다. 초등생뿐 아니라 중학생들도 서가와 서가 사이에 비치된 소파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뒤적거리거나 스마트폰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도서관이 학교나 집보다도 편안하다”고 말하는 정은정 양은 “아이들과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정 양 외에도 다수의 학생들이 도서관을 ‘쉼터’이자 ‘편안한 놀이공간’으로서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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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2> 2012년 강림도서관 운영현황 (자료제공 : 강림도서관) |
강림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아이들만은 아닌데, ‘예쁜글씨 배우기’, ‘일본어 강좌’, ‘오카리나 강좌’, ‘포크아트 강좌’ 등 저녁때마다 진행되는 문화프로그램에는 3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교과학습 이외에 중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인데, 이름 하여 ‘유치원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이다.
현재 7명의 중학생들이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강림도서관 지킴이’ 최영옥 씨는 “연말이면 중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시켜달라고 찾아온다”며 “그런 학생들이 방학 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또 “이곳 청소년들은 주말에 갈 곳이 없어서 몰래 도서관에 들어왔다 가기도 한다”며 도서관에서의 ‘주말 영화상영회’도 해 볼 생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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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임승호 씨의 며느리로, 2002년 이래 강림도서관의 자원활동가로, 2011년부터는 도서관을 운영하는 계약직원으로서, 강림도서관과 인연을 가져온 최영옥 씨는 이곳의 역사와 현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앞에 놓인 것은 배움터 아이들을 위한 간식이다. |
횡성의 ‘작은도서관’들
현재 횡성 관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작은 도서관’은 모두 다섯 군데. 강림 도서관 외에 횡성읍에 느티나무도서관과 한우리도서관, 공근면에 금계도서관, 청일면에 버들골도서관이 있다. 횡성군은 앞으로 우천과 안흥, 둔내, 서원면에도 작은도서관을 만들 예정이며, 그중 우천과 안흥면의 작은도서관은 올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년 넘게 강림도서관의 지킴이로 활동해온 최영옥 씨는 ‘작은도서관’들 간의 교류와 소통에 대한 아쉬움이 제일 크다고 말한다. “여기(강림도서관)에만 있다 보니, 다른 도서관 분들과의 소통이 어려워요. 횡성의 다른 도서관들도 가보고 싶어요. 원주에는 작은도서관협회가 있다는데, 우리(횡성)도 작은도서관들끼리 프로그램을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강림 치악산 작은도서관’은 횡성 내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곳에 위치하지만, 이용객과 운영 면에서는 관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렇게 배움과 놀이, 교육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속에서 강림면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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