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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주(한의학박사, 원주) |
한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주요한 방법은 침, 뜸, 약의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흔히 일침이구삼약(一針二灸三葯)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침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고, 약은 침만 못한 치료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각각의 치료방법은 환자의 상황과 질병에 따라 정하는 것일 뿐이지 일능이 이송이 삼표고의 표현처럼 우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치료법의 용이함의 순서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침은 작고 가벼워서 휴대하기도 편하고, 침이 없으면 바늘로 대신해도 되고, 심지어는 나무에 달린 가시를 써도 됩니다. 그만큼 치료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짧습니다.
뜸은 그 재료가 쑥입니다. 지금이야 그런 풍경을 볼 수 없지만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단오를 전후해 쑥을 채취해서 처마 밑에 달아놓고 묵혀두었다가(쑥은 3년 이상 묵혀야 약효가 제대로 나는 약재입니다.) 필요할 때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 쑥을 손으로 잘 비비면 섬유질만 남게 되는데 그것으로 뜸을 뜨게 됩니다.
뜸을 뜨는 데는 불이 필요한데 지금은 라이터나 성냥으로 쉽게 불을 붙일 수 있지만 100년 전이라면 사정은 많이 다르게 됩니다. 부싯돌까지는 아니라도 아궁이 속의 불씨에서 불을 붙여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약을 이용한 치료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비록 모든 약재를 구비하고 있는 한의원원장이라고 해도 처방에 맞게 약재를 준비하고, 약물이 적당하게 우러나올 때까지 달여야 하는데 적어도 두 세시간은 필요합니다. 그만큼 약물을 사용한 치료법은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일침이구삼약이라고 한 것입니다.
침치료는 경락이론을 근거로 한 치료법입니다. 인간은 온몸을 종횡으로 꿰뚫고 있는 경락을 통해 기혈이 원활하게 흐를 때 생명활동이 잘 이루어져서 건강할 수 있고, 경락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기혈의 흐름에 장애가 생겨 질병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때는 기능이상이 발생한 경락의 경혈에 침이나 뜸으로 자극을 주어 그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의 몸 속에 경혈의 자극을 통해 운행을 촉진할 만큼의 충분한 기혈이 있어야 침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기혈이 지나치게 부족한 사람에게는 침치료를 금하고 있습니다. 농수로가 아무리 잘 정비가 되어있다고 해도 그 곳을 흘러가야 할 물이 없다면 농수로로써는 효용가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기혈이 부족해서 병이 생긴 것이라면 우선 기혈부터 보충해주어야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기혈이 부족하면 미(味)로 보하라고 하였습니다. 미는 음식입니다. 말 그대로 일상에서 먹는 음식이기도 하고, 한편 병이 들었을 때 먹는 약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의 질병치료는 그 근본이 올바른 섭생에 있습니다. 기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음식은 돼지고기 닭고기와 같은 고량진미가 아니라 소박하고 담박한 음식들입니다. 오곡과 채소가 좋고, 더불어 우리의 전통발효식품인 된장, 청국장, 간장, 김치, 젓갈을 많이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몸에 맞는 한약을 복용함으로써 부족한 기혈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이현주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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