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36바퀴 긴 부부 (1)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9.04.09 17:31|(172호)

지난번 이야기 ‘첫날밤’에서와 같이 부부가 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모험입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온통 서툴뿐이기 때문이다. 미리 연습도 복습도 할 수 없는 오로지 실전만이 있을 뿐입니다. 더군다나 부부 중 어느 하나가 잘 한다고 해서도 행복할 수도 없습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불행한 삶을 애써 선택하려고 하지 않는 한, 서로를 보듬어야만 합니다. 상대의 실수도, 잘못도, 모자람도, 상처도 마음으로 껴안아야 합니다. 사실 행복하려면 그 수밖에 없습니다. 오직 상대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내 삶 전체 중 반, 내 몸 전체 중 반이라는 생각과 마음으로 보듬을 때만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믿고, 바라고, 의지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36바퀴 긴 부부’도 이러한 생각과 마음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첫날밤’을 무사히 보낸 부부가 살면서 겪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36바퀴 긴 부부>

옛날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집이 매우 가난해서 단칸방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들이 다섯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내외가 재미를 좀 보려고 해도, ‘아, 이 아들놈들’ 때문에 통 재미를 볼 수 없었습니다. ‘아, 재미를 좀 볼라치면, 이놈들이 꼭 깨서 법석거리는 바람에 당할 수가 있어야지요.’ 뭘 안듯이 낄낄거리며, 속닥거리니 말입니다.

그래서 하루는 내외가 약속을 했습니다.
“임자, 내가 마실 가서 한참 있다가 올 테니 기다리구려.”
“언제 오시려고요?”
“아, 이놈들이 깊숙이 잠잘 때쯤 올 테니까 자는 척하고 기다리구려.”

마누라는 호호호 반기며 말했습니다.

“알았어요. 호호호.”
“아, 그리고 내가 돌아오는 기척이 있거든 그때 벽에 바짝 붙어서 나한테로 오소. 애들 깨지 않게 나도 자네한테로 갈 테니 중간쯤에서 만나자구. 알았지?”
“예, 알았어요. 걱정 마요.”

내외는 이렇게 약속을 해 놓고, 마냥 신났습니다.

                                                                                 그림 송영주

그날 밤, 남편은 마실 가서 한참 만에 돌아왔습니다.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누라가 먼저 남편이 온 기척이 나자 벽에 딱 붙어서 살살 기어갔습니다. 남편도 마누라한테 간다고 벽에 딱 붙어 기어갔습니다.

그런데 한 바퀴, 두 바퀴…. 아무리 돌아도 부부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 그랬는지, 부부는 같은 방향으로 기어갔던 것이었

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부부는 서로 만나기 위해 쉬지 않고 계속해서 기었습니다.

그렇게 자꾸 기어서 방안을 돌더니 결국 막내 아들놈 손가락을 꽉 밟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들놈이 깨면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이구, 아야. 내 손가락 깨지네.”

그러니까 다른 아들놈들이 또 깨면서 말했습니다.

“둘이 만나려면 한 사람은 이리 가고, 또 한 사람은 저리 기어야지. 둘 다 같은 방향으로 기니 어디 만날 수 있나.”
“그러게 말이야.”

그러자 제일 큰놈이 소리쳤습니다.

“야, 이놈들아, 조용히 안 해. 니들이 말하는 바람에 다 들통났잖아. 날 샐 때까지 기었으면 아마도 2백 바퀴는 돌았을 텐데 말이야. 이제 겨우 서른여섯 바퀴밖에 안 되잖아.”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횡성희망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이용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19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