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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떨게 하다가 뉴스에서 사라지면 병도 사라진 것일까?[이현주한의사의 세상살이진맥]
대유행을 경고하면서 신문·TV 등에서 전해주었던, 우리를 두렵게 만들었던 질병들…도덕적인 경고라면 종교만으로도 족하다
이현주 | 승인 2013.07.01|(0호)
▲ 이현주(한의학박사.원주)

 에이즈(AIDS), 렙토스피라, 쯔쯔가무시, 유행성출혈열, 조류인플루엔자(AI), 신종플루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대유행을 경고하면서 신문, TV등 온갖 미디어에서 감염자와 사망자 상황을 자세하게 전해주었던 질병들입니다. 감염경로가 사람이냐 동물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전염병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80년대 후반에 느닷없이 등장한 에이즈는 전 세계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마치 소돔과 고모라가 향락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종말을 맞이했고, 로마가 지나친 사치와 향락으로 멸망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곧 천벌을 받으리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90년대는 대한민국 보건행정의 최종목적이 에이즈의 예방과 퇴치에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질 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괴기스런 바탕에 에이즈란 글자가 낙인처럼 찍혀 있곤 했습니다. 

 렙토스피라, 쯔쯔가무시, 유행성출혈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뉴스시간이면 어김없이 감염자 몇 명, 사망자 몇 명이라고 한 계절 내내 떠들어 댔습니다. 4년 전쯤엔 신종플루로 온 나라가 벌벌 떨었습니다. 휴교령이 내려지는가 하면 유명연예인 아들의 사망소식이 정점을 찍었습니다.

 올 초에는 어땠나요. 중국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가 뉴스의 단골메뉴였지요. 도대체 10억이 넘는 인구 중에 몇 십 명이 감염되어 몇 명이 숨진 병이 그리도 큰 뉴스거리였을까요.
 그 후에 바로 살인진드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뉴스시간을 점령하고는 풀숲에 스치기만 해도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어 곧 죽을 것만 같은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들쥐, 진드기,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것은 어쩌면 사람보다 먼저 세상에 나왔을지도 모를 만큼 오래 전부터 있어온 것들입니다.

 신종플루요. 신종인플루엔자의 준말로 새로운 감기라는 말입니다. 감기는 바이러스감염으로 생깁니다. 바이러스의 생장과 번식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코웃음을 칠 노릇입니다.

어제의 바이러스와 오늘의 바이러스가 같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다르고 현손에 이르면 그 조상과 생김으로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지는데, 하루에도 몇 십 세대의 번식과정을 거치는 바이러스의 경우는 어떨까요. 매일 매일의 바이러스가 새로운 바이러스입니다. 

 전염병답게 유행을 탑니다. 91년에 매직존슨이란 유명한 농구선수가 에이즈에 감염되어 은퇴했습니다. 곧 죽을 줄 알았는데 지금도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젠 공중화장실 어디에도 에이즈 이야기는 없습니다.

 당연히 유행성출혈열, 신종플루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럼 그런 질병은 사라진 것일까요.

 아직도 가을추수철이면 수많은 농부님들이 유행성출혈열과 같은 질병에 감염되고 있고, 변화무쌍한 바이러스들로 인해 매일같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립니다.

 일반적인-일반적인이란 수식어가 어울린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는 분들도 예전의 신종플루만큼 많습니다. 

 그런데 왜. 잊어버릴만하면 신종플루와 같은 생소한 이름으로 혹은 살인진드기와 같이 무서운 수식어를 붙이고서 나타나 우리를 두렵게 만들까요. 도덕적인 경고라면 종교만으로도 족하다는 생각인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주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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