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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과 격리
태준호 기자 | 승인 2019.05.07 15:04|(174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격리와 처벌의 문제에만 국한된다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을 것...사건이 발생한 사회적 배경과 사회적 해결방안에 집중해야

 

지난 4월 17일 새벽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의 피의자는 약 5년간 68차례 조현병 치료를 한 경력이 있으며 최근 2년 9개월간 치료를 중지했다고 하며, 이미 과거에 흉기를 휘두른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지만 심신장애가 있었다는 이유로 감형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그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했다. 피의자에 대해 관용 없이 처리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4일 만에 14만명이 청원 동의하는 등 이번 참사의 원인과 처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관용 없이 처리를 주장하는 이유는 묻지마 범죄도 아니고 조현병이 영향을 끼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번 범죄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으며 희생자도 여성과 노인, 어린이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라는 것이다. 더욱이 조사 결과 피의자는 10년 전 경남 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산업재해 처리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회적 불만이 쌓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분노라는 명확한 동기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발적 동기와 무차별적인 공격’을 주요 특성으로 가지고 있는 묻지마 범죄가 아닌 ‘증오 범죄’라는 것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며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정신병에 의한 한 개인의 일탈과 그에 대한 처벌 문제로 국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사회적 구조 문제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그것은 무시하고 처벌과 격리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표적인 것이 발 빠르게 국회에서 발의된 일명 ‘안인득 방지법’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이런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에 의한 강제입원을 가능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접근 제한 및 격리 조치하는 법이다. 손쉬운 해결방법으로 격리를 선택한 것이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인권이나 사회에서 어떻게 이들을 받아들여야 하는가는 안중에도 없다. 정신 병력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잡아 가두고 이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에도 이에 집중함으로써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면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이 많아진다. 일단 예산의 문제이다. 현재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예산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건 이전에 여려 징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못한 경찰력의 문제도 있다. 이들이 초동대응을 불가능하게 만든 배경에는 수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고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의자에 대한 치료감호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못한 보건 행정상의 문제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살펴봐야 할 지점이 많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단지 격리와 처벌의 문제에만 국한된다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피의자의 정신 병력과 처벌 문제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병에 대한 편견은 확대될 것이고 강력한 처벌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엄벌주의만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피의자를 부각시키는 선정적인 보도를 멈추고 이런 사건이 발생한 사회적 배경과 사회적 해결방안에 집중할 때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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