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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과 정치개혁
태준호 기자 | 승인 2019.05.20 19:56|(175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경제와 우리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개혁은 중요하다.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의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데도 우리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국회의원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되었다. 처벌 규정이 문제되자 이듬해 8월 국회의 회의 방해 금지 규정을 신설해 회의 방해죄에 대해서는 5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낼 수 있고,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기록 등을 손상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명시했다. 의원직 상실은 물론 10년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도 있는 국회법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법의 무게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2016년 2월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이 본회의에 상정될 때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 법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은 있었으나 그때까지 생소했던 필리버스터로 의사진행을 방해했을 뿐 무력 등 법에 저촉될 수 있는 행동은 전혀 하지 못했고 어찌 보면 무기력하게 테러방지법은 통과되었다. 누가 몇 시간 연설을 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가 되고, 국회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등의 찬사가 쏟아졌지만 패자의 논리였을 뿐 결론은 통과였다.

2019년 4월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하는 다수의 행태가 이번 국회에서 발생되었다. 몸싸움이 등장하고 의원을 감금하고 법안을 탈취하는 등의 행태가 자유한국당에 의해 발생된 것이다. 이 법을 만든 주체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었으므로 이 법의 의미를 모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방해한 것을 보면 이들이 자신들의 목적 관철을 위해 절박하게 나섰는지를 알 수 있다. 테러방지법 통과 당시 개인의 이익과 공익 사이에서 방황했던 정의당과 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자신들의 계급적 혹은 집단적 이해관계를 위해 자신의 희생쯤은 당연시한 것이다.

고소 고발이 쏟아지고 협상은 없다는 강경한 주장이 이어지면서 일부 후회하는 의원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자유한국당은 삭발식 등 강경한 장외투쟁을 전개하고, 황교안 대표가 호남으로 달려가 물세례를 맞는 모습을 연출하며(5·18 망언에 대해 사죄하지 않은 채 광주를 찾은 것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진지를 사수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해체해 달라는 청와대의 국민청원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지령 운운하며 예전의 종북 프레임을 씌우며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들의 의도는 명확하다. 다음 선거에서 자칭 보수의 결집을 이뤄 내고 자신들의 주요 텃밭이라고 생각하는 영남권에서의 승리, 즉 영남 + 알파를 위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그간 누려온 수많은 기득권 중 최소치라고 생각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자유한국당만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번 패스트 트랙의 주요한 의제인 선거구제 개편안 역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4당의 야합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선거제도가 비례성을 높여가는 방향에 서 있음은 인정하지만, 현재의 비례의원 배분기준인 3% 득표 에 대해서는 오히려 5%로 상향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이고 비례의원의 수도 제한하는 등 자신들의 기득권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즉 이번 선거구제 개편안은 적당한 선에서의 봉합이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 과정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얼마든지 타협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의 승자독식 구도 아래서는 진정한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 정치가 경제와 우리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개혁은 중요하다. 그렇기에 비례성을 확대해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아우를 수 있는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의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데도 우리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국회의원들의 싸움을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나 하며 지켜보고 있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의원들의 반에 반도 못 쫓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만든 법 자체도 무시하는 국회의 모습과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은 대한민국 사회의 정치지형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민중들이 어떤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저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절박함, 그리고 투쟁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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