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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만 반대해서는 안된다
태준호 기자 | 승인 2019.06.28 10:42|(178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송전탑 건설은 결국 정부 에너지정책의 결과. 따라서 한전만을 향한 투쟁이 아닌 정부의 에너지 정책변화를 요구하는 투쟁이어야 한다.

 

동해안(신한울)∽신가평 초고압 장거리 송전선로 사업이 수면위로 나오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일 횡성지역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위원들이 입지선정위원회 불참을 결정한데 이어 해당지역 주민들이 현수막을 곳곳에 게재하는 등 송전탑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고, 인근 홍천에서도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지난 19일 출범하는 등 송전탑 반대를 위한 투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전에서는 기존 765kV 방식에 비해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HVDC 방식의 선로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송전탑을 세우는 것은 기존과 다를 바 없고 장거리 HVDC 방식의 경험도 없어서 기술적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유지되어온 765kV 송전탑과 선로의 경험에서 볼 때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밀양의 송전탑 반대 투쟁에서 보듯이 한전은 지역주민들의 반발쯤은 우습게 볼 것이다. 협박과 회유를 통해 지역주민들을 분열시키고 국가 시책이라 점을 내세워 2021년 완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달릴 것이다.

송전탑 반대 대책위의 요구를 집약하면 “왜 우리지역인가?”하는 것이다. 이미 기존 송전탑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고, 신한울 원전 3.4호기가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빠지는 등의 정책 변경으로 송전선로의 변경이 있어야 하는데 기존 노선을 강행하는 것은 투명성이 없다는 것이다. 즉 송전선로의 문제만 제기할 뿐, 송전선로가 과연 현재의 에너지 정책과 부합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송전탑이 세워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주민들만이 이 문제를 거론하고 반대할 뿐, 송전탑 예정지역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문재인 정부는 고리1호기 핵발전소를 영구 정지시키면서 에너지 정책의 일대 변환을 예고했었다. 탈원전 정책을 펼치고 화력발전소를 줄이며, 신재생 에너지의 전력생산량을 2030년까지 20%로 만들어 소위 청정에너지 발전 시대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포항 지진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원전 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없어 결코 핵발전소가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초기의 약속을 어기고 구시대의 에너지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원전을 줄이겠다고 하고 있으나 아직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추가로 핵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또한 동해안에 강릉 에코파워 2기와 국내 최대 규모의 삼척 포스파워 2기가 건설 중이다. 미세먼지 등 환경파괴를 자행하고 있는 화력발전소를 청정 지역인 동해안에 건설하고 있고, 이렇게 만들어질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송전탑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전기는 필요하지 않느냐고,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전기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강변할 수 있다. 그러나 사상 최고의 폭염이라고 하는 지난해조차 우려됐던 블랙아웃 사태는 없었다. 절전 기술의 보급과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 적절한 산업용 전기의 통제가 가져온 결과였다. 또한 서울시는 태양의 도시 계획을 발표하며 탄소 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발표를 하고 경기도 역시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나가는 추세이다. 즉 송전선로의 시작점에서는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를 대량으로 발생시킬 발전소가 있고 도착지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이겠다고 하는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정부는 말로는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와 기존 에너지 정책의 고수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에너지 사용처와는 상관없는 지역 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송전탑 반대 투쟁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문제가 에너지 정책 방향성 문제이고 이 속에서 피해를 당하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들과 연대하고 투쟁하지 않는다면 한전의 물량 공세에 의해 지역주민들은 분열되고 결국 송전탑은 건설될 것이다. 송전탑의 문제만이 아닌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방향 전환에 답이 있고, 단지 한전만을 향한 투쟁이 아닌 정부의 정책변화를 요구하는 투쟁이어야 할 것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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