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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미국의 눈치만 보는 조연이 아니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과 발전을 위한 주연으로 나서야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들의 만남과 이어진 북·미간의 정상회담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였다. 회담 몇 시간 전까지도 과연 이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 제안자였던 트럼프 대통령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이 만남은 파격 그 자체였다.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었던 만큼 회담의 의제는 없었지만 지난 2월 하노이에서의 회담 실패 후 중단되었던 북미 공식 협상이 곧 재개될 것이고, 이후 협상이 잘 재개될 것이라고 약속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켰다.
만남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간 적대관계가 종식되었고, 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든 것만으로도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며 이번 회담 띄우기에 나서고 있고, 이에 힘입은 덕분인지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해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이 실패하면서 한반도의 기류가 바뀌고 긴장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미국도 그간 대북 관련 제재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한·미 연합 훈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5월 주한미군 사령관은 대규모 훈련은 아니지만 필수 임무 수행을 위한 연합훈련을 올해에만 100번 이상 진행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 속에서 북한도 발사체 논란을 불러온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회담은 긴장 타파에 대한 나름의 의미는 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적대관계가 종식되었다고 밝히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화염과 분노’로서 북한의 압박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북·미간의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했지만 심각한 불안정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중요한 쟁점은 ‘비핵화’의 정의이다. 미국은 비핵화를 북한만의 비핵화로 보고 있는 반면, 북한은 한반도 전역의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때 비핵화는 단순히 한반도의 비핵화뿐 아니라 일본과 괌 등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지역 내 전반적인 비핵화를 의미한다. 최근 사드 배치나 미·중간의 갈등 등 동북아시아에서의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한 미국의 일관된 정책은 사전에 무엇인가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주요 사항인 제재 완화는 결국 북한이 핵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확신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북한이 핵 무장을 한 이유는 체제 유지를 위한 안전판이며 그들의 생존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나 인권문제까지 거론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협상이 더더욱 쉽지 않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란 핵 합의의 일방적 파기 및 이란 폭격 10분전까지 가게 만들었던 상황, 기후 협약의 불이행 등 미국의 정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국내 정치의 흐름이나 패권의 유지를 위해 언제든 합의를 파기할 위험을 지니고 있다. 거침없이 냉온을 오갔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향후 미국의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맞물려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마디로 갈 길은 멀고 해결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적대관계의 종식이니, 종전선언이니 하는 말만 무성한 잔치를 벌이고, 자신은 이번 회담의 조연임을 자처했던 것은 옳지 않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의 정착은 결국 한반도 민중들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공을 미국에게 넘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문제는 주변 강대국들이나 정치인들이 아닌 한반도에 살고 있는 민중들의 이해관계가 우선적이어야 한다. 비핵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군사적 긴장으로 고통 받는 남북한 민중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눈치만 보는 조연이 아니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과 발전을 위한 주연으로 나서야 한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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