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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며 자신의 이익이나 챙기려 하는 양국 정부와 기업들...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넘어 정쟁이 아닌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시작된 이래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려하는 등의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제 보복에 대한 이유에 대해 말 바꾸기를 계속하며 자신들을 합리화시키려 하고 있지만 참의원 선거에서의 승리 나아가 헌법 개정을 향한 내부 단결과 대한민국과 중국의 부상으로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이 감소되는데서 나오는 불안감이 이번 보복을 나타나게 했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도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대응하며 국채보상운동, 명량해전 12척 같은 역사 이야기까지 꺼내며 일본의 경제 보복에 전면적으로 대항한다고 하고 있다. 초기 미국을 통한 중재에 매달리는 인상을 줬으나 미국이 중재요구를 거절하자 일본 의존도가 높은 주요 부품 산업에 대한 지원, 일본의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 거절 등 점차 대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속에서 정부와 언론은 민족주의적 대립구도를 자극하고 조장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보수언론에서는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문재인 정권이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경제적 위기가 눈앞에 닥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소위 진보를 표방하는 쪽에서는 이들을 비판하며 정부와 국민이 똘똘 뭉쳐 일본의 경제 침공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어느 편에 설지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편이 되었던 일제 강점기의 경험과 그 반감, 그리고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 분노하다 보니 일본 여행 자제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매 운동이 그렇듯이 이 불매운동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불매 운동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의미가 없다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일본에 대한 무역 적자가 지난 54년간 708조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는 주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본재와 중간재를 수입한데 따른 것이다. 소비재 시장은 전체 수입의 14%를 차지하고 있어, 기업들이 불매운동에 나서지 않는 이상 그 효과가 크지 않다.
민족적 감정을 자극하며 일본의 경제 침탈에 대항하며 우리 경제를 보호하자고 하는데 사실 이는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의 한국 경제는 일본에 끌려 다니는 경제가 아니라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1960년대 경제 개발 초기에는 당연히 의존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구조 속에서 기업들이 선택한 결과이다. 즉 그들의 돈벌이를 위한 선택이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이고 그런 이익을 기업들이 포기할리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부와 대기업들은 일본산 불매운동에 편승해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를 꾀하겠다며 특별 연장 근로를 허용하고, 핵심 R&D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세액 공제를 확대하며, 화학물질의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 대기업들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미 950조원에 이르는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 기업들에게 또다시 특혜를 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강제징용에 대해 이전에 제시한 안보다 후퇴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타협의 여지도 열어놓고 있고, 한일군사보호협정도 현상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일본 정부의 이익이야 거론하지 않았지만 양국 모두 자국 국민들의 이익보다는 기업들의 이익과 정권 유지를 위해 이번 강제 징용 판결을 이용하고 있다. 삼성의 이재용이 일본에 가서 일부 소재 수입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은 완전한 통제는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선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번 강제 징용 배상 문제를 이들에게 기댄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오히려 강제 징용 문제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서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 불매 운동도 좋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정쟁이 아닌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본에서도 정부를 비판하고 새로운 해결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며 자신의 이익이나 챙기려 하는 양국 정부와 기업들에 대해 함께 투쟁하는 것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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