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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원 사업에 주민설명회 단 한 번뿐<희망을 말하다: 횡성희망신문 정책제안> 지역개발사업, 주민참여 강화·인권영향평가 도입 필요하다
지자체장 임기 내 성과 위해 막대한 예산 쏟아붓는 대형 개발사업 치중
이창조 기자 | 승인 2013.08.26|(0호)
 계획수립단계부터 공개토론, 공청회 등
주민, 전문가 의견 모으는 기회 있어야


 올해 횡성군은 둔내면을 중심으로 한 횡성 동부권 일대에 ‘둔내 에코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연·생태·문화자원과 건강·휴양·레포츠산업을 연계한 관광지대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향후 10년간 국도비와 민자를 포함해 1484억 원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횡성군은 둔내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한 차례 개최했고, 6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타당성검토 연구용역’을 진행했으며, 2014년부터는 생태탐방로 사업부터 순차적으로 사업을 집행해 나갈 계획이다. 

 횡성군이 계획 또는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은 이뿐이 아니다. 군 예산만 200억 원 이상 투여될 것으로 예상되는 ‘매곡리 베이스볼테마파크 조성사업’, 총 1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묵계리 군부대 이전 및 산업단지 개발사업’ 등 굵직굵직한 개발계획들이 줄을 서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지출된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사업시행 여하에 따라 주민생활에 적잖은 영향을 가져다줄 사업들이기에, 반드시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관광단지든, 산업단지든, 이러한 개발사업의 기본 취지는 횡성군이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지역의 소득을 확대하고 주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사업에 있어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될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주민들의 의견과 참여를 충분히 보장하느냐 여부다. 생업에 바쁜 주민들이 해당사업에 의견을 갖기 위해 1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다. 군에서는 ‘주민설명회’라는 형식을 빌려 나름대로 정보제공과 의견수렴의 절차를 진행하지만, 군에서 계획을 다 수립해놓고 일방적인 전달만 할 뿐이다. 그런 탓에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주민 대부분은 “~계획이 잘 돼서 주민소득이 높아졌으면 좋겠다”정도의 의견만 내놓을 수 있는 실정이다. 

 개발계획의 결정과 진행을 군이 독점하고 주민들에게는 정보를 제한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개발계획을 점검해볼 기회를 사전에 갖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군에서 용역을 주고 계획을 다 수립해 놓은 뒤 일방적으로 홍보, 전달하는 주민설명회방식으로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무엇보다 먼저 임기 내에 성과를 얻고 싶어하는 민선자치단체장이 공청회나 토론회를 개발 공정을 지연시키는 걸림돌로만 생각하는 경향을 들 수 있다.

 주민들에게 뭐라도 설명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또 주민들이 내놓은 의견을 반영하는 듯한 시늉도 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다 개발을 지연시키는 요소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주민의 수준을 무시하는 태도를 들 수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어도 주민들로부터 별다른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없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사업에 관한 찬반의견을 함께 청취할 수 있는 ‘공청회’와 ‘전문가 토론회’ 등은 어떤 경우에도 생략되어서는 안될 과정이다.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착실히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은 ‘개발의 주체’라기보다 ‘관객’의 위치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는 이런 과정이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 간접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발사업에 있어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될 두 가지 요소 가운데 두 번째는 ‘종합적인 타당성 검토’다.

 전문가집단에 의뢰하는 각종 ‘연구용역’은 용역을 주는 기관의 입맛에 맞게 용역결과를 만들어내는 문제를 안고 있고 그 초점이 ‘사업성’ 즉 ‘경제적 수익성’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개발’이 ‘돈벌이’ 차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의 합의된 원칙이다.

 1986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발전의 권리에 대한 선언’에 따르면, “발전은 포괄적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정치적 과정으로서, 발전과 그로부터 산출되는 이익의 공정한 분배에 있어서의 자유롭고 적극적이며 의미 있는 참여의 기초 위에서 전 인구와 모든 개인들의 복지의 부단한 향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발전은 ‘경제성장’과 같은 말이 아니며, “경제·사회·문화·정치적인 전 분야에 걸친 포괄적인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인권하루소식> 제2755호. 2005. 02. 22).

 따라서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사업의 수익성’ 외에 ‘종합적인 생활·인권·복지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검토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환경영향평가’가 주요 개발사업의 필수항목이 된 것처럼, ‘인권영향평가’라는 새로운 접근이 시도될 필요가 있으며, 이와 관련된 서울 성북구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서울시 성북구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정책입안에 ‘인권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해 주목을 끌고 있다. 성북구가 시행하는 ‘인권영향평가’란 “인권에 초점을 둔 영향평가로서,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하는 과정에서 그 정책이 주민의 인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평가하여 정책, 프로그램, 사업 등이 시행됨에 있어서 인권에 미칠 부정적인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북구는 사업계획이나 예산안을 확정하기 전에 ‘권리제약, 부정적 영향을 받는 등 침해요소의 여부’, ‘부정적·차별적 용어 사용 여부’, ‘정보의 접근성, 주민의 알권리 충족, 주민참여 보장 여부’, ‘권리침해 시 구제수단 및 주민의 인권증진에 기여하는지’ 등을 자체적으로 진단하는 절차를 마련했고, 실제로 2013년 세출예산안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전국 최초로 실시한 바 있다.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혹은 섣부른 사업추진은 막대한 예산의 낭비뿐 아니라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소모적 논란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는 새만금이나 4대강사업과 같은 거대한 국책사업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개발에 ‘속도’를 앞세울 지 ‘합의와 협력’을 중시할 지는 선택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하며, 그 원칙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이뤄내야 한다. 

 횡성군이 횡성군의회와 횡성군민들과 함께 ‘준비된 원칙’과 ‘합의된 계획’에 따른 ‘멋진‘ 개발의 사례를 만들어내는 일을 묵계리 군부대 이전부지의 활용부터 적용해보기를 기대한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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