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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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천 전촌리 이규분할머니. 93세 |
제철인 자두를 한 입 베어 물었더니… 껍질은 두껍고 떫고 맛이 없다. 수확기에 비가 많이 내리다보니 싱거워졌겠지 하면서도 아쉽다. 싱싱하고 새콤달콤한 자두를 기대했다가 뱉어내면서 아주 예전에 먹어봤던 전촌리 이규분 할머니네 고야가 생각났다. 한입에 쏙 들어가고 입안에서 우물우물…달달한 과육과 씨앗을 분리해서 씨앗을 뱉어내 마당가에 던져버리던 기억이 나서 이규분 할머니 댁을 찾아갔다.
93세 이규분할머니는 아직도 허리가 빳빳하게 걸어 다니시면서 텃밭을 일구신다. 고구마, 옥수수, 콩, 땅콩, 강낭콩, 오이, 참깨, 수수 등 가지가지 심어 키우시는데 15세에 결혼해서 여지껏 농사지으신다. 77세 때 남편과 사별하고 막내아들과 함께 텃밭농사를 지으며 사는데 어지러운 것 빼고는 그럭저럭 건강은 괜찮아보이신다. 그래도 “내 나이 아흔 셋이여, 아흔셋” 하실 때는 그냥 할머니 손이라도 잡아드려야 할 거 같아 꼬옥 잡아드렸다. 허리도 굽지 않으시고 93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지만 그렇게 응원해드리고 싶었다.
할머니가 심어 키우신 고야나무가 몇 년이나 됐나. 궁금한 마음에 할머니께 시집오고 나서 여기서 쭉 살아오셨나 여쭈었더니 아니란다. 처음엔 청일로 시집을 갔는데 청일에서 5남매 다 낳았는데 집안에 우환이 끓고 해서 갑천 전촌으로 이사한 게 1972년이니까 사십년 정도 갑천에서 살았고 고야나무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단다.

고야나무가 처음에 어디서 났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면서 앞마당에 자그맣게 자라던 고야나무를 호미로 캐서 뒤란으로 옮겨 심었더니 쑥쑥 커서 지금은 꽤나 큰 고목나무처럼 자라있다.
해마다 가족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주어 고맙고 떫은 자두에 비하면 달달하고 새콤한 고야의 맛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인가 베어 내려고 하다가도 그냥 놔두고 놔두고 하다보니 이렇게 신문에도 나오게 되었다며 신기해 하신다.
지금이야 배도 키우고 포도, 사과, 복숭아, 자두 이것저것 지역산 과일들이 나오지만 20~30년 전만 해도 과일이래야 고야가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고야나무가 있었는데 지금은 마을마다 한두 집 정도나 고야나무가 있을 정도로 많이 줄었다.
집안에 정원수처럼 있는 고야나무…
고야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밀고야 같은 경우는 그냥 고야보다 알이 적고 약간 신맛이 나서 할머니는 그냥 고야가 먹기 좋다고 하신다. 옮겨심고 거름을 주지도 않았는데 벌레가 많이 먹지않아 농약을 치지 않고도 키울 수 있는 고야가 얼마나 좋은 과일이냐며 토종자두인 고야 자랑이 대단하시다. 개량된 자두랑 고야랑 어느 걸 먹겠냐고 하면 당연히 고야를 고르실거라는 이규분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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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뒤란에 옮겨심었더니 키 큰 고목나무처럼 자란 고야나무 |
그런데 올해는 이 맛있는 고야를 한 톨도 먹지 못하고 그냥 벌레먹이로 만들었다고 아까워하신다. 비가 너무 많이 와 빨갛게 익어가던 고야가 툭툭 갈라지면서 터져 떨어지니까 먹을 수도 없고 벌레만 꼬인다고 한다.
주변 바닥을 빨갛게 물들일 정도로 떨어진 고야. “내년엔 잘 따먹을 수 있으려나. 내년에는 할머니랑 같이 고야를 먹을 수 있어야할텐데…”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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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많이 온 올해는 빨갛게 익어가던 고야가 툭툭 터지면서 대부분 떨어져 버렸다. |
※고야
개량되지 않은 토종자두. 강원지역에서는 고야, 충청지역에서는 ‘오야‘ 혹은 ’응애‘라고 한다. 표준말은 ’오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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