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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국민경제라는 외피를 쓰고 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개인정보를 무제한적으로 이용하는 게 옳을까?
2015년 정치자문회사인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해 정치권에 제공했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미국 사회의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페이스북은 5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개인들의 사생활 정보가 언제든 불법적으로 유출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멀리 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2014년 카드사가 그들의 데이터를 대출광고업자에게 판매해 1억 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넘어간 경우도 있고, 홈플러스·해킹에 의한 정보 유출 등 한국 사회에서도 이로 인한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개인정보 피해에 대한 심각성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가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추진하던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을 비판하며 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였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국회 마비 상태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민생과 경제를 위한다는 목표 아래 대동단결하여 본회의 표결만 남겨둔 법안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다며 내놓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 3법인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법안의 필요성은 온갖 미사여구로 꾸며졌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다른 나라에 비해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너무 심해 데이터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해 이대로 가다간 데이터 후진국이 된다는 것이고, 안전장치로서 개인들의 데이터를 가명 처리하여 사용함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규제 완화이다. 이 법의 목적에 ‘국민경제의 발전’을 추가함으로써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면 빅데이터의 수집, 즉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도 무제한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부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는 현 시대에 이 법은 국민경제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결국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개인들의 정보를 무제한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법이다.
이 법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명정보의 활용이다. 현재의 법은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제3자에게 판매할 수 없는데, 이름을 모자이크 처리하듯이 하면 개인 동의 없이 데이터를 가공 판매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가명정보의 개념을 ‘추가정보의 사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정보’라고 규정했는데, 이 말을 돌려 말하면 추가정보가 있다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개인 데이터 수집에서 보여지듯이 몇 가지 가공을 거친다면 데이터의 주인을 아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여러 앱을 통해 나의 정보를 기업들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지금 별다른 동의절차 없이 나의 정보가 판매된다고 상상해 보자. 그 정보는 의료 정보일 수 있고, 정치적 견해일수도, 교육정보일수도, 금융정보일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들이 기업들의 소유물로 전환될 것이다. 미국의 한 마트에서 고등학생 딸에게 출산용품 할인 쿠폰을 보내 부모가 항의했는데 며칠 지나 알고 보니 딸이 임신 중이었다는 뉴욕타임즈의 기사가 있었는데 이러한 민감 정보가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기업들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법의 부작용을 경고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민생법안이라며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에 끼워 놓고 부작용은 설명하지 않아 깜깜이 상태로 이 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 법이 개인정보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것을 규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해야 하는데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기업들이 살아갈 길은 규제완화밖에 없다며 법안 통과를 강행하고 있다.
개인정보의 무한공개를 다룬 영화 ‘더 써클’에서 회사의 최고 책임자인 톰 행크스는 ‘더 많은 정보들, 일상 사생활 정보까지 모두 공개해야 사람들이 진실해진다.’라고 말한다. 과연 이 말이 옳을까? 적어도 데이터 경제 활성화 3법이 바라는 세상은 그런 세상인 것 같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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