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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십굴(1)"마음을 다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9.12.18|(183호)

<장만식 교수의 옛이야기 속 부부 심리>

-마음을 다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

지난번은 ‘애처가’라는 제목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내에게만은 ‘지는 것’이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꼭 해야만하는 길임을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지라도 우리가 견디고 버티어 낼 수 있는 것은 가족이 있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아내가 있고, 남편이 있고, 자식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안에서 소중한 아내가 평안해야 부부가 평안하고, 가정이 평안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아내가 행복해야 부부가 행복하고, 부부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 그것이 허물이겠습니까? 자존심이 문제겠습니까? 창피한 일이겠습니까? 질 때, 비로소 평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야 ‘지는 것’이 무슨 대수로운 일이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평안과 행복한 부부의 삶,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삶은 ‘마십굴’ 이야기에서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서 그 힘을 크게 발휘합니다. 외부에서 오는 위기일수록 더욱 큰 힘이 됩니다. 특히나 이번 주 이야기는 북한의 이야기입니다. 일본이 역사를 잊고 석고대죄를 하지 못할망정 대놓고 우리 민족을 무시하는 이때, ‘마십굴’ 이야기의 부부처럼 우리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이겨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들려드립니다.

"마십굴"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마십’이 살고 있었습니다. 마십은 너무 순박한 탓에 다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지 못하여 낭패를 볼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사람들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마십은 예쁜 아내와 함께 늘 행복했습니다.

마십은 매일매일 나무를 했습니다. 그날도 나무를 하러 산에 갔습니다. 마십은 예쁜 아내를 생각하며 올라가자마자 쉴 틈도 없이 부지런히 했습니다. 벌써 내려갈 생각에 콧노래도 절로 나왔습니다. 마십은 금세 나무 한 짐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십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십은 더욱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처음 소리 났던 쪽으로 귀를 기울여 봤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림/ 송 영 주
서울여자대학교 서양화학과졸업
sfineart@naver.com

‘내가 잘못 들었나?’

마십은 다시 지게를 짊어지려 했습니다.

그때! 다시 신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십은 지게를 받쳐 놓고, 신음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습니다. 산은 무척 가파랐습니다. 자칫하면 굴러 떨어질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마십은 위험을 무릅쓰고 신음 소리를 쫓아갔습니다.

이윽고 아슬아슬한 모퉁이를 돌자, 마십은 드디어 한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진 모양이었습니다. 부상도 심한 듯했습니다. 마십은 서둘러 번쩍 들어 올려 업고, 새끼줄로 묶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그 아슬아슬한 모퉁이를 돌았습니다. 위험천만했습니다. 하지만 마십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모퉁이를 돌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마십은 그길로 남자를 지게에 싣고 산을 급히 내려왔습니다.

마십 내외는 그 남자를 정성껏 잘 보살폈습니다. 그 덕분인지 얼마쯤 있다가 그 남자는 기운을 차렸습니다. 그 남자는 원님 아들이었습니다. 마십은 얼른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아에도 알렸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도 오고, 관아에서도 사람이 오고, 이윽고 의원이 와서 진료도 했습니다. 마십은 안심이 되고,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돌아가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영문입니까? 원님 아들은 전혀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혈기 왕성한 남자가 집에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내키지 않은 마십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원님 아들이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말은커녕 내색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마십 내외는 그렇게 불안불안한 나날을 보내야했습니다.

며칠 지나갔습니다. 원님 아들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았고, 마십과 아내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원님 아들이 결국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마십이 집을 비우자, 이내 아내에게 슬그머니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집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님 아들은 아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습니다.

“이보오. 나랑 같이 가지 않겠소?”
….”

아내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다리도 후들거렸습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대놓고 화를 낼 수는 없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자칫하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습니다. 원님 아들은 이런 아내에게 음흉한 미소를 띠며 다가갔습니다. 아주 노골적이었습니다.

“내가 호강시켜 주겠소.”

그러면서 아내를 낚아채듯 껴안았습니다. 아내는 강하게 몸부림치며, 뿌리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원님 아들은 더욱 강하게 옥죄었습니다. 아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악, 사람 살려! 도와주세요.”

아내는 악을 썼습니다. 하지만 원님 아들은 아내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대며 아내의 몸을 더듬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버티며 악을 쓰자, 아내는 힘이 쑥 빠져 축 늘어져 버렸습니다. 그러자마자 그제서야 이웃 사람들의 소리가 멀리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있어?”

원님 아들은 하는 수 없이 아내를 놓아주어야 했습니다. 그러고서는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내는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이웃 사람들은 쓰러져 있는 아내를 보고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울기만 했습니다. 이윽고, 방 안으로 들어간 원님 아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나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모른 척 집을 나갔습니다.

그런 뒤, 얼마가 지나 마십이 왔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십도 침묵했습니다. 마을 사람으로부터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은 들었지만,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마십도 아내도 이제 평화를 찾은 듯했습니다. 평상시와 같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냈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원님 아들이 포졸들을 이끌고 와서는 아내를 잡아가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지켜보는 이웃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에요?”
“….”
“잡아가려면, 저놈을 잡아가야지!”
“….”
“나쁜 놈은 바로 저놈인데”
“….”

아내는 있는 힘껏 포졸들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하지만 아내 혼자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포졸들은 이내 삿대질을 하며 따져 묻는 아내를 강제로 묶어버렸습니다.

“저놈이 나를 겁탈하려고 했던 놈이란 말이에요.”
“….”
“배은망덕한 놈! 천벌을 받을 놈!”
“….”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 주세요.”
“….”

아내는 이웃들에게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이웃들도 웅성거릴 뿐 감히 나서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누구도 다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후환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때, 일하고 있던 마십이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와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야, 이 개만도 못한 놈아. 다 죽어 가는 걸 살려 줬더니, 이렇게 배신을 해?”
“….”
“천벌을 받을 놈. 당장 풀어놓지 못해?”

하지만 이내 포졸들에게 잡혀 원님 아들 앞에 무릎을 꿇리고 말았습니다. 마십은 몸부림을 치며 저항했지만, 더 이상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원님 아들은 가소로운 듯이 미소를 띠며 마십에게 말했습니다.

“하하하. 살려 준 것은 고맙다.”
“….”
“하지만 네 아내는 내 말을 거역했다. 그 죄를 치르는 것이다. 알았느냐? 하하하.”

그 말을 들은 마십과 아내는 황당했습니다.

“배은망덕한 놈. 천벌을 받을 것이다.”
“하하하.”
“이 나쁜 놈. 죽일 놈.”
“개 같은 놈. 천벌을 받을 놈.”

마십은 주먹을 불끈 쥐고 몸부림쳤지만, 포졸들이 팔을 꺾고 강하게 누르는 통에 어찌해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십은 치가 떨렸습니다. 부릅뜬 눈은 핏발에 벌겋고, 이 악문 얼굴은 분노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이놈. 감히 어따 대고 눈깔을 치켜뜨는 거야? 눈깔을 확 뽑아 버릴라. 여봐라! 저, 저놈을 박살내 버려라.”

원님 아들의 말에 포졸들은 마지못해 마십을 몽둥이로 마구 패기 시작했습니다. 마십은 끝내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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