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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주한의원,한의학 박사 |
| 건강한 삶의 방식이 다르고,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도 모두 다른 것처럼 질병의 양상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
200mg/dl, 120mg/dl, 120/80 vs 140/90, 240mg/dl 혹은 200mg/dl, 때로는 HDL 남 40mg/dl 여 50mg/dl 등등 건강검진을 몇 번 받아보신 분들에게는 많이 익숙한 숫자들입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의 기준이 되는 숫자들입니다. 나이가 몇인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체중은 얼마이며 키는 또 얼마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혹은 몸에 이상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는지 아니면 특이한 증상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는 누구도 묻지 않고 단지 저 위의 숫자들만 기준으로 삼아서 ‘당신은 당뇨병환자입니다’ ‘당신은 고혈압환자입니다’ ‘당신은 고지혈증환자입니다’라고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합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아십니까.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들여서 침대에 뉘어 보이고는 침대보다 크면 자르고, 침대보다 작으면 강제로 잡아 늘였다고 합니다.
이미 수 천년 전에 획일화, 몰개성화, 단일화 등과 같이 인간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문화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주는 해악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위 ‘과학문물의 발전과 진보’라는 명제아래 인간성 혹은 나만의 독특함은 철저히 무너지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은 그 누구도 같은 사람이 없습니다.
검지 손가락 끝 마디는 비록 1평방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그 속에 그려져 있는 지문은 70억 인구 중 단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렇듯 사람은 정신적인 면에서 사고방식, 사유의 틀, 감정변화의 정도가 다르고, 육체적인 면에서 오장육부의 성쇠가 모두 다릅니다. 건강한 삶의 방식이 다르고,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도 모두 다른 것처럼 질병의 양상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셀로판지로 가운데를 막아놓고 실험하는 삼투압현상과 같은 아주 단순한 모델을 인체에 그대로 적용해서 짜게 먹으면 물을 많이 먹게 되고 물을 많이 먹게 되면 혈액 속에 물의 양이 많아져서 혈압이 증가한다고 추론해서 ‘고혈압의 원인과 고혈압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은 짜게 먹는 것이므로 국민 모두 싱겁게 먹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것입니다.
질병인가 아닌가의 판단의 기준은 지극히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키가 평균보다 크다고 거인증, 평균보다 작다고 소인증이라고 진단하지 않는 것처럼 단지 나의 혈압이 140/90 이상의 수치를 보인다고 해서 고혈압환자일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복혈당이 200mg/dl을 넘어선다고 해서 당뇨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병원도 많아졌고, 의사도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었나요. 육체적인 건강을 바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나요. 여러분들이 만나고 있는 의사들은 여러분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가요.
아니면 수많은 검사를 통해서 여러분 손에 들려진 의미도 잘 알지 못하는 온갖 숫자로 표시된 그 종이쪽지에 더 관심을 보이던가요.
이현주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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