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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
국회와 국민의 동의 절차없이 물리적 충돌이 가능한 지역으로 전선 확대...한국군과 한국인들은 언제든지 갈등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에 내몰린 것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정치적 이슈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지난 21일 발표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도 그중 하나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한국으로 오는 원유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고 국내 소비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곳이 가지는 경제적 중요성을 이유로 파병을 결정한 것이다. 파병 결정 과정도 국회의 동의와 여론의 악화를 회피하기 위해 아덴만에서 활동하던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하는 꼼수를 부렸다. 꼼수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파병 문제는 언론에서 사라졌다.
정부는 이번 파병이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지 않는 독자 파병이며 미국과 이란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절충안이라고 한다. 바로 거짓말임이 탄로 났지만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 측의 양보와 방위비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 나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양보도 없이 한국군의 파병만 환영했을 뿐이다.
사실 미국은 이란 압박에 대한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했다. 유럽 국가들은 핵 협정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미국의 연합체 제안에도 참여하지 않고 자체 함대를 보내겠다고 하고 있다. 이라크 의회는 미군 철수를 의결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한국과 일본에 파병을 촉구한 것이고, 그 결과로 파병이 결정되었다. 당연히 미국은 환영했고 이란은 반발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왜 시작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2015년 타결했던 핵 협정을 걷어찬 것도 미국이고,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도 미국이었다. 세계의 경찰국가임을 자임하는 미국이 중동에서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이번 갈등의 원인이다. 일차적 책임이 미국에 있음에도 이란의 굴복을 요구하기 때문에 갈등이 봉합되기는 어렵다.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면 될수록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은 더 보장받을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으로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이란의 통제가 가능한 지역이다. 지난 11월 이란이 후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한국 국적의 선박을 억류했다가 국적을 확인하고 풀어 준 적이 있다. 이란은 미국의 우방도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번 파병으로 인해 이런 일이 더 일어날 수 있고, ‘다행’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파병으로 인해 한국인들에 대한 피격 위협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으로 인한 김선일 씨 살해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지 선박의 안위만이 아닌 전 방위적인 위협이 현실화될 것이다. 미국이 이란을 억제할 수도 있겠지만 친 이란 세력 모두를 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에 대한 친 이란 단체들의 공격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란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중동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데 한국 정부가 일조했다.
이란의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미군이 살해한 후 위기는 전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중동의 위기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전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과 함께 합동 해군 훈련을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실시했다. 미국을 의식한 행위였을 것이다. 며칠 전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1월 28일 트럼프가 발표한 ‘팔레스타인 평화 구상’은 팔레스타인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한국군과 한국인들은 언제든지 갈등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러한 위험이 존재함에도 한국 정부는 별다른 논의절차 없이 파병을 결정하였다. 물리적 충돌이 가능한 지역으로의 전선 확대는 국회와 국민의 동의 절차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절차는 생략했다. 지금이라도 파병을 철회하고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모습이 필요할 때이다. 무력의 행사는 또 다른 무력을 불러올 뿐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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