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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태준호 기자 | 승인 2020.05.22 12:20|(199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삼성 이재용은 단지 허리 한번 굽힌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마다 정상적인 세금 납부와 처벌 대신 형식적인 사과로 대체해 왔다. 악어는 단지 배고픔을 해결하려 하지만 이재용의 사과는 탐욕일 뿐이다.

 

‘악어의 눈물’이란 말이 있다.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의 흘린다는 서양의 전설에서 유래한 말이다. 먹이를 잡아먹고 거짓으로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빗대어 위선자의 거짓 눈물을 비유할 때 사용되어지는 말이다.

며칠 전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소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원고지 13매 분량의 장황한 사과문에는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삼성을 만들겠다며 자녀에게 절대로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으며, 그동안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하겠다는 입장이 들어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단식을 이어가며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삼성의 해고 노동자인 김용희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고 다른 해고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법에 의해 처리할 일이라며 발을 빼고 있는 상황에서 급조된 조직인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의한 사과로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사과문이 나오게 된 배경은 거대 재벌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나온 각종 횡령과 뇌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대법원의 유죄 취지의 판결 확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심 재판에서 36억원의 횡령죄로 2년 6월의 형량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석방되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횡령액을 86억원으로 올려 다시 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현행법상 이득액이 50억원을 넘으면 형법상 무기 또는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게 되어 있다. 이 부회장은 최소 5년 이상의 형을 살아야 하는데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대국민 사과’라는 과정을 통해 구속되지 않고 면죄부를 획득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삼성의 역사는 대부분의 재벌들이 그렇듯이 뇌물과 탈세 등 온갖 불법으로 얼룩져 있다. 저 멀리 1950년대 자유당에 뇌물제공과 33억환 탈세부터 시작하여 사카린 밀수 사건, 고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 포탈, 이건희 회장의 각종 횡령,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국민연금에 천문학적 손실을 입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수법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터져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마다 정상적인 세금 납부와 처벌 대신 형식적인 사과로 대체해 왔고, 이번 사건 역시 그렇게 넘어가려 하고 있다.

투기자본 감시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그간 이건희·재용 부자의 세금 포탈금액이 12조원, 이재용의 불법 증여 과정에서 9조원 등 21조원에 달하지만 납부하지 않고 있다. 법에 의하면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징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최대 100조원을 징수할 수 있다고 한다.

사과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그간 횡령한 금액에 대한 납부 의지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없다. 대신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황제 경영을 막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전년도 회장 일가의 배당액이 4천9백억원이 되는 상황에서 굳이 경영권 승계가 필요할까 생각해 본다. 오히려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면서 배당금을 챙기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는 그들 역시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할 것이다.

무노조 경영 탈피 문제도 대국민 사과의 대상이 아니다. 이 원칙으로 인해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아직도 거리에 있다. 사과의 대상은 이들이어야 하며 이들에 대한 대책 수립이 있어야 한다.

사과문 어디에서도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를 모면하기 위해 허리를 굽혔지만 단지 허리 한번 굽힌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악어는 단지 배고픔을 해결하려 하지만 이재용의 사과는 탐욕일 뿐이다. 이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끊임없는 탐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13조원을 주기 위해 공무원 연월차휴가보상금을 삭감하고 자발적 기부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세금 포탈 금액에 대해서는 징수하려 노력하는 정부와 법원의 모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시 언론과 정부·법원은 삼성편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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