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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글] 새둥지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20.07.21 00:00|(203호)

-새 둥 지-

비행기 두 대가 하늘을 일직 선으로 가른다. 순간 하얀 구름을 펼쳐놓는다. 환상적이다. 시선이 조금 아래로 빗겨나간다. 자작나무, 소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뭇가지에는 새둥지가 위태롭게 걸쳐 있다. 비행기 소리에 새들이 얼마나 놀랐으랴. 

 새소리에 깨어 뒷밭으로 올라갔다. 아카시아 나무에 있는 새둥지를 바라본다. 새의 들락 거림은 보이지 않는다. 허전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한 후, 평소처럼 원주를 향하여 차를 천천히 몰았다. 횡성에서 50 리 길인 국도변에는 나무들이 사열하듯 서 있다. 나무꼭대기 를 유심히 살펴본다. 

 튼실한 나무에만 둥지를 트 는가. 새둥지들은 건재하다. 내가 지나는 도로변 나무위엔 새둥지가 20여 개나 된다. 둥지가 커 보이는 게 아마도 까치집인가 보다. 그런데 새의 드나듦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여름철새가 오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산란 시기가 일러서인가. 빈 둥지만 눈에 띈다. 

 까치들은 둥지를 수리해서 산다고 한다. 그들은 일가를 이루면 산란을 하고 새끼가 성 조가 되면 어미 새가 둥지를 떠난다고 한다. 그 둥지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필요에 의해서만 둥지 를 새로이 짓는가 보다. 텃새, 철새, 나그네새, 모두 둥지에 대한 미련은 없는 것 같다.

 새둥지만 바라보다 잠깐 차를 낚시터 옆에 세웠다. 강가의 낮은 나뭇가지에 얹힌 새둥 지를 보기위해서 였다. 풀잎으 로 지은 걸 보니 멧새 집인 것 같다. 실바람만 맴돌고 있을 뿐 빈집이다.

 새둥지만 보면 서글퍼진다. 그런 날이면 산등성이로 번져 가는 산불처럼 마음에도 불이 탄다. 어머니 때문이다. 칠십고개의 어머니는 어쩌다 마주 앉으면 새가 되어 멀리 떠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새끼 때 문에 둥지를 멀리 떠나지 못한 다고 하셨다.

“난 둥지를 떠나고 싶다. 새처럼 한번 떠나면 둥지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둥지를 만들지 않는 나그네새가 되고 싶다. 만약 날개가 말을 듣지 않으면 배의 고물에 앉아서라도 떠나고 싶다.” 고.

 국제결혼한 장남의 처가 말 없이 떠났다. 이윽고 장남이 병이 들어 어머니를 붙들고 한 번 한 말을 또 하고 또 주억거 렸다. 순간포착 심리 강박증이 라고 한다. 결벽증이라고도 한 다. 어릴 때 행복했던 추억에 매달려 있는 증세인가. 아무래도 고통이나 갈등을 헤쳐 나갈 힘이 없어 보인다. 

 새처럼 날아가고 싶다고 허공을 응시하며 눈가에 물안개 를 보이던 일이 다시금 떠올랐다. 죽음이 오기 전에는 더 이상 가족을 버릴 수 없는 생을 아시기에 그냥 새가 되어 날아 갈 수 있길 바라는 것이리라. 다시 둥지로 돌아오지 않는 새처럼 어머니는 떠나고 싶다한다.

 빈 둥지를 바라보니, 저절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홉살 때 친어머니가 돌아가셔 서 의붓어머니 밑에서 구박 속 에 사셨다 한다. 여섯이나 되 는 동생들을 키우며 학교도 가 지 못하고 가난한 살림을 떠 맡았다고 한다. 나이 열일곱에 종갓집 맏며느리로 시집오셔서 호된 시집살이를 하신 분이다. 농사일이며 부엌살림이며 온통 어머니의 손길이 가야하는 일이었다. 그토록 고된 일상 속에서도 한없이 자상하 셨고 신덕을 쌓아 베푸신 분이다. 아는 이들은 모두 합당한 삶이 아니라고 했다. 어머니의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 이리라. 어릴 때부터 이날 이 때까지 고통을 끌어안고 오시 는 분. 어쩌면 자신의 고통은 조금도 생각지 않고 사신 분이 다. 오직 자식의 고통을 끌어 안기를 일상의 전부로 삼고 계 셨던 어머니이시다.

 어머니는 절망 속에서 새라도 되어 희망을 찾고 싶은 것 이 아니었을까. 늘 절망 속에서 고통을 끌어안으며 살아오신 어머니. 고통 속에서 새라는 희망을 찾으려하시는 어머니요, 새끼 새들이 이미 성인 이 되어도 단 하루, 둥지를 떠 나지 못하시는 어머니이시다.

 둥지는 보금자리 일 뿐이 아 니다. 어머니의 역사일 것이다. 새가 되어 날아 본들 기껏 가지 끝에 둥지라는 일상을 또 헤매지 아니 하겠는가. 그저 둥지 속에 절망이든 희망이든 서로 순환이 이루어지며 가득 차 있었으면 싶다. 

 새둥지는 풀잎이 실오라기 처럼 가늘게 촘촘히 돌려져 국그릇처럼 동그랗다. 오랜 햇살에 황토색으로 바래있다. 조그 만 뱁새라도 들어와 알을 낳았으면 싶다.

최 보 정 작가- 현/ 횡성시낭송협회 회장, 시낭송 및 창작지도 강사- 강원도 양구 출생.- <월간 문학><문예운동><수필과 비평> 신인상 시, 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협낭송발전위원회 위원,강원문인협회 회원, 문학세계 회원- 저서/ 시집 “숲은 물소리만 스쳐도 흔들린다”수필집 “달에 집짓기” 외 공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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