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과 치료약은 일반인들이 만들어낸 구분…약재들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
어느 것이 더 비싼 것인가 싼 것인가는 시장의 논리일 뿐 그 재료의 가치를 가늠하는 것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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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주(한의학박사,원주) |
음양의 조화가 깨지는 것은 두 기운 가운데 하나가 지나치게 강해지거나 혹은 지나치게 약해졌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치료는 당연히 강해진 것을 약하게 해주고(사법) 약해진 것을 강하게 해주는(보법) 방법을 사용합니다. 보약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약한 것을 강하게 해주는 것은 치료의 방법이지 특정한 처방이 보약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흔하게 접하는 십전대보탕, 쌍화탕과 같은 경우도 모두 그 처방의 목적은 질병의 치료에 있습니다. 십전대보탕을 예로 들면 처방의 설명은 치기혈양허(治氣血兩虛)로 되어있습니다. 기와 혈이 모두 부족해서 생긴 병을 치료하는 처방인 것입니다. 기가 허해서 병이 생겼을 때의 치료약인 사군자탕과 혈이 허해서 병이 생긴 것을 치료하는 사물탕을 합하고 여기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계피와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황기를 더한 것이 십전대보탕입니다.
개별 약물에 있어서도 인삼은 보약, 황백은 치료약과 같은 방법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모두 치료약일 뿐입니다. 대체로 기나 혈이 약한 것을 강하게 해주는 약재들은 가격이 비싼 편에 속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위기나 영기와 같은 것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약재들은 대체로 싼 편에 속합니다. 이처럼 각각의 처방을 구성하는 약재들의 가격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십전대보탕과 같은 처방은 재료비가 비교적 많이 들게 되고, 소화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처방인 평위산과 같은 처방은 조금은 싼 가격으로 조제할 수 있는 까닭에 환자분들이 부담하는 약재비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보약과 치료약은 사실 일반인들이 만들어낸 구분입니다. 다분히 비용의 측면에서 바라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처방을 구성하는 약물들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지 비싸다고 그 역할이 더 귀한 것은 아닙니다. 조선시대에는 평위산에 들어가는 진피(귤껍질)가 인삼보다 비쌌었다고 합니다. 몇 십 년 전만해도 뒷산 어디에서나 쉽게 캐낼 수 있었던 창출, 백출, 백복령과 같은 약재들이 이제는 인삼보다 더 비싼 약재가 되었습니다.
기가 약해지고, 정이 허해지고 혈도 약해져서 오후만 되면 열이 나면서 밤에는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을 치료하는 용부탕의 경우 일 개월동안 복용하는데 필요한 순수 약재비만도 여러분들이 흔히 접하는 보약의 가격보다 훨씬 비쌉니다.
약은 모두 질병의 치료를 위해 한의사가 정성을 다해 지은 것이고, 처방을 구성하는 약재들은 우리들의 삼촌,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손수 농사를 지으시거나, 혹은 산속을 헤매시면서 정성으로 구해온 귀한 것들입니다.
어느 것이 더 비싼 것인가 싼 것인가는 시장의 논리일 뿐이지 그 재료의 가치를 가늠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현주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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