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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석준씨 뒤로 백로들이 날아드는 야산이 있다. |
최근 들어서는 압곡리보다도 더 많은 백로가 찾아드는 곳으로 알려진 동네가 있는데, 횡성읍 남산리 일대다. 이곳에는 ‘백로 살리는 사람’으로 알려진 인물이 있다. 인근에서 톱밥공장을 운영하는 조석준(62) 씨다.
농약 중독으로 죽어가는 백로들
조석준 씨는 매년 여름이면 농약에 중독돼 쓰러진 백로들을 데려다 치료를 해주고 이들을 날려보내는 일을 한다. 조 씨는 “장마가 끝나고 난 뒤면 논에 농약을 많이 치게 되는데, 8월쯤이면 개구리를 잡아먹고 농약에 중독된 백로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조석준 씨가 해마다 치료해 주는 백로는 평균 20마리가량이며, 올해도 8마리를 치료해서 살려보냈다고 한다.
조 씨가 백로 살리기에 나선 것이 7~8년 전쯤이니, 지금껏 조 씨가 살려 보낸 백로의 숫자는 150마리쯤 되는 셈이다.
“어느 날 우연히 전선 밑으로 날아오는 백로를 발견했는데, 이곳에 와서 떨어졌습니다. 새벽에 가서 주워다가 살렸죠. 전선 아래로 날아오는 것은 거의 농약에 중독된 애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얘들은 종족 번식하러 오는 건데 약 먹고 죽어가는 게 너무 불쌍했습니다. 그래서 살려보기로 한 거죠. 처음엔 실패도 많이 했습니다.”
쓰러진 백로를 소생시키려면 위세척도 해야 하고 주사도 놓아주어야 하는데, 하루에 한 번씩 항생제 주사를 투여하고 보통 1주일이 지나면 소생할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치료해 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일단 치료가 끝나더라도 원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먹이를 갖다 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조 씨는 직접 물고기를 잡아 먹인다고 했다. 그러다가 주민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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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약을 먹고 쓰러진 후, 조석준씨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는 백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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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약에 중독되었다가 조석준씨의 치료로 회복중인 백로 |
백로 먹이 구하다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강에 가서 물고기를 잡았는데,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서에 끌려갔다가 훈방되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조 씨는 경찰관에게 물고기를 잡게 된 취지를 설명했고, ‘다시는 물고기를 잡지 말라’는 훈계를 받은 뒤 풀려났다고 했다. 하지만, 백로를 살리려면 먹이가 필요했고, 그래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야간에 물고기를 잡아 백로에게 갖다 주곤 했다는 것이 조석준 씨의 설명이다.
그렇게 2주일 정도 백로를 보살피고 나면 원기를 회복한 백로가 자신의 길을 떠날 수 있게 된다.
길게는 한 달까지도 걸리는 일이다. “쓰러졌던 백로의 어깨에서 고개가 빠져나오면 살아나는 거에요. 동료 백로들도 살펴보고 가곤 합니다. 기운을 차린 백로가 하늘로 날아올라서 두 번 정도 빙~빙~ 돌다가 날아가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조 씨는 자신이 치료한 백로의 꽁지에 파란 칠을 해두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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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백로들이 대거 날아드는 횡성읍 남산리 |
정이 깊은 백로들
조석준 씨가 소개한 몇 가지 장면을 보면, 백로들도 어미와 자식 간의 정이 깊어 보인다.
“어미와 새끼 백로가 함께 날아왔는데, 오염된 먹이를 먹은 새끼 백로가 날지를 못했어요. 어미는 곁에서 계속 날개짓을 하며 새끼에게 날아보라고 채근을 했는데 날지 못하더군요. 냄새를 맡아보니 농약냄새가 진동했어요. 결국 새끼는 죽었고 산에다 묻어줬는데, 어미가 사나흘 동안 무덤 옆을 떠나지 않고 날아가지를 않았어요. 반대로 어미가 약을 먹은 경우도 있었는데, 어미를 치료하는 동안 새끼가 날아가지 않고 옆에 남았어요. 2주일정도 함께 지내다가 회복을 한 뒤에 함께 날아갔어요.”
조석준 씨는 번식을 위해 횡성에 왔다가 농약중독으로 죽는 백로의 숫자가 해마다 수백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봄이면 날아드는 백로가 3~4백마리 이상이고, 번식을 마치고 가을에 횡성을 떠나는 백로의 숫자가 1천마리 가량 되는 데다, 해마다 조석준 씨 눈에 띄는 ‘환자’들만 수십 마리임을 감안해서 내린 추정치다.
조석준 씨는 가끔 사람들로부터 ‘제보’전화도 받는다고 했다. 날아가야 할 백로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앉아 있는 게 보이면 십중팔구 ‘환자’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조석준 씨는 “백로가 죽는 것을 예방하려면 농약을 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이야기이므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대신 아픈 백로를 돌보거나 치료하는 일만큼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조 씨는 또 “밭에 떨어진 백로에게 돌팔매질을 하는 밭주인을 본 일이 있는데, 그건 백로만도 못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했다. 조 씨가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아픈 백로에게 먹일수 있게)물고기만 맘대로 잡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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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는 횡성군의 군조(郡鳥)로, 매년 봄 북쪽에서 날아와 번식을 하고 가을이면 월동지인 남쪽으로 날아간다. 백로는 희고 깨끗한 특징으로 인해 군민의 청렴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
횡성군에는 백로 외에도 여러 상징물들이 있다. 횡성군의 군화(郡花)는 함박꽃이며, 군목(郡木)은 느티나무다. |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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